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고집 사이…KB손해보험 울고 웃게 한 황택의의 판단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3 02:57:3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렇게까지 많이 줄 줄은 몰랐다."

KB손해보험은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세트 점수 3대1로 꺾었다.

창단 첫 9연승. 하지만 뒷맛이 개운한 승리는 아니었다. 자칫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나선 한국전력에 풀 세트까지 끌려갈 뻔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KB손해보험으로선 영 찝찝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는 이날 보는 이들에게 한 가지 의문을 품게 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속공을 사용한 것이다. 한국전력(11개)의 3배에 가까운 27개(세트당 6.75개). 팀 공격 비중의 31.8%에 달하는 개수였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세트당 평균 속공 3.87개를 기록 중이다.

KB손해보험이 이날 1, 2세트를 먼저 따고도 셧아웃 승리를 거두지 못한 데는 황택의와 미들블로커들의 엇박자가 결정적이었다. 박상하 스스로 "3세트는 우리(박상하·황택의) 때문에 진 거나 다름없다. 택의도 답답했겠지만 나도 화가 많이 났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황택의가 3세트 때 억지로 속공을 쓰기보다는 외국인 공격수 비예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시즌 남자부 득점 1위(734점)를 달리고 있는 비예나의 3세트 공격 점유율은 25.9%에 불과했다.

그러나 황택의는 4세트 들어 뚝심과 고집의 차이를 보여 줬다. 한 세트에만 속공 9개를 사용해 그중 7개를 득점으로 연결한 것이다. 특히 팀이 26-25로 세트 포인트를 맞은 때 오른쪽 전위에서 공격 준비를 마친 비예나를 흘끔 쳐다보고 백 토스 자세를 취하고는, 상대 블로커들을 완전히 속이고 앞에 있는 박상하에게 공을 내줘 승부를 매듭지었다. "3세트 때 개인적으로 경기가 잘 안 풀려서 택의에게 4세트에 내 쪽으로 공을 더 많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많이 줄 줄은 몰랐다. 마지막에도 왠지 비예나가 아니라 나를 줄 것 같더라"는 게 박상하의 말이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황택의의 이 같은 판단을 존중했다. 그는 "경기 초반에는 우리의 플레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박상하가 속공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었는데, 황택의가 이를 곧바로 눈치 채고 다른 공격수들을 사용해 경기를 풀어 나갔다. 그러면서 상대의 박상하에 대한 경계가 늦춰졌고, 이를 황택의가 다시 캐치해 현명하게 잘 대처했다"며 "경기를 치르다 보면 늘 예상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황택의의 좋은 대처 능력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