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문성민…"과분한 사랑 받았다"

천안/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1 03: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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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문성민(39·현대캐피탈)이 코트를 떠난다. 2010년 처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지 15년 만이다.

역대 최고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를 논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선수. 바로 문성민이다. 그는 레오(현대캐피탈·6649점)와 박철우(전 한국전력·6623점)에 이어 4813점으로 V리그 통산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특히 2016~2017시즌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동시 석권하며 현대캐피탈의 창단 세 번째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뿐 아니라 2010년 광저우 대회 동메달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의 퇴장.

그런 문성민의 마지막 모습은 잔잔한 호수처럼 차분했다. 다만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그윽했다. 그는 지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니 조금은 울컥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구를 하면서 운이 좋았다. 최고의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선배들뿐 아니라 친구들과 후배들까지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까지 오래도록 즐겁게 배구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현대캐피탈은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앞서 말한 2016~2017시즌의 문성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시즌 현대캐피탈은 V리그 역대 최다인 18연승을 질주한 바 있다.

문성민은 "18연승을 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정말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최태웅 감독님을 필두로 즐겁고 재밌게 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들이 코트에서 드러났다. 단순히 경기를 치른다기보다는 놀러간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그로부터 2년 뒤. 현대캐피탈은 2018~2019시즌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후 기약 없는 세대 교체에 돌입하면서 '명가'의 자존심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문성민은 팀이 어려울 때 떠나지 않았다. 그대로 현대캐피탈에 남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갔다.

기다림의 결실은 아름다웠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 역대 최단기 정규리그 1위 확정과 최고 승점 기록까지 모조리 경신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11년 만에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창단 첫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지금은 (허)수봉이를 필두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팀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는 동안 수봉이를 포함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만에 우승했을 때(2016~2017시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배구 인생에 있어서 여러 의미가 있었던 시즌"이라고 전했다.

문성민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유광우 한선수(이상 대한항공) 박상하(KB손해보험) 등이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부터 몇 년 안 남았다고 서로 안부 인사처럼 보내고 있다. 서로 마음의 준비를 했고 (유)광우 형, (신)영석이, 상하, (한)선수 형까지 다들 아직 잘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몸 관리를 잘해 한국 배구에 좀 더 이바지해 줬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얘기했다.

문성민이 처음 프로의 꿈을 이룬 곳은 현대캐피탈이 아니다. 경기대학교 4학년이던 2008년 독일 리그로 진출한 뒤 튀르키예 무대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갔고 언어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었다"는 문성민은 "부상이 없었다면 한 번 더 해외로 나갈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누가 현대캐피탈이라는 팀에 들어와 다시 나가고 싶어할까"라며 씨익 웃었다.

긴 프로 생활을 뒤로하고 유니폼을 벗는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는 꼭 천안에서 드리고 싶었다"는 문성민은 "오늘(20일)이 선수로서 마지막"이라며 "(은퇴 이후 삶에 대해) 구단과 먼저 상의하겠다. 시즌이 끝나고 제대로 얘기할 계획이다. 배구와 관련한 일이라면 뭐든 열어 놓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팬들에게 처음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직접 은퇴식까지 와 축하해 줘서 감사드린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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