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떠나는 딸 이윤주 & 딸 도전 응원하는 엄마 장윤희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3 0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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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희 한국 17세이하여자유스대표팀 감독은 1990년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했던 슈퍼스타였다. 그런 장윤희 감독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있다. 바로 2018-2019시즌 IBK기업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한 바 있는 이윤주다. 이윤주는 짧았던 현역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어머니의 힘이 컸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이윤주는 어머님의 도움 대신 자신의 힘으로 미국 유학길을 열었다. 엄마는 그런 딸이 대견스럽다. 지난 7월 6일 경기도 수원에서 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딸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유학 저는 자신 있어요”

 

Q__이윤주 선수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봐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윤주 안녕하세요. IBK기업은행과 수원시청에서 뛴 뒤 지금은 새 출발을 준비 중인 이윤주라고 합니다. 

 

Q__코로나19로 인해 힘든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은퇴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이윤주 저는 수원시청에서 나와 미국 유학을 준비 중에 있어요. 원래는 7월 말 출국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미뤄졌죠. 그래도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대학교 영어 시험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미국 가기 전까지 영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__윤주 선수가 프로 선수 생활을 그만뒀잖아요. 두 모녀가 예전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요.

장윤희 윤주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구를 했어요. 거의 8년 만에 집에 들어온 것 같아요. 사실 본인도 불편하죠. 부모님 밑에 있으면 자유를 얻지 못하잖아요(웃음). 처음에는 자취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빠하고는 아닌데 저하고 많이 싸우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보통 모녀 사이처럼 지내고 있어요. 

 

Q__윤주 선수도 그렇지만 감독님께서도 올해가 어색할 것 같아요. 

장윤희 코로나19 때문에 휴식 시간을 갖고 있어요. 그로 인해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도 많고 이렇게 쉬면서 하는 게 처음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 시간들이 감사하죠. 자녀들을 돌봐줄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잖아요. 휴식을 취하면서 자녀들의 미래나 저의 미래를 모두 생각해봐야죠.

 

Q__인터뷰 소식을 듣고 감독님께서는 많이 뿌듯해하셨어요.

장윤희 윤주가 떠나기 전 이렇게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아요.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열망이 더욱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됐으면 좋겠어요. 국내가 아니라 외국에서 공부하는 거잖아요. 윤주를 바라보며 후배들도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Q__윤주 선수는 올해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 간다고 들었어요. 가는데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요. 

이윤주 영어는 당연히 필수고요. 거기서 요구하는 시험이 있어요. 그 시험을 통해 등급도 나누고, 반도 나뉜다고 들었어요. 

 

Q__어떻게 하다 유학을 준비하게 됐나요.

이윤주 사실 프로의 길을 포기하고 난 뒤, 아쉬움도 많았고 자신감도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운동을 그만둔 후 공부를 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안 해본 것을 하다 보니까 새로웠어요. 여기서 좋은 경험을 쌓아 나중에는 선수들의 뒤를 봐주는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장윤희 페루에 계신 서병태 선생님, 조광기 선생님, 송선기 선생님 세 분께서 윤주에게 이러한 길이 있다고 추천해 주셨어요. 듣자마자 ‘가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서병태 선생님은 배구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유스나 청소년 배구 쪽에서는 유명하신 분이에요. 모두가 윤주에게 이 길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Q__미국에서의 삶이 쉬운 게 아니잖아요.

이윤주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사회에서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이번이 저를 한 단계 더 발디딤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Q__딸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고 했을 때, 마음이 어땠나요. 

장윤희 여기서는 챙겨줄 수 있지만 거기서는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본인이 이겨내야죠.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에요. 

 

Q__윤주 선수의 도전이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장윤희 새로운 도전을 해볼 거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지금 꿈나무들은 모두 김연경, 이재영(이상 흥국생명) 선수를 존경해요. 특히 중학교 때까지 키가 작았던 선수들은 김연경 선수를 더 바라보고 있고요. ‘김연경 선수도 중학교 때까지 키가 작았지만 지금은 크니까 나도 나이가 먹으면 클 수 있다’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연경 선수 같은 경우는 정말 특수한 경우잖아요. 배구만 바라보지 않고 어릴 때부터 넓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이윤주가 바라본 엄마 장윤희는?

이윤주 “다른 부모님과는 달랐죠”

장윤희 “그래서 미안했죠

 

Q__두 분 모두 모두 배구의 길을 걸었잖아요. 자신의 배구 인생을 말해보는 시간 어떨까요. 

이윤주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주위에서는 엄마의 후광에 대해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엄마의 그늘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 말 한마디가 정말 스트레스였죠. 그래서 제 노력과 실력으로 입증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던 것 같아요. 

장윤희 저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윤주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빠르게 인생을 바꿔줬다’라고 말해요. 속상하긴 하지만 그런 부분은 본인이 이겨내야죠.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Q__어릴 때 어머님의 후광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이윤주 그렇죠. 다른 부모님들은 경기에서 패하면 위로해 주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아니었어요. 제가 못 했던 점, 실수를 많이 이야기해 줬어요. 그래서 프로에 가기 전에는 엄마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컸던 것 같아요. 프로팀과 연습 경기를 가지고, 대회를 나가게 되면 주위 시선을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신경을 안 써도 되는데 말이죠.

장윤희 미안함뿐이죠. 어릴 때 대표팀 들어간 게 본인의 노력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자신의 실력이 성장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장윤희의 2세’라거나 ‘장윤희의 딸’이어서 기회를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했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윤주는 더 단단해진다고 봐요. 이런 부분은 본인이 이겨내야 해요. 스스로에게 채찍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__윤주 선수가 지금과 어릴 때 다른 점이 있다면요.

장윤희 운동은 볼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스스로도 여기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다고 말했던 적도 있고요. 그래서 본인 스스로 배구 외적인 부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로서는 정말 대견하죠. 지금 입장에서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Q__윤주 선수는 어릴 때부터 미래 준비를 했었나 봅니다.

이윤주 어릴 때 배구도 좋았지만 영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꾸준히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지금 영어 공부를 해도 어려워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봐요. 

 

Q__그래도 프로 선수 생활을 끝낼 때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요.

이윤주 당연히 아쉽죠. 저랑 함께 유스 대표팀이나 청소년 대표팀을 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프로팀에서 뛰고 있어요. 그들이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혼자 생각이 깊어지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선수로서의 길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을 찾았잖아요. 이제는 만족해요.

장윤희 윤주 드래프트 동기가 정지윤(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박혜민(GS칼텍스) 같은 선수들이에요. 정말 화려해요. 한 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IBK기업은행에서의 생활은 윤주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사실 IBK기업은행에 들어가 동기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가슴 아파했어요.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살아갈 수 있어요. 이정철 감독님에서 김우재 감독님으로 바뀔 때도, 김우재 감독님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세터는 경력이 중요하잖아요. 지금은 은퇴한 이효희 한국도로공사 코치도 빛을 보기까지 7년이 걸렸어요. 또한 이숙자(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강혜미에 가려져 처음에는 후보에 머물렀어요. 결국 버티고 버텨서 성공을 할 수 있게 됐죠. 버티고 버텼다면 출전 기회가 왔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해를 부탁한다고 했죠.

 

Q__윤주 선수, 만약 버티고 버텼다면 지금 프로에서 볼 수 있었을까요.

이윤주 음…사실 기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떨쳐내고 나온 부분은 아쉽죠. 시도도 못 해보고 그만둬서 가끔 아쉬울 때가 많아요. 

 

 

“후배들아 세상은 넓단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장윤희-이윤주의 마음

 

Q__윤주 선수가 애초부터 배구를 안 했다면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요.

이윤주 운동보다는 공부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공부로 빠졌을 거 같아요. 다른 스포츠를 해보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장윤희 윤주는 요리를 좋아해요. 특히 제빵 쪽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윤주 아빠가 빵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지 제빵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 어릴 때는 공무원 준비하라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만약 운동을 할 거면 윤주 아빠가 했던 사이클보다는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요(참고로 장윤희 감독의 남편은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출신 이경환 씨다). 

 

Q__감독님은 윤주 선수가 운동보다는 공부에 소질이 있다고 보시나요. 

장윤희 윤주는 운동에 소질은 없어요. 온전히 본인이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Q__윤주 선수의 새로운 도전이 이제 막을 펼치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윤주 일부러 아무에게도 말을 안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오로지 내 힘으로 가는 거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어요. 미국에 가면 어떻게든 혼자 살아야 하잖아요. 지금부터라도 혼자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Q__어머님의 말씀처럼 예전의 힘든 순간들이 지금은 보약이 됐으리라고 봅니다. 새로운 도전, 자신 있나요.

이윤주 이제 처음이잖아요. 당연히 힘들 수도 있지만 자신감을 갖고 해보고 싶어요. 

장윤희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몇 개월 동안 지켜본 딸 이윤주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어려운 여정이 이어지겠지만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Q__감독님도 윤주 선수와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장윤희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슬프죠. 저보다는 윤주 아빠가 많이 슬퍼할 것 같아요. 아빠는 항상 딸 편이라고 하잖아요. 벌써부터 ‘우리 딸 없으면 어떡하냐’라고 말해요. 남편이 조금 걱정이 되네요(웃음). 

 

Q__윤주 선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윤주 4년 정도 미국에 있을 예정이에요. 그 기간 동안 영어는 마스터하고,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구단 통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 새로운 것을 해보니까 재밌어요. 운동했을 때보다 많은 관심이 더 가요. 어렵다는 부담도 없고 자신감이 있고요. 꼭 성공해야겠다는 자신감도 있어요. 

 

Q__이런 딸의 모습을 보는 감독님의 마음도 특별할 것 같습니다. 

장윤희 항상 티격태격 싸우고 하지만 ‘딸 있어서 좋다’라고 말해요.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서류 준비도 윤주 혼자 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다 컸구나’라고 느꼈어요. 뭐든지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Q__윤주 선수의 새로운 도전이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거라고 봅니다. 혹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이윤주 한 가지 길에만 매달리는 게 안타까워요. 길은 충분히 많아요. 막연히 한 길만 생각하지 말고 세상을 넓게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니까 길이 열렸잖아요. 무엇이든 집중을 갖고 했으면 좋겠어요. 

장윤희 저는 배구 선배가 아닌 선수 부모 입장에서 말하고 싶어요. 누구나 운동을 시작하면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잖아요. 프로에 가야 성공한다는 마인드보다는 세상을 넓게 보면서 배구 이외의 것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봐요.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 이재영 선수처럼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잖아요. 폭넓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__후배들에게 큰 힘이 됐으리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씩 남기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먼저 윤주 선수부터 부탁해요. 

이윤주 제가 막 애교를 부리는 성격이 아닌데도 저를 귀여워해줘서 고마울 뿐이에요. 또한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엄마, 아빠가 묵묵히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제가 미국을 간다고 했을 때도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 그래왔듯이 저를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장윤희 모든 일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뒤에 가족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도 실패를 한 게 아니에요. 갔다 온 것만으로도 자산이 되기 때문이죠. 딸, 언제나 자신감 갖고 살길 바래. 

 

 

장윤희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1970. 05. 22

소속 한국 17세이하여자유스대표팀 감독

가족 남편, 슬하 1남 1녀

출신교 근영여고-한국체대

주요경력

1988~2002 호남정유-LG정유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금메달)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은메달)

1998 방콕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은메달)

2016~2018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코치

 

이윤주 프로필

생년월일 2000. 10. 30

신장/체중 172cm/58kg

출신교 중앙여고

프로입단 2018~2019 IBK기업은행 3라운드 5순위 지명

경력 2018~2019 IBK기업은행


글/ 이정원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장소 제공/ 썸머 포유(경기 수원시 장안동 119-4)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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