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를 남겨놓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프전 직행에 성공한 흥국생명과 끝장 PO에서 승리하며 무려 13시즌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된 정관장이 배구여왕의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되었습니다.
두 팀은 2차례의 PO에서 만난 적은 있었지만(2008~2009 시즌, 2023~2024 시즌 모두 흥국생명 승리) 챔프전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시즌 6번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4승2패 흥국생명이 우위를 점했는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으니 지난해(2024) 12월 17일 인천 삼산에서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정관장이 흥국생명의 개막 후 연승숫자를 14로 막은 것과 동시에 시즌 첫 패를 안겨줬고, 1월 30일 대전에서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반대로 흥국생명이 정관장의 연승숫자를 13으로 막으며 복수혈전에 성공한 후 여세를 몰아 3일 후인 2월 2일 인천 삼산에서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는데 그것이 여자부 선두경쟁에서 흥국생명 쪽으로 기울어진 결정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서로의 연승을 저지했던 두 팀이 단 하나의 챔피언트로피를 놓고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1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박수연과 최은지 두 명의 씬 스틸러를 앞세워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2차전에서는 1세트 후반 오버네트 판정 여파로 3세트 후반까지 끌려다니다가 부키리치의 연속범실로 기사회생하였고, 흥국생명은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간 뒤 해결사 김연경을 앞세워 대역전드라마를 완성하게 됩니다.
정관장 입장에서는 3세트에 끝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되었고, 그렇게 챔프전 시리즈 전적 2:0.
많은 전문가들은 흥국생명이 3차전에서 끝낼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요.
하지만 대전으로 챔프전 무대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게 되는데 흥국생명은 끝내야 될 때 끝내지 못한 반면 정관장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저력이 발휘됩니다.
3차전에서는 2세트를 듀스접전 끝에 34:36로 내주며 시즌 전체에 있어 마지막 세트에 몰린 정관장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대반격에 성공하였고, 4차전에서는 5세트 7:10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염혜선의 서브타임에서 12:10으로 뒤집는데 성공하더니 메가왓티가 마침표를 찍으면서 기어코 챔프전 시리즈를 다시 인천 삼산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챔프전 시리즈 전적 2:2, 같은 선상이지만 막판에 몰린 쪽은 흥국생명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게다가 흥국생명은 2년전의 악몽이 있으니 한국도로공사와의 2022~2023 시즌 챔프전에서 인천 삼산 홈에서의 1차전과 2차전을 쓸어담으며 우승확률 100%을 손에 움켜쥐었지만 김천에서의 3차전과 4차전을 내주면서 다시 챔프전의 무대가 인천 삼산 홈으로 옮겨졌고, 마지막 운명의 5차전에서 5세트까지 매세트 2점차로 끝난 접전 끝에 분패하며 손에 다 쥔 챔피언트로피를 놓친 아픈 기억이 있죠.
뿐만 아니라 2020년대에 열린 챔프전에 모두 진출했지만 결과는 새드엔딩이었습니다.
2020~2021 시즌에는 GS칼텍스 상대로 시리즈 전적 3패를 당하며 트레블의 제물이 되었고, 앞서도 언급했습니다만 2022~2023 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 상대로 먼저 2승을 거뒀지만 내리 3경기를 내주면서 사상 첫 챔프전 리버스 스윕의 제물이 되어야 했고, 지난 시즌(2023~2024)에는 현대건설 상대로 3경기 모두 5세트 접전 끝에 패하면서 또 다시 분루를 삼켜야 했는데 흥국생명의 2020년대 챔프전 불운을 보며 “밤비노의 저주”에 86년 동안 시달렸던 보스턴 레드삭스와 “염소의 저주”에 108년 동안 시달린 시카고 컵스, 2개의 MLB 구단이 생각났는데요.
“저주”가 계속되느냐? “저주”를 풀어내느냐? 기로에 선 채 맞이한 운명의 최종 5차전, 먼저 2세트를 가져오면서 이번에야말로 챔피언 트로피를 드는가 했지만 3세트와 4세트를 내주면서 2년전 악몽 재현과 함께 이번에도 “저주”를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습니다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숨막히는 접전 끝에 투트쿠 부르주가 길고 길었던 챔프전의 마침표를 찍으며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이후 6시즌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2년전 악몽을 털어낸 것과 함께 흥국생명을 괴롭혀온 저주도 마침내 풀려졌는데요.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핑크빛 꽃가루로 뒤덮였고, 김연경 선수의 라스트댄스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비록 패했지만 정관장도 최고이자 최후의 상대로 부족함이 없었음을 챔프전에서 보여줬는데요.
특히 시상식에서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김연경 선수의 앞날을 정관장이 응원합니다.” 현수막을 공개하며 축하해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글을 마칠까 하는데 김나진 MBC 아나운서의 지난 2023년 LG트윈스가 29년만에 우승했을 때의 멘트를 흥국생명의 6시즌만에 통합우승 VER.으로 빗대서 쓰며 마무리하겠습니다.
2019년 봄,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그리고 2025년 4월 8일, 당신은 누구입니까?
잇달은 챔프전에서의 좌절 속에 간직해온 가슴 속 깊은 곳의 외침! 6년만의 메아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은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