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배구선수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⑤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3 00: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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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V-리그를 누비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은퇴 선수들의 근황 소개. 그 마지막 소식을 들고 왔다.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은퇴 선수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백채림(2017~2018 한국도로공사, 2018~2019 현대건설)
중국 유학 준비 중 

 


백채림(22)은 2017-2018시즌 3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당시 포지션은 리베로였다. 박혜미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건설로 팀을 옮기며 윙스파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선명여고 시절부터 명품 수비수로 눈도장을 찍으며 팬들의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짧은 프로 생활을 뒤로 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떠났다.


백채림은 배구를 선택하지 않았어도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활달하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백채림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프로 1년차,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은퇴를 고민할 때 당시 팀을 이끌던 김종민 감독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그만두기엔 아까운 재능을 가진 선수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줬다. 백채림은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이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진지하게 배구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감독님의 제안으로 현대건설로 팀을 옮겼다. 새로운 환경에 가니 배구가 다시 좋아지더라.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언젠간 은퇴를 하게 된다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됐다”라고 말했다.

 

백채림은 윙스파이커를 하기엔 신장(174cm)이 작다. ‘현실적으로 큰 선수가 되기 힘들다’라는 냉정한 판단 하에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은퇴 후 여러 실업팀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던 중 친하게 지내던 곽유화로부터 비치발리볼을 함께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백채림은 “가장 끌렸다. 신장이 크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마음이 움직였다. 당시 비치발리볼을 선택한 나 자신이 대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비치발리볼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인연이 다가왔다. 한국 비치발리볼 팀과 11년 동안 교류를 해 온 중국 청도에 위치한 대학에서 백채림에게 유학을 제안했다. 학업과 비치발리볼을 병행하고 싶던 백채림에겐 새로운 기회였다. 모든 조건이 맞았던 백채림은 현재 중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대회가 취소돼 중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중국어가 너무 어렵다. 그래도 가서 잘 적응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어서 동기부여가 된다. 처음엔 당연히 고민이 됐다. 그러나 감독님이나 (곽)유화 언니가 본인들도 젊었으면 중국 유학을 갔을 거라고 했다. 나도 좋은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 일사천리로 모든 일이 결정됐다.”

 

 

인터뷰 내내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낸 백채림에게 배구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는 “배구가 싫어서 은퇴한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배구를 사랑한다. 당시 동료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배구를 통해 좋은 추억이 생겼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당시 응원해 줬던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했다. 백채림은 “응원하는 연락이나 선물을 정말 많이 주셨다. 당시 내가 너무 힘들어서 더 밝게 대해드리지 못한 것 같다. 팬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 이 인터뷰를 빌려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정말 감사하고 많이 사랑한다”라는 팬들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전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야. 도망쳐. 하지만 요령껏!’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나의 성격과도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말이다. 너무 힘들고 아프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것도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다. 끙끙 앓고 힘들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최소연(2015~2017 GS칼텍스)
서울여대 재학 중


사진_2015년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GS칼텍스에 지명을 받은 최소연(오른쪽에서 세 번째).


최소연(24)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수련선수로 GS칼텍스에 입단했다. 입단 동기로는 강소휘와 김채원, 김현지가 있다. 화려한 프로생활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당시 기억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최소연은 은퇴 후 테스트를 통해 실업 대구시청 소속 배구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운이 찾아왔다. 팀과 계약한 당일, 부상을 입었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사실 부상은 프로 시절부터 최소연을 괴롭혔다. 그는 “2년차 때 큰 부상을 당했다. 전방십자인대와 연골, 내측 인대를 다쳤다. 선수를 하는 동안 총 세 번의 대수술을 받았다”라며 “사실 수술보다 힘든 건 재활이다. 항상 재활에 매진했다”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배구 인생을 꿈꿨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좌절하진 않았다. 그동안 느꼈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서울여대 배구부가 창단하며 신입생을 받고 있었다. 충족조건으로는 수능 최저등급이 있었고, 면접과 실기시험을 통과해 서울여대에 입학했다. 최소연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난관은 수능 최저등급이었다. 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친구(허윤지)가 옆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 안 해본 공부를 하려니 힘들더라”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특기를 살려 대학 입학까지 해내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최소연의 지인 중엔 여전히 선수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자신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 연락이 종종 온다고 이야기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다. 대학엔 여러 전형이 있으니 많이 알아보라고 조언을 해주곤 한다. 공부를 하다 보니 하나씩 터득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1학년 때에 비해 학점도 많이 올랐다. 미래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이 성취감을 느껴봤으면 한다.”


최소연의 남동생도 프로배구 선수다. 현재 KB손해보험에서 세터로 뛰고 있는 최익제다. 남매가 모두 프로팀에 입단한 보기 드문 경우다. 동생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다는 최소연은 “동생이 사회에 빨리 발을 들였다.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해결책을 내주기보단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힘들 때 언제든지 연락했으면 좋겠다. 둘 다 현재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가자. 누나가 항상 응원해”라며 동생에 대한 속깊은 마음을 드러냈다.


3학년 1학기까지 마친 최소연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배구에 대한 미련을 거두고 체육교사를 목표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졌다. 이제는 나를 위해 배구를 그만하려 한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에 임용고시를 치르고 싶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위축됐다. 이제는 한결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나를 위해 더 멋지고 알차게 나만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현재 24살이다. 다른 선배님들에 비하면 여전히 어리다. 나의 경험으로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났다. 월급을 받다가 갑작스러운 은퇴로 경제적인 문제를 마주칠 수 있기에 미리 다른 계획을 세워놓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운동하면서 키운 리더십과 의지력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뭐든지 잘 할 수 있다. 배구와 전혀 다른 길로 가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글/ 이정원, 김예솔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인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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