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중요해지는 블로킹, 2019-2020시즌 기록으로 보는 팀별 블로킹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9 0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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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배구에서 블로킹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남녀배구 모두, 그중에서도 남자배구는 갈수록 공격력이 강해지고 있다. 디그만으로는 이를 방어하기 어려워지면서 블로킹을 통한 사전 견제는 더 중요해졌다. V-리그에서도 블로킹(그리고 서브)을 강조하는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2019-2020시즌 기록을 통해 V-리그 팀 블로킹은 어땠는지 살펴본다. 여기서는 남자팀 중심으로 논의한다. 


TOP 3, 그중에서도 남다른 현대캐피탈
2019-2020시즌 최종 순위 1~3위를 차지한 세 팀(우리카드,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은 팀 블로킹 순위도 1~3위를 나눠 가졌다(1위 현대캐피탈, 2위 대한항공, 3위 우리카드). 그중에서도 현대캐피탈 기록은 단연 돋보인다. 현대캐피탈은 2019-2020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팀 블로킹 1위를 기록 중으로, 그중 수치는 2019-2020시즌이 가장 좋다. 현대캐피탈은 세트당 블로킹 3.102개를 기록했는데 팀 블로킹 1위 팀 기록이 세트당 3개 이상을 기록한 건 2012-2013시즌 드림식스(현 우리카드, 당시 3.156개) 이후 최초다. 당시는 6개 팀 체제였고 지금은 7개 팀 체제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역시 두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신영석과 최민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19-2020시즌에는 두 미들블로커 수치만 해도 굉장했다. 신영석과 최민호는 블로킹 1, 3위(각각 세트당 0.852개, 0.701개)에 올랐다. 신영석은 세 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미들블로커 전체 세트당 블로킹 수치 역시 현대캐피탈이 1위다(1.6개).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관련 눈에 띄는 또 다른 기록은 원 블로킹 상황에서 블로킹 확률이다. 현대캐피탈의 가운데 원 블로킹 상황은 총 30번(그중 최민호, 신영석이 24번이었다)이었고 그중 아홉 번을 막아냈다. 비율로 치면 30%로 다른 팀과 비교하면 큰 차이로 높은 수치다.

블로킹 리딩 능력에서도 두 미들블로커는 뛰어난 면모를 보였는데, 원 블로킹 상황 자체도 176회로 가장 적었다. 그만큼 미들블로커들이 상대 공격을 잘 따라갔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측면 공격수들의 블로킹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전광인이 커리어 하이인 세트당 0.462개, 다우디가 세트당 0.494개로 상당히 준수한 수치를 남겼다. 세터 블로킹도 세트당 0.27개로 7개 팀 세터 기록 중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나쁘진 않았다. 전 포지션에 걸쳐 블로킹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견고한 블로킹 벽을 세울 수 있었다. 2020-2021시즌에도 두 미들블로커는 견제한 가운데, 윙스파이커 한 자리에서 전광인은 빠졌다. 이 자리는 송준호와 허수봉이 메울 예정으로, 중심이 건재한 만큼 큰 폭으로 변동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우리카드가 가진 블로킹 특징과 고민
현대캐피탈 뒤를 이어 팀 블로킹 2, 3위에 오른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는 블로킹 기록에서 보이는 특징은 꽤 다르다. 대한항공은 미들블로커 포지션 세트당 블로킹은 현대캐피탈에 이은 2위(세트당 1.13개)였다. 여기에는 김규민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김규민은 세트당 블로킹 0.725개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진상헌이 세트당 0.385개로 상대적으로 저조했지만 김규민의 활약으로 이와 같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정지석과 비예나 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비예나는 외국인 선수치고 큰 신장은 아니지만 워낙 탄력이 좋아 점프가 더해졌을 때 높이는 상당한 선수였고 이는 블로킹 수치로도 드러났다(세트당 0.432개). 여기에 정지석은 2018-2019시즌 블로킹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자마자 2019-2020시즌 그 기록을 다시 한번 깨버리면서(세트당 0.4개 → 0.459개) 사이드 블로킹에 힘을 실었다. 대한항공은 왼쪽 사이드 원 블로킹 상황에서 막아내는 확률이 우리카드와 함께 가장 높은 팀(24%, 22/90)이었는데, 이는 가장 많은 상황을 맞이한 정지석(46회)이 잘 막아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터 블로킹은 2019-2020시즌 대한항공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이었다. 한선수 부상으로 유광우가 생각보다 많은 경기에 나선 여파로도 볼 수 있는데, 유광우는 원래도 블로킹이 약점인 선수지만 최근 두 시즌은 세트당 블로킹이 0.1개가 안 될 정도로 떨어졌다(0.076개, 0.061개). 여기에 한선수 역시 데뷔 후 두 번째로 낮은 블로킹(세트당 0.192개, 커리어 최저는 2015-2016시즌 0.179개)을 기록한 것 역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차기 시즌 대한항공은 측면 자원은 변함이 없지만 미들블로커진에 대대적인 개편이 발생했다. 주전 미들블로커 두 명(김규민, 진상헌)이 모두 떠났다. 기존 자원인 진성태, 진지위, 조재영에 이수황, 한상길이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새 미들블로커 조합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대한항공 블로킹이 더 좋아질 수도,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새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기존 블로킹 시스템과 다른 움직임을 요구한다는 점도 변수다.

우리카드는 블로킹 상위 세 팀 중 가장 독특한 형태를 지닌다. 미들블로커 블로킹 수치 자체는 0.86개로 7개 팀 중 가장 적다. 실제로 개인 블로킹 순위에서도 10위 안에 든 선수는 최석기(세트당 0.467개) 한 명뿐으로 그마저도 수치가 높은 편은 아니다.

우리카드 블로킹 강점은 사이드 블로킹에서 오는데, 미들블로커 외에 윙스파이커, 아포짓 스파이커, 세터 포지션별 블로킹 순위가 모두 1, 2위 안에 들어간다(아포짓 스파이커만 2위고 나머지 두 포지션은 1위다). 윙스파이커에서는 나경복 성장세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경복은 2019-2020시즌 세트당 0.407개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2년차 시즌을 보낸 황경민도 세트당 0.381개로 나쁘지 않았다. 펠리페가 세트당 0.5개로 V-리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것도 주효했다. 세터 포지션 블로킹 1위는 장신 세터 노재욱의 힘이 컸다. 신영철 감독이 장신 세터를 선호하며 전위 블로킹에 약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 이유를 이런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카드가 자랑하던 사이드 블로킹 조합은 변화가 많다. 황경민이 빠지고 류윤식과 알렉스가 더해졌으며 나경복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세터진에는 노재욱이 빠지고 상대적으로 단신인 하승우와 이호건이 들어온다. 지난 시즌에도 사이드 블로커 역할이 중요했던 팀이기에 차기 시즌 블로킹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각기 다른 고민을 지닌 네 팀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이르지 못한 네 팀은 블로킹에서도 두드러지는 약점 혹은 고민을 지니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확실한 강세가 없다. 특히 아포짓 스파이커 블로킹이 현저히 낮았다(세트당 0.24개). 레오는 신장이 좋았지만 블로킹 기록은 저조했다(세트당 0.174개). 레오가 부상으로 빠질 당시 뛴 조재성도 블로킹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세트당 0.134개). 석진욱 감독이 레오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블로킹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새로 지명한 필립이 조기 교체되고 결과적으로 펠리페가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됐는데, 펠리페가 직전 시즌 블로킹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걸 고려하면 차기 시즌 팀 블로킹 향상도 기대할 만하다.

팀에서 유일하게 개인 블로킹 10위 안에 들었던 손주형이 시즌 아웃됐다는 건 좋지 않은 소식이다. 박원빈은 수치만 보면 세트당 0.506개로 좋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어 많은 경기 소화는 어렵다. 희망적인 건 새로 합류한 진상헌이 연습경기에서 상당히 좋은 블로킹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KB손해보험은 단신 윙스파이커로부터 오는 약점이 분명했다. 윙스파이커 중 가장 많이 출전한 김정호(세트당 0.122개)와 김학민(세트당 0.161개) 모두 블로킹에서는 약점이 두드러졌다. 왼쪽과 중앙, 오른쪽 중 원 블로킹 상황이 왼쪽에서 오히려 가장 적다는 점도 팀에서 윙스파이커 블로킹 약점을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197번의 원 블로킹 상황 중 왼쪽은 52번, 오른쪽은 110번으로 차이가 컸는데, 왼쪽의 낮은 블로킹을 의식한 미들블로커들이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몸이 쏠렸다는 걸 보여준다.
 


황택의가 오른쪽에서 가장 많은 원 블로킹 상황을 겪으면서도(110번 중 30번) 어느 정도 버텨준 덕분에(세트당 0.296개) 세터 전위 상황에서 약점은 조금 덜했다. 외국인 선수 외 변화가 사실상 없어 약점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미들블로커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다. 실제 팀 블로킹도 6위, 미들블로커 포지션 블로킹도 6위였다. 나머지 포지션도 강세로 둘 곳이 없었다. 윙스파이커는 최하위, 아포짓 스파이커와 세터는 각각 5위, 4위였다. 미들블로커도 트레이드로 합류한 장준호(합류 후 세트당 0.451개)가 그나마 활약한 덕분에 수치가 올라갔다. 전체적으로 블로킹 위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는 지난 시즌이었다.

차기 시즌은 사이드 블로킹만큼은 확실히 높아졌다. 카일 러셀도 신장이 좋고 박철우 역시 지난 시즌 블로킹 기록은 좋지 않지만 이전 한국전력 사이드 블로커와 비교하면 높이 자체가 좋다. 주전 세터로 나설 김명관도 좋은 신장에 경기대 시절 블로킹에도 강점을 보였다.

다만 미들블로커진은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약점으로 남았다. 비시즌 보강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2013-2014시즌을 마지막으로 V-리그에서 뛰지 않은 안요한이 선수로 복귀해 미들블로커로 나설 예정이다. 연습경기에서는 직선이 아닌 미들블로커를 노리고 때리는 대각, 반 대각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9-2020시즌 유일하게 팀 세트당 블로킹이 2개가 안되는(1.952개) 팀이었다. 삼성화재가 가진 블로킹 약점도 한국전력과 비슷한데, 전 포지션에 걸쳐 블로킹 수치가 그리 좋지 않았다. 미들블로커 5위, 윙스파이커 5위, 아포짓 스파이커 6위에 세터는 최하위였다.

윙스파이커진은 전체적으로 블로킹이 모두 좋지 않았고 사이드 블로킹 위력이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박철우 블로킹 수치가 이전보다 떨어진 탓이었다. 2019-2020시즌 박철우는 세트당 블로킹 0.264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커리어에서 세 번째로 낮은 기록이었다. 산탄젤로 역시 블로킹에 강점이 있진 않았다. 세터진은 신장이 작은 김형진으로부터 오는 약점이 워낙 뚜렷했다.

삼성화재도 비시즌 변화가 많았다. 미들블로커진에 박상하는 잔류한 채 김시훈과 엄윤식이 합류했고 지태환은 8월 중순까지도 연습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지태환 합류 시기 및 몸 상태와 체중 감량을 시작으로 이전보다 몸 상태가 올라온 박상하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느냐가 첫 번째 관건이다.

사이드 블로킹의 경우, 새 외국인 선수 바르텍이 2019-2020시즌 폴란드에서 커리어 하이 블로킹(세트당 0.63개)을 보여줬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윙스파이커진은 새로 합류해 주전 가능성이 가장 큰 황경민이 2년차 시즌 정도만 보여준다면 나아질 전망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어느 선수가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자료 제공/ W.DataVolley 김정아 팀장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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