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하유정이 꿈꾸는 미래 "우승, 자신 있어요! 느낌이 좋아요"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8 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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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최근 몇 년간 정대영, 배유나를 받쳐줄 미들블로커 부재로 애를 먹었다. 다음 시즌에는 그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배구 팬들에게 하준임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하유정이 팀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유정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도로공사 중앙에 큰 힘이 되어준 선수였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멤버로 활약했던 하유정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다. 그런 하유정이 약 5년 만에 돌아왔기에, 도로공사는 물론이고 많은 팬들도 복귀를 반기고 있다. 다시 돌아온 하유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더스파이크>가 경북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연습체육관을 찾았다(인터뷰는 6월 중순 진행됐습니다).
 

 


“밝게 웃는 선수들의 모습
제 마음을 흔들었죠”

Q__만나서 반갑습니다. 5년 만에 한국도로공사에서 비시즌을 보내고 있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먼저 인사를 드려야 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도로공사 하유정입니다. 지금은 볼 운동보다는 웨이트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요. 컨디션은 한 40~5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체중 조절도 잘 하고 있어요.

Q__오랜만에 프로에서 비시즌 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적응은 다 됐나요.
딱히 적응이라는 말을 꺼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5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적응은 빨리했다고 봐요.

Q__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한 가지 짚고 갈 점이 있어요. ‘하준임’이라는 이름에서 ‘하유정’으로 개명을 했어요. 이유가 있다면요.
팀에서 나온 이후, 아무 생각 없이 2017년에 어머니의 권유로 하게 됐어요. 있을 ‘유’에 나무바를 ‘정’으로 만들었어요. 큰 뜻은 없어요.

Q__많은 이들이 하유정 선수가 5년 만에 복귀를 택한 데에 대해 이유를 알고 싶어해요. 전격 복귀를 택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 박종익 코치님에게 권유를 받았어요. 전화를 받고 뭔가 프로에 다시 가면 설렐 것 같더라고요.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물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한동안 배구를 하지도 않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있었죠. 하지만 박종익 코치님께서 ‘많이 쉬었으니까 지금 당장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올 시즌은 원포인트 블로커로 시작해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앞만 보기보다는 미래를 보려고 했어요.

Q__배구에 대한 미련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에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도 들어요.
미련이 있었죠. 배구를 그만두고 TV 중계를 본 적이 있어요. 밖에서 보는데 코트 위에서 선수들의 밝은 표정, 즐겁게 배구하는 그 모습이 제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게 뭐나면 ‘왜 나는 선수 때 저렇게 못했을까. 내가 다시 가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도로공사의 연락을 받고 ‘한번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죠.

Q__김종민 감독님은 하유정 선수에게 어떤 축하의 메시지를 전해주던가요.
감독님께서도 ‘너무 급하게 하려 하지 말고 몸부터 만들어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Q__부모님을 포함해 유정 선수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복귀를 축하해 줬을 것 같아요.

축하한다는 말 많이 들었죠.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네가 들어가서 다시 생활할 수 있겠냐’라고 농담 삼아 말하더라고요(웃음). 밖에서는 자유롭게 지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숙소 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런 말을 한 사람들도 있었죠. 사실 부모님에게는 복귀가 결정되고 나서 말씀드렸어요. 고민하고 있을 때 말했다가, 나중에 틀어지면 또 실망하실 수도 있잖아요. 혼자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복귀가 확정되었을 때 말씀드렸는데 좋아하셨죠.

 


Q__코트에 돌아와 설레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부담감도 클 것 같아요.
부담감이 많죠. 그래도 코치님들이 지금은 부담 가지지 말고 원포인트 블로커 한 자리만 해주면 된다고 하시면서 격려해 주세요.


Q__유정 선수는 데뷔 후 2016년 나가기 전까지 한국도로공사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잖아요. 만약 도로공사가 아니었더라도 다시 돌아왔을까요.
음…생각은 안 해봤는데, 타 구단에서 콜이 왔어도 고민은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도로공사잖아요. 여기서만 뛰었으니까 더욱 오고 싶었죠.


밖에서 보낸 5년의 세월
“역시 배구장이 편해요”

Q__약 5년 정도 야인 생활을 하다 다시 돌아왔어요. 2016년과 2021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들어왔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 달라진 점이 없어요. 운동 스타일이나 생활 패턴도 모두 다 그대로 비슷해요.

Q__아무래도 김천 연습체육관에서 일 년 정도 생활을 해봤기에 그렇게 느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죠. 변한 구조가 없어 좋죠. 그리고 친한 선수들도 많아요. (문)정원이랑 제일 오래 호흡을 맞췄거든요. (이)고은이도 그때는 도로공사에 있었고요. 아, (임)명옥 언니랑 (정)대영 언니도 있었고요.

Q__많은 팬들이 5년의 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해요.
2016년에 도로공사를 나와 대구시청에 잠시 있었어요. 전국체전만 뛰고 바로 팀을 나왔죠. 그리고 1년 가까이는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놀았어요. 그러다 더 이상 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헬스장에서 스피닝을 해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재밌게 운동하는 강사님이 멋있게 보이더라고요(웃음). ‘이거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대전으로 갔죠. 거기서 자격증도 따고 강사 생활을 했죠.

Q__왜 본가가 있는 경남 진주가 아닌 대전으로 갔나요.
왜 대전으로 갔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아, 예전에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차)희선이가 대전에 살았어요. 같이 있으면 편하겠다 싶어 갔죠. 스피닝 강사를 한 3년 정도 했는데 적성에도 잘 맞았고, 너무 재밌었어요.

Q__스피닝 강사를 하면서 유정 선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대전에서 수업을 할 때였는데, 지금 흥국생명에서 뛰는 (김)미연이에게 연락이 온 거예요. ‘언니, 대전에서 스피닝 강사로 일한다면서요?’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냐’라고 하니까 자기 아는 사람한테 연락 왔다고 하는데 ‘세상 정말 좁구나’라는 걸 느꼈죠.  

 

 

Q__스피닝 강사를 한 3년 정도 하고, 작년에는 산청군체육회에서 동호인들을 상대로 배구 수업도 했다고요.
한 11개월? 그 정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수업을 하지 못했어요. 대부분이 재택 수업이었어요. 뭐 하려고 하면 코로나19 터져서 하지 못해 아쉬웠죠.

Q__배구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밖에 있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배운 점은 크게 없어요. 아, 그래도 구단에 있을 때가 편하고 좋은 거라는 걸 느꼈어요. 밖에 나가면 마음은 편한데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그런데 선수 생활을 하면 훈련은 힘들지 몰라도 구단에서 다 해주잖아요.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배구 ‘Stop’
하지만 그만둔 후회는 없었다

Q__배구를 안 하는 동안에도 선수들과 연락은 자주 했나요.
원래 먼저 연락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오래전에 도로공사에서 함께 뛴 선수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어요. 거기서도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정도예요. 시즌 끝나면 한두 번 정도 모이곤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모이지도 않고요.

Q__그래도 친한 선수는 누구인가요.
정원이요. 정원이가 이번에 왔을 때도 먼저 와서 말도 많이 걸어주고 편하게 해줬어요.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생각했는데 정원이 덕분에 적응을 빨리하고 있죠.

Q__2016년 배구를 그만둔 이유, 아무래도 허리 문제가 가장 크겠죠.
2015년에 허리 수술을 하고 나서 1년 가까이 재활만 했어요. 재활을 하면 훈련을 못 하잖아요. 밖에서 멍하니 바라봐야 하고요. 그런데 후배들은 올라오고 내 자리는 없어지고 힘들었죠.

Q__후회는 없나요.
후회는 없어요. 5년 동안 새로운 걸 많이 했으니까요.

Q__양효진(현대건설), 배유나(한국도로공사) 등 드래프트 동기들을 보면서 배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을 것 같은데요.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그냥 TV로 보면서 ‘와, 멋있다! 잘한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Q__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 돌아왔잖아요. 이전과 마음가짐에 차이가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빨리 몸 만들어 선수들과 배구 훈련, 볼 훈련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지금이 너무 설레고 한편으론 긴장도 돼요. ‘설렘 반, 긴장 반’이에요. 신인 시절로 돌아간 마음이에요.

 


Q__20대 하유정과 30대 하유정, 어떤 점이 다를까요.
아직 볼 훈련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냥 행복해요. 마음가짐이 정말 달라요. 20대에는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했어요. 배구 훈련이 힘들어도 참고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그냥 힘들어도 힘들다는 생각 없이 다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__프로에 있으면서 가장 기쁜 순간과 힘든 순간도 궁금한데요.
기쁜 순간을 뽑자면 2011년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컵대회 우승 했을 때가 떠올라요. 도로공사에 있으면서 처음 우승을 경험해 봤거든요. 힘든 순간은 당연히 2015년에 허리 수술하고 재활했을 때죠. 디스크가 다 터졌거든요. 밖에서 지켜보면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데 아쉬웠죠.

Q__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도 궁금해요.
지금까지 제가 만난 코치님들이랑 선수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 번씩 운동을 힘들어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언니들이랑 코치님들이 잡아줬어요. 운동하기 싫어 표정이 안 좋았을 때도 언니들이 옆으로 와 힘주고, 좋게 말해줬어요. 옆에 좋은 언니들이 많아 행복했어요.


하유정이 꿈꾸는 장면
“우승하고 다같이 얼싸안고 싶어”

Q__이제 30대를 훌쩍 지났으니 결혼도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 같아요.
아직 결혼 생각은 안 해봤어요. 때 되면 하지 않을까요.

Q__2021년 컵대회 개막까지 한 달 정도 남았어요. 복귀 무대 전까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요.
빨리 몸을 만들어야죠. 원포인트 블로커로 들어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오랜만에 경기를 뛰게 된다면 프로 처음 왔을 때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신인 데뷔전 때는 혼자 코트 위에서 ‘멍’하고 있었거든요. 나 혼자 코트 위에 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만큼의 기분은 아니겠지만 신인 시절 감정이 떠오를 것 같아요.

Q__<더스파이크>와 복귀 전화 인터뷰 당시 “도로공사와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라고 했어요. 정말 자신 있나요.
우승, 자신이 있어요.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다가오는 시즌에는 (이)고은이가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제 컨디션이 빨리 올라와 전위 한 바퀴 정도는 돌고 나오고 싶어요.

Q__새로운 배구 인생이 시작됐어요.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도 시즌에 들어간다면 경기당 블로킹 하나씩은 꼭 잡고 싶어요.



Q__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온 하유정 선수는 어떤 선수로 남고 싶으신가요.
성실하고, 꾸준하고, 열심히 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조용조용하게 잘 했다는 이야기 듣고 싶어요.

Q__하유정 선수가 꿈꾸는 마지막 장면을 그려본다면요.
마지막에는 도로공사 선수들과 다 같이 우승하고, 얼싸안고 싶어요.

Q__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 같아요. 유정 선수의 마음을 전한다면요.
제가 다시 배구 코트에 돌아왔습니다. 빨리 몸 만들어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다시 돌아온 만큼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Q__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각오 한 마디 남기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유정아! 팀에서 밝고, 재밌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 가지고 코트 위에서 좋은 모습만 보이자.


하유정 프로필
생년월일 1989.12.26
소속 한국도로공사
신장/체중 188cm/72kg
포지션 미들블로커
출신교 대구여중-대구여고
프로입단 2007-2008시즌 1라운드 3순위 한국도로공사 지명
주요경력
2007~2016 한국도로공사
2008-2009시즌 기량발전상
2012 런던올림픽 국가대표(4위)
2021~한국도로공사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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