OK금융그룹 바야르사이한의 R=VD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9 09:00:1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는 ‘Realization=Vivid Dream’. 7년 전 꿈을 위해 한국으로 온 몽골 소년은 어느덧 청년으로 자라 자신의 꿈을 이뤘다. 바야르사이한은 아시아쿼터를 통해 본인이 꿈에 그리던 V-리그 코트를 밟고 있다. 그토록 원하던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2020년 인하대 재학 시절 이후 오랜만에 <더스파이크>와 긴 인터뷰를 나누게 됐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네요. 프로 온 이후에도 다른 선수들이 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나도 한 번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인터뷰 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엄청 기뻤고 좋았습니다.


인하대 유니폼에서 OK금융그룹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프로 생활은 어때요.
운동량은 대학교보다 더 많고 힘들지만 저를 응원하고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아졌어요. 또 팀에서도 되게 잘 챙겨주니깐 생활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어요. 한국에서 계속 배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 이유가 V-리그였잖아요. 인생의 큰 목표를 이뤘는데 어떤가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프로에서 뛰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리고 이루기까지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어요. ‘지금까지 잘 버텨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요. 목표를 이뤘으니 멈추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트라이아웃 때로 가보려고 합니다. 트라이아웃은 어땠나요.
저는 신인선수 드래프트처럼 대학교 선수들이랑 경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각 나라에서 국가대표로 뛰는 선수들까지 와서 새로웠고 충격적이었어요. 긴장도 되고 이 선수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기회가 왔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다 쏟아내겠다는 마음으로 3일을 보냈던 것 같아요.


드래프트 당일, 1순위로 동고동락한 에디가 먼저 삼성화재로 뽑혔습니다.
테이블에 저랑 에디, 다른 몽골 친구들까지 다 앉아 있었는데 진짜 심장이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되는 거예요. 너무 떨렸어요. 손도 떨려서 사람들이 안보이게 테이블 밑으로 내려서 두 손을 잡고 있었어요.
에디가 처음으로 불리고 단상에 나가는데 제가 눈물이 나오는 것 같은 거예요. 같이 한국에 와서 처음부터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 친구가 1순위로 뽑히니까 제가 목표를 이룬 것 처럼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나서 본인은 4순위에 OK금융그룹에 지명됐습니다.
에디가 뽑히고 나서 저도 곧 이름이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 이름이 안 불리니깐 ‘뭔가 잘못했나’, ‘트라이아웃 때 잘 못 보여줬나’, ‘안 뽑히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에디가 말해줘서 알았어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한지도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시간이 멈췄던 것 같아요. 단상에 올라가서 사진 찍고 계약서에 싸인 할 때까지 손이 떨릴 정도로 어떨떨 했는데, 그래도 정말 기뻤습니다(웃음).
 


7년을 기다린 경기가 인생경기가 됐다


고대하던 V-리그 프로팀에 오게 됐습니다. 프로에서 보내는 첫 비시즌은 어땠나요.

팀에 아는 선수들이 많아서 적응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긴장도 크게 하지 않았고요. 비시즌은 내가 이 팀에 녹아들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선수들이랑 호흡을 많이 맞춰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이후 2023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에 몽골 바양홍고르 소속으로 다녀왔습니다.
몽골 대표팀에서 불러서 다녀왔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을 많이 만나고 왔어요. 거기서 대한항공이랑 두 번이나 겨뤘는데 마지막 7-8위 결정전에서 우리가 진 거예요. 정말 아쉽게 져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 OK금융그룹으로 만났을 때 꼭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한테 정말 큰 경기였고,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어요. 그리고 산토리 선버즈(일본)이 우승하면서 다른 팀을 상대로 모두 셧아웃으로 이겼는데, 우리 팀은 한 세트를 땄습니다(웃음).


2023년 10월 20일, OK금융그룹의 이번 시즌 첫 경기이자 본인의 데뷔 경기였습니다. 팀은 승리했고, 바야르사이한은 한 경기 최다 블로킹 7개를 잡아냈어요.
데뷔 경기이자 인생 경기였습니다(웃음). 7년 넘게 기다린 경기였어요.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선수들에게도 ‘난 이 날을 7년 동안 기다렸다’고 말하면서 운동했어요. 7년을 기다린 경기에서 블로킹 7개를 잡아서 의미도 있는 경기예요.
솔직히 엄청 떨렸어요. 개막전이고 프로 첫 데뷔날이라 되게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블로킹이 잘 잡히니깐 금방 긴장도 풀리면서 잘했던 것 같아요.


OK금융그룹이 1, 2라운드 순항을 이어가다가 3라운드 꺾이게 됐습니다. 3라운드를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팀이 전체적으로 개막전부터 좋았어요. 저는 블로킹도 잘 막고 공격이랑 서브도 잘 풀리니깐 팀 경기도 자연스럽게 잘 풀리더라고요. 그런데 3라운드 때부터 팀에 부상이 생기고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들이 생겨났어요. 자연스럽게 경기도 안 풀리고 연패를 하면서 분위기도 떨어졌어요. 스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3라운드였습니다.


선수들끼리 어떻게 이겨내려고 했을까요.
물론 매 경기 ‘도전하는 마음으로 이기자’고 다짐하고 들어갔지만 배구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니깐 되게 어려웠어요. 형들도 ‘분위기가 올라가면 금방 좋아지고 경기도 잘 풀릴 거다. 좋은 시간이 올 거라고 믿고 하자’고 했는데, 결과가 안 따라줬죠. 3라운드는 저 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4라운드 때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라운드 첫 경기였던 대한항공을 상대로 깔끔한 셧아웃 승리를 거뒀습니다.
4라운드 첫 경기이자 2023년 마지막 경기였어요. 그리고 이번 시즌 대한항공한테 3라운드까지 모두 셧아웃으로 졌어요. 그래서 꼭 이 경기에 이겨서 새롭게 시작하자고 하면서 선수들끼리 다른 경기보다 다르게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정말 목숨 걸고 죽을 듯이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OK금융그룹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셧아웃으로 승리하면서 6연패 탈출과 함께 연승 시작을 알렸다.)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3라운드와 4라운드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우리도 해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또 오기상이 추구하는 것처럼 범실을 줄이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도 ‘범실하면 안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실력보다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범실이 나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크게 연연하지 않다 보니 범실이 더 줄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또 팀원들끼리 생각하는 믿음이 더 좋아졌습니다. 

 

오기상은 어떤 분이세요.
선수들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시는 분이에요. 선수들이 더 좋은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항상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와주세요.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주세요. 그리고 운동할 때는 코트 안에 있는 선수들처럼 똑같이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세요.
 

아보 코치님은 어떤가요.
아보상도 개인 스킬을 많이 알려주세요. 또 경기 영상이랑 기록도 분석하면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알려주시려고 해요. 아보상의 피드백에 선수들도 굉장히 집중해서 잘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V-리그 말고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음…아직은 없어요. 물론 기회가 온다면 생각은 해볼 것 같습니다.
 


영혼의 단짝
바야르사이한, 신호진 그리고 박태성


팀에 운명의 상대가 있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20번이요? 너무 오래 봤어요. 진짜 몇 년을 봐야 될지 모르겠는데, 최근에는 22번까지 들어왔어요. 이젠 지겹습니다(웃음), (바야르사이한과 신호진, 박태성은 인하대에서 함께했다. 특히 신호진이 인하사대부고 재학 중이던 2017년부터 만나 7년 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신호진과는 방도 마주보고 있다고요.
문만 열면 바로 호진이 방이예요. 밥 먹을 때부터 운동할 때까지 항상 마주쳐요. 정~말 지겹습니다. (박태성과는 숙소가 멀까요.) 아뇨? 같은 3층을 쓰고 있는데, 아주 조금 먼 곳에 있습니다.


대학교에 이어 프로에서도 같이 경기를 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만큼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아요. 그런데 대학교 때는 호진이가 뛰면 공격이든 서브든 다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무조건 득점이다’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상대가 프로 선수들이잖아요. 그래서 호진이가 준비를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또 범실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그래도 호진이는 체력도 좋고 경험도 많은 친구라서 더 높은 무대에서 뛰어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번 신인선수 드래프트 실시간으로 확인했을까요.
봤죠. 그리고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드래프트 전날 운동 끝나고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식당 나가는 쪽에 오기상이랑 아보상이 A4 종이를 두고 갔더라고요. 다들 밥 먹고 나가면서 곁눈질로 봤는데 드래프트 지명 우선 순위표였어요. 그 때 미팅하려고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선수들 거의 다 봤을 거예요. 거기에 1순위로 태성이가 있는 거죠. 그래서 방에 올라가자마자 태성이한테 연락해서 운동하라고 했죠. 그러면서 ‘좋은 결과 나올 거니 걱정 말라’고 했죠.


박태성이 처음 숙소 합류했을 때는 어땠나요.
‘제발 내 옆 방으로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처음 합류한 날 필요한 것들을 다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호진이한테도 물어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세 선수 뿐만 아니라 OK금융그룹에 유독 인하대 출신 선수들이 많아요. (바야르사이한, 신호진,박태성에 김웅비, 차지환, 박원빈까지 총 6명이 인하대 출신이다.)
3라운드 한국전력 경기 때 코트 안에 인하대 출신들로 꾸려진 적이 있어요. 2세트 때 세터 태성이, 아웃사이드 히터에 지환이 형이랑 웅비 형, 아포짓에 호진이, 미들블로커에 원빈이 형에 제가 있었죠. 원빈이 형이 서브를 넣으러 리베로랑 교체됐을 때가 있었는데 6명 모두가 인하대 출신이었죠.


그렇게 라인업이 꾸려졌을 때 어땠나요.
바로 최천식 감독님이 생각났어요. 이 때 감독님이 해설하고 있었으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됐을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그 날 최천식 감독이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SBS SPORTS가 생중계를 진행했으나, 문용관 해설위원이 중계에 함께했다.)


바야르사이한에게 최천식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아버지 같은 분이시죠. 지금의 제가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이 최천식 감독님이라고 생각하고 영원한 은사님이죠. 가끔 전화 드릴 때마다 ‘공격은 어떻게 해라, 블로킹은 어떻게 하라’고 아직도 가르쳐주고 계세요. 현장에서 만날 때는 바로 달려가서 인사드리죠.(웃음)


인하대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정말 행복했어요. 최천식 감독님이랑 이상래 코치님이라는 좋은 분들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2019년 인제대회 우승과 2022년 3관왕은 각각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요.
2019년에는 형들의 도움이 컸어요. 저는 제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만 하면서 이룬 우승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2022년은 제가 4학년이 됐으니깐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 있었어요. 더 성장한 상황에서 더 많은 우승을 이뤘던 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외국인 바야르사이한


어느덧 한국 생활 8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랑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때요.
거의 한국인 다 됐죠(웃음). 처음에는 한국 음식도 안 맞고 매운 것도 못 먹고, 어디 가면 아는 곳도 없었어요. 지금은 혼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한국어로 대화해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좋은 사람들을 알고 친하게 지낸다는 거죠.


바야르사이한이 추천해주는 한국 음식 궁금합니다.
갈비탕 좋아합니다(웃음). 인하대 후문 근처에 진짜 맛있는 갈비탕 집이 있어요.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발음이 있나요.
‘다녀오겠습니다’가 정말 어려웠어요. ‘-겠습니다’라는 발음이 낯설더라고요.


‘바이라’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데, 친형의 이름이라고 들었습니다.
순천제일고에 갔는데 모두가 ‘바이라’라고 부르더라고요. 그게 자연스럽게 인하대로 넘어오게 됐죠. 그리고 지금은 프로 팀까지 오게 됐습니다.


향수병은 어떻게 극복하나요.
처음에는 정말 컸어요. 집에서 멀리 떠난 적이 없었으니 집에 가고 싶고 가족들도 보고 싶었죠. 이제는 시간이 주어지면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깐 많이 힘들지는 않아요. 가족들이랑 영상 통화하는 게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에요.


몽골 가족들이 한국에 온 적은 있나요.
아니요. 아직까지 없는데, 아마 2월 말에 보러 들어올 것 같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을까요.
좋은 활약 보여주면서 우승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가 왔습니다. 끝으로 팬분들에게 한 말씀 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저를 많이 응원해 주신 만큼 저도 좋은 경기력으로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