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나는 게을렀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현대캐피탈)의 말이다.
레오는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 대한항공과 1차전 안방 경기에 선발 출전해 자신이 왜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꼽히는지 똑똑히 증명했다.
레오는 이날 블로킹 2개와 서브 2개를 묶어 팀 내 가장 많은 25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55.26%에 달했다. 레오와 함께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로 찍어 누르며 승리의 노래를 연주했다. 레오는 역시 레오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레오는 과거 2010년대 초반 삼성화재 왕조의 일등공신으로 명성을 떨쳤다. 레오는 이 시절 거의 매 시즌 1000점 이상을 뽑아내며 자신의 득점력을 만천하에 뽐냈다. 그 자신도 이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힘든 줄도 몰랐고 공을 때리는 족족 상대 코트에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벌써 10년도 더 된 얘기다. 삼성화재의 파란 유니폼을 입고 V리그를 폭격하던 20대 초반의 레오도 어느덧 35살이 됐다. 당시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2025년의 그는 "지금은 1점을 내기도 힘들다"고 푸념하고 있으리란 것을.
물론 V리그 남자부엔 이런 격언이 있다. 레오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이 말마따나 레오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폭발력은 확실히 줄었지만, 노련미가 생기면서 한 방 한 방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더욱이 나이를 먹으면서 전에 없던 철저한 몸 관리 습관도 들였다.
"10년 전 나는 게을렀다"는 레오는 "삼성화재 때가 내 전성기다. 항상 떠올린다. 지금은 전성기가 지났지만 20대 초반 같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안 좋을 땐 그 시절의 나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한다. 최대한 그때와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이려 컨디션 관리에 노력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또 "휴식도 충분하고 몸 관리가 잘 돼 있어 우승이 눈에 보인다.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강도 높은 팀 훈련도 레오의 기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레오는 "(챔프전을 준비하는 동안)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기 보다는 회복에 집중했다. 우리 팀 훈련이 실제 경기와 흡사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경기 감각 저하는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 몸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관록의 레오는 과연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창단 첫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을 이끌 수 있을까. V리그 남자부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개인 3번째 우승 반지를 낄지도 관심이 모인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천안/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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