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소중함을 아는 이타주의자, GS칼텍스 분위기메이커 김유리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8 0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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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미들블로커 김유리는 자신이 주연도 아니고, 조연도 아니고, 신스틸러도 아니라고 말한다. 엑스트라라고 스스로를 말한다. 늘 자신보다 동료들이 더 잘 되길 바란다. 2월 5일 흥국생명전 화제의 눈물 인터뷰를 통해 V-리그 팬들의 마음을 울린 김유리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김유리를 더 자세히 알았다.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의 주위 사람을 아끼고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마음씨 따뜻한 여자라는걸. <더스파이크>는 올 시즌 V-리그 핫스타로 떠오른 김유리를 '눈물의 인터뷰'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2월 중순 경기도 청평 GS칼텍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동료들 덕분에 오히려 돋보였죠”

눈물 인터뷰 주인공 김유리

 

Q__정말 뜨거운 스타입니다. 인기 실감하시나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위 동료들 덕분에 오히려 돋보였던 것 같아요. 감사하죠. 


Q__흥국생명전(2월 5일) 끝나고 데뷔 첫 주관 방송사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때 눈물 인터뷰가 여전히 화제입니다. 앞으로 인터뷰할 때마다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에이, 아니에요. 그날 참았던 눈물이 ‘펑’ 터졌어요. 이기고 나서 선수들이랑 환호하고 좋아하는데 구단 관계자가 마스크 주면서 “방송사 인터뷰해야 한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와 내가?’라고 생각했죠. 마이크 차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준비한 말도 없었죠. 선수들이 제 주위를 둘러싸는데 머리가 하얘지는 거예요. 그리고 눈물도 참고 있었는데 (한)유미 언니가 우는 순간 저도 울었죠. 그 영상을 지금 다시 보니 부끄럽더라고요. 나이가 많아지다 보니 눈물이 많아졌죠. 주책이죠?


Q__끝나고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진짜 500통 넘게 연락이 왔어요. 팬들 메시지도 일일이 답장을 해줬어요. 물론 패한 경기 때는 바로 답장을 못해주지만 이겼을 때는 바로 답장을 해주는 편이거든요. 기분이 너무 좋았죠. 

 

Q__부모님도 기뻐해 주셨을 것 같아요.

엄마는 TV 보면서 같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아빠는 어디서 술 드시고 계셔서 그 장면을 못 봤을 거예요(웃음). 집안 경사죠.

 

Q__어떤 순간이 그렇게 힘들었나요.

이런 생각이 나더라고요. ‘신인 때 맨날 청소만 하다가 드디어 나도 언니들이 하던 인터뷰를 하는구나! 한번 서볼 수 있구나’라고요. 모든 게 울컥했어요. 아 그리고 그날 쌍코피가 터졌거든요. 피 봐서 잘 된 걸까요. 

 

Q__함께 눈물을 흘렸던 한유미 KBSN스포츠 해설위원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원래 친하지는 않았어요. 초창기 GS칼텍스에 넘어왔을 때 개인사로 인해 힘들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언니가 “나가면 힘들 것이다”라고 격려해 준 게 전부였죠. 그러다 지난해 여름에 ‘스카우팅 리포트’ 때문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왠지 모르게 언니에게 속마음을 다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진짜 언니한테 다 털어놨어요. 힘든 순간이 그때는 다 떠오르면서 다 말하게 되더라고요. 힘든 순간이 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게 딱 맞았어요. 

 

Q__눈물 인터뷰 당시에도 화제가 됐지만, GS칼텍스는 분위기가 좋아 보여요. 뭔가 비결이 있나요.

이젠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가 잡혔어요. 지더라도 좋은 분위기가 유지돼요. 가라앉는 게 없어요. 감독님도 장난을 잘 받아줘요. 선수들이 장난치면서 스스럼없이 다가가요. 즐겁게 경기를 하려고 해요. 저 역시도 어색한 것을 싫어하거든요. 먼저 다가가고요. 항상 좋게 분위기를 만들려고 서로 노력했던 게 지금의 GS칼텍스를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이 팀 처음 왔을 때부터 감독님께서는 팀워크를 강조하셨어요.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성적을 제외하면 팀워크가 가장 중요해요. 팀워크가 좋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없다고 봐요.

 

Q__김유리 선수가 뽑은 팀 내 분위기메이커는 누구인가요.

정말 이상한 동생들이 많아요(웃음). (권)민지, (한)수진이도 있고요. 아, 요즘은 러츠도 재밌어요. 러츠가 (강)소휘랑 (안)혜진이한테 “인성 쓰레기”라고 말하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Q__10살 차이 나는 이현 선수와 절친으로 소문났어요. 어떻게 친해졌는지도 궁금해요. 

왜 친해졌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지금은 껌딱지고 친한 동생이에요. 제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거든요. 항상 동생들에게 퍼주고 어디 함께 놀러 가곤 하죠.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현이랑 매니저 언니랑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갔다 오려고요. 

 

 

부산여중 3학년 때 배구 시작

2010년 1R 2순위로 프로 입단

 

Q__김유리 선수의 배구 인생도 알아보고 싶어요. 언제 처음 배구를 시작했나요.

부산여중 3학년 때 배구를 처음 시작했어요. 지각해서 학교에 뛰어가고 있는데 배구부 코치님이 저를 보고 갑자기 ‘배구할 생각 없냐’라고 물어보더시더라고요. 안 한다고 계속 버티다가 ‘그냥 한 번만 구경해보고 가라’고 계속 말씀하셨죠. 그래서 한 번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요. 그리고 끝나고 피자, 치킨도 주는 것을 보고 한다고 했죠. 사실 먹는 게 좋아 배구를 했다고 봐도 돼요. 그때 당시에 집이 가난했기에 먹는 것에 예민했거든요.


Q__처음 맡았던 포지션도 궁금하네요.

그때도 미들블로커였어요. 그런데 다시 돌아간다면 세터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제 마음대로 공을 주고 싶어요. 아, 다시 태어나면 배구를 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부자로 편하게 살고 싶어요. 이번 생에 너무 고생을 많이 했어요. 

 

Q__학창 시절 배구하면서 어떤 게 가장 힘들던가요.

체력이죠. 어릴 때는 운동장 한 바퀴 뛰는 것도 힘들었어요. 다른 애들보다 늦게 시작했잖아요. 체력이 좋지 못했죠. 또 자세 낮추고 수비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지금도 체력이 안 좋긴 하지만 예전에는 아예 따라가지 못했어요. 

 

Q__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 배구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요.

엄마, 아빠가 좋아하니까요. 지금 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도 엄마, 아빠가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저 스스로 행복해서 배구를 한 적이 없어요. 그래도 지금은 ‘참고했던 게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전까지는 배구하면서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요. 행복한 배구와 재밌는 배구의 뜻은 다르잖아요. 재밌게는 하는데, 뭔가 제 마음속으로 행복함을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Q__그리고 배구 시작 4년 만에 프로팀 지명을 받습니다(2010-2011시즌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았다). 이 정도면 체력 문제를 떠나 배구 실력이 뛰어났다고 봐도 될까요. 

체력은 좋지 않은데 운동 신경이 좋았다고 봐요. 습득력이 좋았어요.

 

Q__그런데 두 시즌 뛰고 돌연 팀을 떠났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나요. 

나이 많은 언니들이랑 잘 지내니 한 선배 선수가 계속 시샘을 했죠. 그리고 원래 신인 선수의 자리는 힘든 자리가 맞아요. 그런데 팀에 합류해보니 TV에서 봤던 게 다 거짓말 같더라고요. 다들 지금도 프로만 바라보는데, 솔직히 말하면 보이는 그대로 믿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프로의 화려함’만 보고 프로를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__배구 그만둔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편의점 알바도 하고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도 이어갔습니다. 

인생의 반을 배구만 했잖아요. 다른 일(편의점 알바)을 한다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편의점 사장님도 가지 말라고 붙잡을 정도였어요. 일을 착착 잘했어요. 한 3개월 정도 지났나, 제가 배구를 놓으면 배구도 저를 놓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대구시청을 갔는데 거기서 인생을 배웠죠. 술도 처음 배웠고요. 

 

Q__실업팀 생활이나 지원은 어때요.

고등학교랑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프로는 다 주잖아요. 그런데 실업은 아니에요. 실업은 뭐든 조금씩 주고, 배구화나 이런 것은 또 각자 사야 됐어요. 다행히 양산시청은 다른 실업팀들에 비해 지원은 좋았어요. 

 


Q__실업팀에서 느낀 게 많았을 것 같은데요.

흥국생명에서 나가지 않고 계속 있었으면 지금까지 배구를 못 했을 거라고 봐요. 힘들어서 나가던가, 주전 자리에서 밀려서 나가던가 배구의 재미를 못 느꼈을 거예요. 20대 초반 겪은 2~3년의 고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봐요. 

 

Q__지금 주전 경쟁이나 여러 이유로 힘들어할 선수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요. 실업이든 프로든 다른 게 없어요. 지금 조금 돌아간다고 해서 위축되지 말고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팀만 봐도 저보다 못하는 친구가 없어요. 동생들이 체력 운동할 때 힘들어해도 ‘야, 내가 꼴찌인데 뭐가 문제야’라고 해요. 다른 선수들이 저를 보고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__약 2년의 야인 생활을 마치고 IBK기업은행으로 갔습니다. 당시 이정철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요.

원래 대구시청 가기 전에도 KGC인삼공사, GS칼텍스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때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다 가기 싫다고 했어요. 양산시청 가려고 준비할 때도 IBK기업은행에서 연락이 왔죠. 1년 내내 왔어요. 한 번 갈까 생각하다가 주위에서 마지막 도전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IBK기업은행 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Q__IBK기업은행에서 뛸 때는 배구의 새로운 재미를 느꼈을 것 같아요.

거기에는 제 동기들이 많았어요. 재밌었어요.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채)선아(KGC인삼공사)가 있었고요. (김)사니 언니랑도 친했기 때문에 편했어요. 그냥 재밌었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랬는지 다 재밌더라고요. 

 

Q__우승도 경험했으니 좋은 추억이 가득할 것 같아요. 

그렇죠.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외인이었던 맥마흔이 손가락을 다치고 (김)희진이도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결장을 했어요. 다들 그 경기는 포기하고 우승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우승을 했잖아요. 감독님도 ‘정철TV’에서 그 장면 보고 울고 계시더라고요(웃음). 정말 왜 우셨는지. 지금도 감독님이랑은 꾸준히 연락을 해요. 인터뷰 보고 연락도 오셨고요. 고마운 분이시죠.

 

 

김유리 하면 떠오르는 ‘차노스’

“저와는 술친구, 낚시 친구죠”

 

Q__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요.

수훈 선수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IBK기업은행에서 이뤘던 우승이 가장 기뻤는데 이젠 2위로 밀려났어요(웃음). 그 인터뷰를 하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됐어요. 조금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었어요. 아쉬운 순간을 뽑으면 지난 시즌이죠. 현대건설과 승점 차가 얼마 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리그가 조기 종료되니 선수들도 많이 아쉽더라고요. 

 

Q__김유리 선수하면 이정철 감독님도 떠오르지만, ‘차노스’ 차상현 감독님도 떠오릅니다. 감독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처음에는 애증의 관계였지만 지금은 술친구, 낚시 친구죠. 감독님 때문에 낚시를 배우게 됐어요. 기다림의 미학이 좋더라고요. 

 

Q__감독님과 평소 관계는 어때요. 

진짜 친구같이 지내요. 제가 어리지 않고 알아서 잘 하니까 감독님께서 항상 ‘멘탈 나간 친구들에게 가서 이야기를 조금 나눠봐라’라고 하더라고요. (한)수지 언니나 저에게는 터치를 안 해요. 배려해 주면서 알아서 해주길 바라요. 우리를 믿어 주세요. 애증의 관계에서 신뢰, 믿음이 많이 쌓였죠.

 


Q__감독님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거의 다 공개가 됐는데 뭐가 있을까요. 아, 방송에서 말 안 한 게 있어요. 서로 방귀를 틔었어요. 저는 원래 틔었는데, 감독님도 회식 후 틔었는데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Q__한수지 선수를 제외하면 팀의 맏언니에요. 일찍 베테랑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베테랑은 아니에요. 그냥 언니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들 말을 잘 들어요. 물론 제 성격이 센 것도 있지만 동생들이 말을 잘 들어요. 하나하나 행동을 가르쳐주고, 잘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혼을 내요. 안 그러면 잘못한 줄 모르고 그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고치다 보니 서로 뭉치게 되네요.

 

 

인간관계의 소중함, 새로운 인연

30대 되어 많은 걸 느끼다

 

Q__30대에 접어들었어요. 20대와 30대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고 하는데, 어때요. 

29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나이 앞자리 바뀌는 게 크게 다가오더라요. 나이 먹는 슬픔도 있었지만 29살에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거를 사람은 거르고, 잡고 싶은 사람은 잡았어요. 30대가 되니 정말 제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보이더라요. 그 사람이 내 편인지 아닌지도 다 보이고, 내가 좋아하면 다 내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요.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 30대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른 인연을 기다리고 있어요. 

 

Q__30대 되면 결혼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결혼 생각은 20대부터 했죠(웃음). 그런데 저는 결혼보다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기 엄마. 최근에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에 가서 혼자 아기를 낳았잖아요. 그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남자는 그놈이 그놈이에요(웃음). 우리 엄마처럼 딸을 바라보는 재미를 느끼며 살고 싶어요. 아들은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하더라고요.

 

Q__결혼 생각은 없는 거예요.

사실 일찍 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너 이러다가 결혼 못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고요. 제가 결혼하면 울 것 같다고 하셨는데…한동안은 못 할 것 같아요. 

 

Q__혹시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어릴 때는 키 크고, ‘푸우’ 같고, 개그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뭔가 힘들 때 위로받고 싶고 제 자신의 힘듦을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개념 있는 사람 만나고 싶어요.

 

 

인성이 최고였던 김유리

동생들에게 힘이 되었던 김유리

 

Q__우승으로 가는 길에 팀이 보완해야 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브가 안 터지는 날에 상대에게 반격 기회를 자주 주고 있어요. 서브 범실이 없도록 해야 돼요. 분위기가 안 처지는 것도 중요하죠.

 

Q__우승컵을 들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요.

그때도 진짜 펑펑 울 것 같아요. ‘이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내가 우승을 하다니’하며 감격할 것 같네요. 강남대에서 운동하고 아파트에서 눈칫밥 먹으며 살던 시절이 다 생각날 것 같아요. 강남대에서 히터 없이 운동하고 야간 운동을 못 할 때도 있었고, 심지어 대학교 동아리 운동해야 된다고 쫓겨난 적도 있었거든요. 이번에 우승하면 지금까지 겪은 힘듦을 다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__우승도 중요하지만 올 시즌 끝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네요. 

다시 돌아왔을 때 첫 FA까지만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두 번째네요. 그래도 저는 부담이 없어요. 제 자리에서 제 것만 신경 쓰는 게 중요해요. 부담감은 없어요. 부담은 (이)소영이, (강)소휘, 수지 언니가 많을 거예요.

 

Q__배구 선수 생활하면서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기에 정말로 엄마가 되고 싶어요. MVP나 이런저런 상이 제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시상식 욕심도 전혀 없어요. 동료들이 받으면 좋아요. 그리고 제가 낸 득점보다 동생들이 낸 득점이 좋고요. 우리 팀 선수들 중에서 상을 받는 선수가 많아졌면 좋겠어요. 

 

Q__조연의 자리에서 주연의 자리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전 늘 조연이 좋아요. 아, 조연도 안 어울리고 주연은 더 어울리지 않아요. 신스틸러도 민지 같은 동생들이 어울리죠. 그저 저는 동생들을 감싸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애들 힘들 때 감싸주고, 팀이 잘 안될 때 으샤으샤해주는 게 제가 해야 될 역할이에요. 영화로 따지면 ‘엑스트라’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잠깐 치고 빠지는 역할이요.

 

Q__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늘 이야기하듯이 인성이 최고였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요즘은 경기 못 뛰는 선수들이 많고, ‘혹시 내가 잘리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 선수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유리 언니 때문에 잘 견뎠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Q__배구 인생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다면요.

팀이 우승하고 모두가 박수칠 때 나가고 싶어요. 그때는 체육관에 관중들이 모두 들어와 저 가는 마지막 길을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 서른셋 넷까지만 배구를 하고 싶어요. 적절한 시기에 배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 보고픈 욕심이 있어요. 다들 좋아해 줄때 나가고 싶어요.

 

Q__배구 인생에 있어 가장 고마운 사람을 뽑아보면 어떨까요. 

첫 번째는 엄마, 아빠예요. 어렸을 때는 배구하기 싫다고 도망가고, 할머니 집에 숨어 있고 했어요. 그런데도 항상 믿고 기다려줬어요. 요즘 제가 잘 하니 집안 경사가 따로 없어요. 그리고 저를 가르쳐주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려요. 저를 처음 지명한 일본인 반다이라 감독부터 해서요. 반다이라 마모루 감독님 사람 진짜 좋아요. 실업팀 감독님들, 이정철-차상현 감독님까지. 아, 우리 동료들도 고마워요.

 

Q__정말 김유리 선수와 인터뷰하면서 저 역시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던 것 같네요.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솔직히 <더스파이크> 인터뷰한다고 해서 그 전에 ‘선수들이 어떻게 말하고 사진 찍었나’하고 다 찾아봤어요. 그거 보면서 ‘다들 인터뷰할 때 나는 뭐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해서 기분이 좋아요.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낀 게 뭐냐면 절대 제가 잘 해서 한 게 아니에요.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고 그 안에는 우리 동료들이 있어요. 정말 고마워, 우리 동료들.

 

Q__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남기며 인터뷰 마무리할까요.

팬분들이 항상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세요. ‘이런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랄 때가 많죠. 율공주, 율공주 불러주며 응원해 줘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 동생들, 언니 잘 따라와 줘 고마워. 감독님도 저 때문에 힘드실 텐데 믿어줘서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고마워요. 

 

 

김유리 프로필

생년월일 1991. 09. 11

소속 GS칼텍스

신장 180cm

출신교 부산여중-경남여고

포지션 미들블로커

프로지명

2010-2011시즌 1라운드 2순위 흥국생명 지명

주요경력

2010~2012 흥국생명

2013 대구시청

2014 양산시청

2014~2017 IBK기업은행

2017 현대건설

2017~ GS칼텍스

 

글. 이정원 기자

인터뷰 사진. 문복주 기자

경기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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