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복덩이가!’ 표승주의 묵묵한 헌신 속 피어난 빛…“내가 왜 이 자리에 뛰고 있는지 증명해야한다”

대전/이예원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8 02: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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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찬을 해주고 싶다. 더 할 말이 없다. 우리 팀에 최적의 선수” 이보다 확실한 칭찬이 있을까. ‘복덩이’ 표승주를 표현한 정관장의 사령탑 고희진 감독의 말이다.

정관장은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5라운드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날 표승주는 서브 3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한 11득점을 올리며 알토란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범실 없이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을 책임지며 톡톡히 활약했다. 디그 또한 14개 시도 중 13개를 성공시키며 후위에서도 든든하게 받쳐줬다.

승리 후 인터뷰실에서 만난 정관장 고희진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표승주에 대한 칭찬 때문이었다. “(표)승주는 역할은 너무 잘해주고 있다. 너무 감사한 존재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고 감독은 “승주는 극찬을 해줘야한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면서 “아는 사람은 안다. 극찬을 해주고 싶다. 더 할 말이 없다. 우리 팀에게 맞는 아웃사이드히터 선수다”고 밝히며 끊임없이 칭찬을 전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표승주는 “준비했던대로 선수들이 잘해줬기 대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리시브다. 그 부분을 버텨야 우리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리시브, 수비, 연결을 중점적으로 두고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표승주는 이날 확실한 목적타를 날렸다. 서브 득점 3개를 기록하며 서브로 분위기를 단숨에 가져왔다. 이에 대해 “목적타를 강하게 때리려고 했다. (리시브 라인) 앞이 아닌 (상대 선수가) 움직이게 만들 수 있도록 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연승할 때 제일 잘 됐던 부분이 서브였기 때문에 그 부분을 살려가야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정관장은 파죽지세로 연승을 기록하다 선두 흥국생명에 발목을 잡히며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흥국생명과의 연전을 모두 내주며 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연승에서 연패로 이어진 극과 극 상황에 선수들의 상실감은 없었을까.

표승주는 “연패를 하면서 조금 속상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정규리그가) 10경기 남았다. 어쨌든 지나간 경기는 지나갔고 다가오는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래도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어느새 열다섯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 표승주는 정관장 신입생이다. 이번 시즌 이적 후 정관장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IBK기업은행 소속 때와는 확실히 다른 역할이 그에게 주어지고 있다. 공격과 수비 전천후에서 활약하던 예년과 달리 현재 리시브, 디그, 연결과 같은 수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고희진 감독은 “(표)승주에게 득점에 대해 단 한 번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웃사이드 히터, 팀워크 등 우리 팀에 최적의 선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선수가 득점을 안하고 싶겠나? 하지만 승주는 자기가 득점을 많이 해야한다는 욕심을 철저히 숨긴다. 나한테는 ‘이런 복덩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표승주도 이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실 처음에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계속 잘하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공격보다는 수비나 리시브 부분을 더 잘해야한다. 그냥 역할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꿋꿋하게 이겨내는게 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뛰고 있는지 증명해야한다”고 굳게 말했다.

주장 염혜선을 필두로 표승주는 정관장의 고참 라인을 이루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끼리는 어떠한 대화가 오고갈까. 표승주는 “우리는 ‘몸이 부서지도록 수비해서 볼 하나를 더 건져올리자. 우리가 버텨내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밝혔다.

표승주는 IBK기업은행 소속이었던 2020-2021시즌 이후 첫 봄배구를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4년만에 포스트시즌 입장 티켓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봄배구를 가더라도 다 똑같은 경기일 뿐이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생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에 표승주가 남긴 말이다. 단 1초 뒤의 미래도 알 수 없는 순간의 연속에서 표승주는 배구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표승주의 끝이 없는 배움은 결국 배구다. 자만의 틈에 겸손을 채웠다. ‘극찬(極讚), 더 할 수 없이 매우 칭찬함’ 이 보다 그의 헌신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사진_대전/이예원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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