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세터의 존재감은 컸다.
염혜선이 있고 없고가 결과를 갈랐다.
빠르게 부상을 털고 일어난 그 덕에 정관장이 다시 우승을 향해 달릴 수 있게 됐다.
정관장의 캡틴 염혜선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최종전에 선발로 나서 팀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정관장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하며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으로 향했다. 정관장이 챔프전에 진출한 건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1~2012시즌이 마지막이다.
정관장이 13년 만에 다시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된 데는 염혜선의 역할이 무척 컸다. 메가왓티 퍼티위와 반야 부키리치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그는 팀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정관장은 실제로 1차전에서 현대건설을 3-0으로 가뿐히 제압하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하지만 그가 무릎 부상 악화 우려로 결전한 2차전에선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쓰라린 셧아웃 패배를 떠안은 것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실감됐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염혜선은 이날 통증을 참은 채 코트에 올랐다. 스스로 의지가 강했다. 선수 자신도 "우승 적기"라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해 온 만큼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였다.
그런 만큼 승리의 맛은 훨씬 달콤했다. 하지만 염혜선은 애써 기쁨을 감췄다. 그는 "너무 오랜만에 챔프전에 올라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라 이 기분을 다 표현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염혜선은 이날 경기장에서 완전히 미쳤다. 무릎 통증을 외면하고 오직 승리만을 향해 달렸다. 실제로 동료이자 후배인 박혜민의 "오늘(29일) (염)혜선 언니가 살짝 돌아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무릎 상태가 좋든 안 좋든 무조건 끝까지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염혜선은 "오늘 지면 이 멤버로 언제 또 할지 모른다. 이런 기회가 또 온다는 보장도 없고 챔프전에 가는 것도 이번이 적기라고 (동료들에게) 강하게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정관장만큼 챔프전 맞상대인 흥국생명도 우승이 간절하다. 팀 에이스인 김연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완전히 은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보는 없다. 염혜선은 "독한 악역이 되고 싶다"며 김연경과 뜨거운 승부를 예고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수원/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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