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불모지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다! 선수 8명으로 창단한 태릉중 배구부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3 00: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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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불모지라 불리는 서울 중랑구에 중학 배구부가 새로 창단했다. 바로 서울 태릉중이다. 태릉중은 지난 6월 15일 본교 체육관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창단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태릉중이 배구부가 없던 중랑구에 새로운 씨앗을 뿌린 셈이다. 태릉중은 지난 6월 충북 단양에서 열린 2020 춘계 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 7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75회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예선 탈락을 맛보았다. 그것은 첫 걸음이었을 뿐이다. 그들이 가야할 길은 멀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7월 말, 태릉중 선수들을 만나고 왔다. 배구부 선수는 모두 8명이다. 소수인원으로 뭉친 그들이지만 함성 소리가 태릉중 체육관을 벽을 뚫고 나올만큼 컸다. 

 

서울 중랑구 유일의 중학 배구부

첫 출전 춘계연맹전은 예선 탈락


태릉중은 서울 중랑구에서 유일한 배구부를 두고 있다. 사실 태릉중이 아닌 원묵중에서 먼저 배구부 창단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원묵중 체육관은 작고, 천장이 낮았다. 배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지원을 받아 새로운 체육관을 짓는다고 했지만 이는 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결국 창단이 무산됐다. 

 

그러다 태릉중 이경희 교장은 지난해 여름 우연히 서울 동부교육지원청 박혜자 교육장을 만났다. 박혜자 교육장은 이경희 교장에게 “배구부를 한 번 운영해보는 게 어때요”라고 제안했다. 예상 못한 제안에 이 교장은 고심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본 결과 학교에 배구부를 창단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교장 혼자만의 의지로 배구부 창단을 할 수는 없었다. 이경희 교장은 학교 내부인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경희 교장은 학교 행정실장과 김영호 체육부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진정한 교사라면, 아이들을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자라면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같이 해보는 게 어떤가요.”

 

 

태릉중에 배구부가 창단하기 전에 이 지역에 위치한 면목초 배구부 학생들은 졸업 후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문일중이나 인창중으로 가야 했다. 통학거리가 먼 중학 진학 후 경기력이 떨어지고, 배구를 중도 포기하는 학생도 나왔다. 그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태릉중에 배구부를 만들어야 했다. 중·고교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했던 이경희 교장은 운동선수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면 느낄 그 고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이경희 교장과 교직원들은 중랑구에 중학교 배구부 창단이 절실하다는 뜻을 모아 실행에 옮겼다. 태릉중은 마침내 2019년 11월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체육특기학교 승인을 받았다. 김영호 배구부장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교육자의 입장으로서 너무 좋았다. 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커 가는 것을 볼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사실 교육청 승인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경희 교장은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렸다. 배구부가 있으면 일반 학생들은 체육관을 못 쓰는 건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거는 전혀 없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외부로 훈련을 갈 수도 있고, 학생들의 수업이 끝난 뒤 배구부가 운영되기에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괜찮다라고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배구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팀 성적에도 많은 관심이 있다고 한다. 

 

태릉중은 체육 교사로 있는 김영호 부장을 중심으로 동해광희고 코치로 있던 송염섭 코치를 창단 코치로 선임했다. 태릉중의 선수단은 모두 면목초 출신으로 1학년이다. 

 

주장 이광(184cm, S)을 비롯해 이정준(185cm, MB), 김우빈(167cm, OPP), 유시현(183cm, MB), 방지환(171cm, WS), 이연성(176cm, WS), 노상윤(172cm, WS), 배진성(180cm, OPP) 등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광은 유망주로 2019년에 한국&대만 유소년 국제 교류전 남자 국가대표로 활약한 바 있다. 또한 이들은 지난해 면목초를 초등 대회 5관왕으로 이끌었다.

 

태릉중의 첫 출발에 많은 이들이 축하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배구협회, 서울시배구협회에서는 훈련비나, 전지훈련비, 출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유니폼, 신발, 각종 물품 등을 보내왔다. 서울시교육청, 중랑구청, 지역 국회의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태릉중 배구부에 힘을 보탰다. 이경희 교장은 “내가 복이 많은 것 같다. 박홍근 국회의원님이 체육관 환경 개선에 힘을 써줬다. 모든 이들의 지원이 지금도 너무도 고맙다”라고 강조했다. 

 

 

신생팀에게 닥친 숙제

선수 수급과 훈련량 증대

 

창단 첫해에 시행착오를 겪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선 높이부터 다르다. 초등학교경기에 네트 높이가 2m라면 중학교는 20cm 높아진 2m20cm이다. 태릉중은 신생팀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년보다 훈련량이 적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아직도 달라진 네트 높이와 싸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수급이다. 태릉중 선수는 총 8명이다. 대회에 나가기에는 부족한 숫자다. 누구 하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체력적인 문제를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경희 교장과 송염섭 코치 모두 알고 있는 부분이다. 태릉중은 올해는 팀 성적보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및 새로운 배구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경희 교장은 이같은 어려움도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위기 뒤에는 축복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난을 극복하면 그 뒤에는 반드시 축복이 온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 무엇이 올지 아이들이 기대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에 면목초 졸업생 5명이 태릉중에 입학할 예정이다. 태릉중이 자신들의 진면목을 중등 배구계에 보여줄 날이 멀지 않았다. 

 

 

‘배구부 열성 지원’ 이경희 교장

“얘들아, 배구에 너무 목숨 걸지 말자”

 

이경희 교장은 지난 2017년 태릉중 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학교 내에서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으로 불린다. 교장이라는 직급을 사람들이 어려워하자 그는 교직원들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했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 모르는 부분들을 수시로 대화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이경희 교장은 지난 6월 2020 춘계 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숙제를 하나씩 줬다. 대회를 다녀와서 느낀 점을 한 번 써보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느낀 점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이 어떤 부분을 도와줘야 될지 알 수 있다. 학생과 이경희 교장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더스파이크>가 방문했을 때도 이 교장이 아이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이경희 교장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바로 운동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교장은 “요즘 체육계를 보면 무섭다. ‘왜 체육계는 청렴하고, 투명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운동도 잘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도 잘하고, 성실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꼭 배구로 성공을 안 해도 된다. 자기가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그 분야에서 성공을 하면 된다. 나 역시 육상을 하면서 체력을 다졌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사가 됐다.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배구와 공부 모두 잘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배구를 한다고 해서 공부를 놓치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 하는 학생들을 만들기 위해 매주 수요일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된다. 오후 훈련을 하지 않는 대신 국어와 영어 수업이 이뤄진다. 국어 시간에는 인터뷰 필수 조건인 말하기 수업이 주로 이뤄지고, 영어 시간에는 영어 회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프로 선수가 됐을 때 말을 잘 해야 되지 않겠나. 말하기는 필수다”라며 “또한 이제는 영어가 필수인 시대다. 기본적인 회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는 태릉중이다. 

 

이경희 교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아이들의 행복이었다. 이경희 교장은 “아이들이 배구에 너무 목숨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구하면서 다른 것도 즐겨 하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배구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태릉중 코치 송염섭

“우리 모두 화합해서 재밌는 배구해보자”

 

Q__태릉중의 창단 코치가 되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예전부터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여기 오기 전에 동해광희고에 있었어요. 거기에서 생활도 재밌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죠. 다행히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 기분이 좋습니다. 

 

Q__이제 막 창단을 했기에 보완할 점도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보완할 점은 무엇일까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어려서 습득력이 약한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고요. 보완해야죠. 

 

Q__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적보다는 중요한 건 부상 방지이죠. 선수가 8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부상 방지에 초점을 두려고 해요. 또한 배구도 좋지만 공부를 잘하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한 가지만 잘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배구 발전을 위해 큰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태릉중을 넘어 서울 중랑구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바랍니다.

 

Q__올해 대회에 나갔을 때, 목표가 있나요. 

올해는 성적에 대해 전혀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내년부터는 신입생이 들어오니까 제대로 승부를 겨뤄보려고 합니다. 

 

Q__코치님과 선수들이 꿈꾸는 태릉중의 배구는 무엇인가요.

서브와 속공 플레이를 중시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항상 말해요. ‘태릉중만의 컬러를 함께 만들어 보자’라고요. 속공이 잘 되려면 리시브가 안정이 되어야 해요. 깔끔한 리시브 후에 보여주는 완벽한 속공 공격을 보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Q__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화합해서 하는 운동이에요. 우리 모두 화합해서 재밌는 배구 한 번 해보자.

 

 

태릉중 주장 이광

“한선수 선수처럼 잘 하고 싶어요”

 

Q__태릉중의 역사적인 창단 주장 맡게 됐어요. 기분이 어때요.

영광스러워요. 선배가 없고, 모두가 친구잖아요. 친구들과 좋은 호흡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Q__작년 면목초 재학 시절, 5관왕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어요. 친구들과 호흡도 잘 맞았고 코치 선생님도 잘 가르쳐줬어요.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Q__이광 선수는 배구를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사실 배구가 축구, 농구보다 어려운 운동이고 팀워크도 필요한 운동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Q__본인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대한항공 한선수 선수예요. 한국 세터 중에서 가장 힘도 좋고, 국가대표 주전 세터잖아요. 한선수 선수처럼 잘 하고, 국가대표 세터가 되고 싶어요. 

 

Q__본인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키가 크니까 패스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단점은 몸이 조금 느리다는 점이죠. 순발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봐요.  

 

Q__나중에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상대 블로킹 라인을 완벽하게 속이는 세터가 되고 싶어요. 패스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세터가 될래요. 

 

Q__올해 목표가 있나요. 

일단 1학년의 패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올해는 모든 대회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Q__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한 마디 남겨보는 거 어떨까요.

초등학교 때도 종은 성적 냈는데 여기서도 다 같이 좋은 성적 거두자. 태릉중, 파이팅!

 

 

글/ 이정원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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