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가빈 소환한 ‘말리 특급’ 케이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까

스파이크 / 기사승인 : 2022-03-01 1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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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생의 아프리카 말리 출신. 신장 206㎝에 점프 최대 높이 372㎝. 말리산 ‘괴물’ 노우모리 케이타(21)가 V-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득점, 오픈, 백어택, 퀵오픈, 서브, 심지어 디그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케이타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이를 지켜보는 팬들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케이타는 2020-2021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10대였던 케이타는 역대 V-리그에 입성한 최연소 외국인 선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으로 열린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이상열 당시 KB손해보험 감독은 케이타를 단숨에 찍었다.

엄청난 신장과 점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파이크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나이가 어리고, 낯선 V-리그에 대한 적응 등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지만 KB손해보험은 모험을 걸었고, 이는 적중했다.

화려한 세리머니와 폭발적인 스파이크
센세이션 일으킨 말리 괴물

“우승 하러 한국에 왔다”는 케이타의 V-리그 입성 포부를 들은 팬들은 사실 잘 믿지 못했다(글쓴이 포함). 그도 그럴 것이, KB손해보험은 케이타가 오기 전까지 ‘봄배구’가 힘들었던 중하위권 팀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케이타가 오더라도 KB손해보험이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케이타의 활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블로커 위에서 내리 꽂는 스파이크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화끈한 세리머니까지. 케이타는 V-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임은 확실하다.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KB손해보험은 케이타의 활약을 앞세워 단순에 상위권으로 뛰어 올랐고 2020-2021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케이타는 V-리그 입성과 동시에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1라운드를 5승1패로 마친 KB손해보험은 3라운드까지 2위에 오르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뒷심이 다소 아쉬웠지만 케이타의 활약 덕분에 무려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괴물의 진화는 계속 된다
더 놀라운 것은 2021-2022시즌이다. 지난 시즌 막판 부상이 있었던 케이타는 이전까지 잘 하지 않았던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피자와 햄버거를 좋아하고 웨이트를 멀리하던 케이타였기에 모두가 놀랐다. 특히 구단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운동에 나선 것이 인상적이었다.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케이타의 변화는 의미가 있다”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케이타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빨랐다. 케이타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드래곤볼’에서 ‘셀’이 상대를 흡수해 전투력을 끌어 올리는 것처럼, 타고난 신체 능력을 앞세운 케이타는 2년 차 징크스를 불식시키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3월 1일 기준 공격종합(52.74%→54.67%), 서브(세트당 0.507개→0.819개), 득점(경기당 34.76점→35.79점), 디그(세트당 1.269개→1.509개) 등 모든 부분에서 발전했다.

그는 1~4라운드까지 V-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2라운드만 빼고 모두 라운드 MVP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는 V-리그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3차례 기록했던 트리플크라운(서브, 백어택, 블로킹 각각 3개 이상)을 5라운드 현재까지 4차례 달성했다. 지난달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서는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로 ‘올스타 세리머니상’까지 수상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브다. 지난 시즌 러셀(당시 한국전력·0.735개), 정지석(대한항공·0.535개)에 이어 3위(세트당 0.507개)에 그쳤던 케이타는 이번 시즌 서브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엄청난 타점에서 내리 꽂는 스파이크 서브는 마치 강력한 백어택을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15-2016시즌 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세트당 0,829개)가 보여줬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케이타가 소환한 레오·가빈
“계속 뛴다면 넘어설 수도…”

케이타의 이번 시즌 활약은 역대 V-리그에서 뛰었던 최상위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을 떠올리게 한다. 2009-2010시즌부터 3년 연속 득점 1위와 함께 삼성화재의 우승을 휩쓸었던 가빈, 2012-2013시즌부터 3년 간 활약한 삼성화재 레오와 비견되고 있다.

삼성화재 시절 가빈은 역대 V-리그를 통틀어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듣는다. 가빈은 3시즌 연속 공격성공률 55% 이상을 기록했고, 득점, 서브 등 공격적인 부분에서 특화된 선수였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의 가빈은 상대가 “알고도 못 막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났다. 삼성화재는 공격 점유율 70% 이상을 가빈이 가져갔지만 모두 뚫어냈다.가빈은 2019-2020시즌 한국전력에 와서는 부상 등의 여파로 예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삼성화재 시절만큼은 ‘넘사벽’인 존재였다.

마찬가지로 가빈에 이어 삼성화재 유니폼을 2012년부터 입은 레오도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6㎝의 레오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엄청난 탄력을 앞세워 삼성화재에서 3년간 2차례 챔프전 우승, 정규리그 3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레오는 V-리그 데뷔 시즌인 2012-2013시즌 공격성공률 59.69%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이는 현재까지도 국내 프로배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성공률이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올 시즌 케이타의 퍼포먼스만 봤을 때 충분히 레오, 가빈과 견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높은 공격 점유율 속에서도 해결해내는 능력만큼은 정말 괴물 같다”며 “최근 보여주는 서브 위력은 오히려 케이타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다만 아직 21세인 케이타가 가빈, 레오와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의견도 있다.

이들의 공을 직접 받은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는 “현재 케이타만한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전 잘하던 선수와 비교는 어렵다. 한창 때 가빈이나 레오 등은 기량이 정점을 찍었던 선수들이다. 반면 케이타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 성장형 외국인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여 코치는 “케이타의 신체조건도 좋고 유연성이 뛰어난 데 지금보다 2~3년 후 더 잘할 것이다. 지금도 물론 잘하지만 경험을 더 쌓는다면 가빈이나 레오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도 “가빈과 레오는 정규 시즌뿐 아니라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선수”라며 “반면 케이타는 아직 봄 배구에 대한 물음표가 있다. 만약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이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진화 중인 말리 특급 케이타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 이재상 뉴스1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한국배구연맹 D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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