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잘 해주고 멋있는데 이날은 더 멋있었어요. 최고였던 것 같아요(웃음)." 이주아가 KGC인삼공사전 종료 후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을 향해 남긴 말이다.
캣벨은 올 시즌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해결사다. 매 경기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팀에 무서운 화력을 보여주며 박미희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상대 팀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도 캣벨은 무서웠다. 이날 대전을 지배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홀로 공격 점유율 50%를 가져갔음에도 41점, 공격 성공률 41%를 기록하며 팀의 3-1(25-15, 21-25, 25-23, 25-21) 승리를 이끌었다. KGC인삼공사전 2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놀라웠던 건 3, 4세트 캣벨의 활약과 기록이다. 1세트 6점-공격 성공률 40%, 2세트 6점-성공률 27%에 머물렀던 캣벨은 3세트에 12점-성공률 47%을 기록하더니 4세트에는 블로킹 2개 포함 무려 17점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이 66%에 달했는데, 성공률이 57%로 높았다.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린 주인공도 캣벨이었다. KGC인삼공사는 알고도 캣벨을 못 막았다. 블로커 사이를 다 뚫고, 각이 큰 공격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캣벨이 이날 기록한 41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기록이다(2015년 11월 7일 KGC인삼공사전 41점). 또한 4세트에 기록한 17점은 개인 한 세트 최다 득점 및 올 시즌 여자부 개인 한 세트 최다 득점 기록이다.
이를 바라본 박미희 감독도 경기 후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박 감독은 "캣벨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본인 관리도 잘 하고, 멘탈 관리도 잘 한다.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안다.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이날 블로킹 5개 포함 12점을 올리며 중앙에서 든든함을 보여준 이주아도 캣벨을 극찬했다. "캣벨이 원래 멋있었는데 이날은 유독 더 멋있어 보였다. 항상 잘 해주고, 멋있었는데 이날은 더 최고였던 것 같다." 이주아의 말이다.
이에 캣벨은 "다 선수들 덕분이다. 시즌 초반보다 조금씩 신뢰도 쌓이고 있고, 연결 부분에서도 완성도가 나오고 있다"라며 "난 '피곤하다'라는 말을 안 하고 싶다. 멘탈적으로 압박이 될 때도 있지만 트레이너가 잘 관리해 준다. 안 지치고 꾸준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캣벨은 득점 1위(571점), 공격 성공률 7위(38.3%)에 올라 있다. 타 팀의 외인에 비해 많은 공격을 책임지다 보니 성공률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캣벨의 공격 점유율은 47.68%로 50%에 육박한다). 그래도 팀이 필요할 때마다 한방을 책임져 주니 흥국생명도 시즌 중반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을 격려하고 이끌어 주는 '리더' 역할까지 맡고 있다. 흥도 넘쳐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한다. 한국말도 곧잘 하며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효자 외인'이 따로 없다.
흥국생명은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며 어느덧 시즌 8승(승점 24점 13패)에 성공했다. 그 기간 동안 캣벨은 경기당 평균 32.6점에 공격 성공률도 40%가 넘는다.
아직 4위 KGC인삼공사(승점 37점)와 승점 차는 13점으로 좁히기 어려운 격차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기적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캣벨 역시 "지금은 봄배구를 생각하기 보다 한 경기 한 경기 닥친 것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시즌 초반과 달리 이제는 국내 선수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KGC인삼공사전에서도 이주아(11점), 김채연(12점), 김미연(10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최윤이, 정윤주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지원 사격이 더해지고, 세터 박혜진-김다솔이 더 안정감을 찾는다면 지금보다 더 무서운 화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캣벨이다.
올 시즌 시작 전, 그리고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흥국생명의 반전을 기대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조금씩 순위표에 긴장감을 더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캣벨이 있다.
흥국생명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캣벨과 더 높은 곳을 꿈꾼다. 흥국생명은 오는 12일 홈에서 열리는 도로공사와 경기를 통해 2연승에 도전한다.
사진_대전/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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