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가대표입니다" 세계에 도전하는 한국 배구의 유망주 김세빈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3-07-31 0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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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주목받은 선수가 있다. 이들 유망주는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여전히 또래들보다 기량이 앞서고 피지컬도 눈에 띈다. 당연히 연령별 대표팀에도 들어갔다. 남녀 U19 한국대표팀은 8월에 진행되는 국제배구연맹(FIVB) U19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몇년 뒤 한국 배구를 이끌어가야할 기대주들이 아시아 무대를 넘어서 세계 무대를 경험하는 것이다. 한봄고 김세빈의 세계를 향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친구들과 함께한 U18

아포짓으로 경험한 U20


김세빈은 지난해 아시아 U18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188cm의 키가 매력적으로 속공부터 큰 공격까지 모두 할 수 있다는 기술이 강점이었다. 올해 U19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할 김세빈은 “세계선수권은 작년이랑 다른 친구들과 출전하게 돼서 새롭고 재밌을 것 같다. 나를 믿고 뽑아주신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라고 대표팀 발탁 소감을 전했다.

 

다른 선수보다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왼손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2주 간 재활에 매진했다. 다른 대표 선수들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몸상태를 묻자 “지금은 많이 불편한 건 없다. 움직일 때 마다 조금씩 불편한 건 있는데, 테이핑을 하면 괜찮다”고 했다.

 

U19 대표팀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주전 라인업에 변동이 생겼다. 주전 세터가 바뀌면서 새롭게 합을 맞추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는 “세터가 바뀌면서 걱정했는데, 새로운 친구와 잘 맞아가고 있다. 팀원 전체가 잘 맞춰져 가는 것 같아 훈련이 잘 된다”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지난해 김세빈은 U18 대표팀뿐만 아니라 U20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장윤희 여자 유스대표팀 감독과 어창선 여자 청소년대표팀 감독 모두 “키플레이어는 김세빈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역할이 중요했다.

 

김세빈은 두 대회를 모두 복기하면서 “유스 대표팀에선 같은 학년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청소년 대표팀에선 미들블로커가 아닌 아포짓이라는 새 포지션에서 경기를 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라고 차이점을 털어놓았다. “외국 선수들은 플레이도 엄청 빠르고 타점도 높았다. 빠른 스피드와 공을 다루는 감각을 배우고 왔다”라면서 2개의 대표팀에서 활약하면서 배운 부분도 이야기했다.

 

여자 U18 대표팀은 동메달로 마무리를 했다. 김세빈은 BEST7 미들블로커 상을 수상했다. “받을 줄 몰랐는데, 정말 기뻤다. 친구들과 같이 한 덕분에 받은 상이라고 생각해 고마웠고 정말 좋았다”라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반면 U20 대표팀은 아쉬움이 컸다. 3-4위 결정전에서 태국을 만나 5세트 경기를 치렀다. 매치포인트를 먼저 따냈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결국 태국에 연속 실점을 허용하면서 대회를 4위로 마무리했다. 김세빈은 “매치포인트를 먼저 따고 내가 전위였는데, 공격으로 한 번에 끝내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느끼고 배운 부분도 있었다. “공격을 각으로만 때리니깐 상대가 분석을 해서 다 막히는 걸 깨달았다. 밀어 때리거나 페인트 처럼 다양한 공격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배웠다”고 했다.

 

부담 없이 잘하고, 열심히


한봄고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려 7관왕을 기록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연달아 우승했고, 코트에는 항상 김세빈이 있었다. 그는 “많은 훈련량 덕분이다(웃음). 집중력이 좋아서 계속 이길 수 있었다”라고 소속팀 한봄고의 연속우승 비결을 얘기했다.

 

한봄고는 2023 정읍 내장산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8관왕에 도전했다. 아쉽게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4강에서 중앙여고에 셧아웃으로 패했다. 무려 2년 만에 겪은 패배였다. 김세빈은 “그날 친구들이 몸이 좋지 못했다”라고 되돌아보면서 “2년 동안 한번도 지지 않다가 오랜만에 지고 나니깐 앞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또 지겠다고 느꼈다. 그날은 우리가 자만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안일한 플레이를 했다”라고 패배를 반성했다.

 

“모든 게 다 아쉽다. 우승을 못한 게 가장 아쉬웠지만, 몸이 다 좋지 못해서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쉽게 졌다. 그냥 시원 섭섭했다”면서 그날의 쓰린 패배를 받아들였다. 

 

김세빈은 자연스럽게 배구를 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미들블로커 출신의 한국전력 김철수 단장과 실업배구시절 한일합섬의 간판공격수이자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남순 씨의 둘째 딸이다. 아빠는 성균관대 시절 1992년 슈퍼리그 4강의 주역이었다. 탄탄한 기본기와 수비능력 블로킹 기술이 좋았다. 엄마는 그야말로 거포였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부모의 월등한 배구 유전자를 이어받은 김세빈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선수가 됐다. 그때부터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가끔은 유명한 배구선수였던 부모의 그림자에 가릴 때도 있었다. “부모님이 배구를 했던 만큼 내가 주목을 더 많이 받았고, 잘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하려고 한다”라고 바뀐 생각을 말했다.

 

부모님이 경험한 길을 따라가는 만큼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엄마 아빠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연습 경기를 보러 오실 때 마다 그날 경기에서 잘한 것과 안 된 것, 보완할 부분을 말씀해주면서 배웠다. 엄마가 학교의 코치님으로 계신 만큼 옆에서 바로 고쳐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라며 웃었다.

 

이제 프로팀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온 고등학교 3학년이다. 새로운 길의 첫 걸음이 결정되는 중요한 해인 만큼 자신을 향한 기대가 크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부담이 많이 생긴 건 사실이예요. 더 잘해야 될 것 같고, 프로에 가서도 더 잘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크게 들어요.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시고 주목 하는 만큼 부담 없이 열심히 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배구 기량도 그렇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방법도 스스로 찾았다. “책을 많이 읽었어요. 올해 초반에 배구가 잘 안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하면서도 표정도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안에서 배울 게 많아서 자주 읽었습니다(웃음).”

 

최근엔 해외 미들블로커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많이 본다. “볼 때 마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수원에서 열린 2023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직접 보고 왔다.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던 김세빈은 “높이가 엄청 높았고, 키 큰 선수들이 발도 빠르고 타점도 높았다. 특히 미들블로커 위안신웨의 플레이를 보면서 나도 따라서 잘 때리고 블로킹도 잘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라며 몇 단계 위의 플레이와 대표팀의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꼭 배구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배구공을 잡은 뒤로 단 한번도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그에게 배구가 매력적이었고 배구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세빈은 “지금까지 힘들어서 배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다. 오히려 더 잘해서 성공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다”며 미래를 향한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느낀 배구의 매력으로 “세터와 호흡이 좋은 상황에서 속공이 득점으로 이어질 때,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을 막았을 때 느끼는 희열감이 무엇보다 좋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배구를 하면서 가장 잔상이 짙게 남아있는 순간은 지난해 다녀온 U18 대표팀이었다. “작년 유스 대표팀에서 아시아선수권을 다녀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배구를 하고 보낸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라며 태국에서 보냈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떠올렸다.

 

한국 여자 U19 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미국, 폴란드, 일본, 세르비아, 멕시코를 상대한다.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이지만, 김세빈은 얻고 싶은 게 많다. “세계선수권에서 잘하는 팀이랑 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로 이겨보고 싶다. 같은 조에 속한 팀들 중에선 일본과 하는 게 기대된다. 같은 아시아 국가임에도 스피드도 빠르고 조직력이 좋은 만큼 기대되는 게 많다”라고 했다. 

 

“공격력이 좋은 미들블로커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세빈이 정한 목표다. “지금보다 더 잘해서 사람들이 진짜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을 경험한 김세빈의 태극마크 수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열심히 잘하는 선수가 되어서 꼭 성인 대표팀에 뽑혀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 꿈이 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글_김하림 기자

사진_박상혁 기자, 한국중고배구연맹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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