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감독·김연경 그리고 흥국생명의 잊지 못할 하루 '2021년 2월 19일'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0 02: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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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2021년 2월 19일'을 기억하라. 이제 흥국생명은 이날을 기점으로 다시 비상을 준비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1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두며 길고 길었던 팀 시즌 최다 연패 4연패에서 벗어났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이고 선두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이날 승리는 흥국생명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준다. 

 

최근 흥국생명은 주축 선수였던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인해 팀 성적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를 내렸다. 

 

1, 2라운드 전승을 달리던 흥국생명은 5라운드에 없었다. 그저 힘없는 사자처럼 흥국생명은 계속 아쉬운 성적만을 보이고 있었다. 5일 GS칼텍스전, 11일 한국도로공사전, 16일 IBK기업은행전까지 모두 0-3으로 패했다. 1월 31일 현대건설전 패까지 포함하면 5라운드 전패였다.

 

그리고 맞은 KGC인삼공사전. 사실 이날 경기도 흥국생명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박미희 감독은 "연패 과정 속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힘은 들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박미희 감독의 바람처럼 선수들은 100% 아니 200%의 힘을 쏟아부었다. 김연경, 김미연 등 베테랑은 물론이고 박혜진, 박현주 등 교체로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힘을 냈다. 그리고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동료들의 플레이에 환호를 내질렀다. 

 

박미희 감독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이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낙제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던 브루나도 맹활약했다. KGC인삼공사는 흥국생명 분위기에 휘말렸다. 결국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마지막 득점과 함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흥국생명 선수들은 챔프전 우승이라도 한 듯 코트 위로 뛰어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힘든 순간을 겪고 맞이한 승리여서 그런지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도 그 순간만큼은 승리의 뿌듯함을 느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미희 감독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기도 했다. 박미희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고, 팀을 지켜줬다. 감동적이다. 스포츠 정신이나 프로 정신을 우리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 점수에 대한 집착보다는 힘든 과정을 이겨냈다는 것에 의미를 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과 비교해봐도 이날 경기가 승리가 주는 기쁨이 크다고 전한 박미희 감독이다. 평소 같았으면 리그 30경기 중 평범한 한 경기였겠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 승리를 거둔 KGC인삼공사전만큼은 어느 경기와도 바꿀 수 없는 경기로 박미희 감독 가슴에 새겨졌다. 이날 경기를 계기로 박미희 감독이 느끼는 게 많았을 터.

 

박미희 감독은 "챔프전 우승보다 오늘이 감동적이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 쏟아냈다. 힘들 때 (김)미연이나 (김)연경이 마음고생이 심했다. 모범적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동생들도 최선을 다해줬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겪을 선수가 별로 없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경기"라고 말했다. 

 

 

경기 후 김연경도 "승점 3점 이상의 가치가 있다. 기분이 좋다. 올 시즌 들어 가장 감동적인 승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가며 "자꾸 이야기가 우리나 언니들이 뭔가 해서 되는 느낌으로 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해야 될 역할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한마음 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잘했다"라고 설명했다. 

 

박미희 감독, 김연경이 말했던 것처럼 흥국생명은 다시 똘똘 뭉쳐 지금의 어려운 위기를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던 브루나도 이날 30점을 맹폭하며 팀에 녹아들었음을 알렸다. 또한 브루나는 경기 후 수훈선수 자격으로 주관 방송사 인터뷰도 가졌는데 흥국생명 선수들은 브루나의 인터뷰 장면을 흐뭇하게 봤다. 

 

브루나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경기가 없을 때 (김)연경 언니와도 이야기를 많이 했고,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힘을 내려고 했다. 선수들끼리 뭉치려고 많이 노력했다"라며 점차 팀에 융화되어 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어느 팀에게나 시즌을 치르면서 위기는 온다. 안 오는 팀은 없다. 만약 위기를 겪어 이긴 후, 감독들이 남기는 말은 비슷하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다시 살아나겠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남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챔프전 우승보다 오늘이 감동적이다. 오늘 경기는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는 박미희 감독의 말처럼, "올 시즌으로만 따지면 가장 감동적인 승리가 아닌가"라는 김연경의 말처럼 흥국생명은 이날을 기억해야 한다. 힘든 순간이 떠오를 때 "우리이 때의 팀워크를 다시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경기들을 준비해야 한다.

 

흥국생명에게 새로운 기념일과 같은 날짜가 된 2021년 2월 19일. 이날이 흥국생명 미래에 도움이 되었던 하루로 기억될 수 있을까.

 

 

사진_인천/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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