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컵] "우린 하나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국군체육부대의 아름다운 반란

의정부/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8 03: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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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체육부대가 아름다운 이변을 이어가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는 초청팀 자격으로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 참가했다. 상무는 B조에 포함됐다. B조는 만만치 않은 팀들이 모두 속해 있었다. 지난 시즌 1위 대한항공, 2위 우리카드, 3위 KB손해보험까지 상위 TOP3가 모두 있었다.

박삼용 감독도 처음엔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삼용 감독은 "처음에 조 편성을 보고 '지난 시즌 1, 2, 3위 팀이랑 한 조가 되었는데 어떻게 하나' 했다. 아시다시피 대한항공이나 우리카드는 기복이 없는 팀이다. 어디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상무의 예상 성적은 3패였다. 물론 외인이 뛰지 않고 국내 선수들로만 맞붙기에 대등한 승부를 가져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박삼용 감독도 많은 배구 관계자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예년에 비해 상무의 선수 면면의 이름값이 떨어지는 게 냉정히 보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허수봉, 김재휘, 황승빈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대회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이시우, 한국민, 김동민, 이원중, 황병권, 전진선, 정성환까지. 이 선수들 중 이전 소속팀에서 확고한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는 없었다. 심지어 황병권은 우리카드에서 나와 자유 신분의 상태로 상무에 입대했다.

박삼용 감독 역시 KB손해보험과 첫 경기 전 인터뷰에서 "작년보단 전체적으로 팀 전력 약화가 된 건 사실이다. 대부분 선수들이 팀에서 백업으로 있다가 온 선수들이다. 또한 훈련소에 갔다가 회복 후 근력을 끌어올리는 데 다소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상무는 첫 경기 KB손해보험전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한국민(23점), 김동민(11점), 이시우(10점)가 보기 좋은 반란을 만들어내며 44점을 합작했다. 또한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플레이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끈끈하고 볼 하나의 소중함을 아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첫 경기를 끝난 후 상무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름값에서 밀려도, 팀 전체가 하나가 되고 지지 않는 군인 정신을 보인다면 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게 됐다.

우리카드와 두 번째 경기 전 박삼용 감독은 "우리 무기는 절대질 수 없는 군인 정신이다. 첫날처럼 서브 공략이 이루어진다면 공은 둥그니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난적 우리카드 전은 쉽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나경복, 한성정, 류윤식 삼각편대가 위력적이었고 세터 하승우의 패스도 굳건했다. 상무는 흔들렸다. 박삼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밑져야 본전 아니냐. 마음 편하게 해라. 우린 군인이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

선수들은 다시 힘냈다. 동료가 득점을 내면 그 어느 때보다 환호했고, 실수를 해도 큰 소리로 격려했다. 1세트 큰 점수 차 패를 이겨내고 2세트와 3세트를 듀스를 가져온 뒤, 4세트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5세트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민이 5세트에만 8점을 올리는 등 33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리카드전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들은 모두 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아름다운 반란이 계속되는 순간이었다. 

 

첫 경기 상무에 패했던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상무는 정말 잘 하는 팀이다. 충분히 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박삼용 감독은 "한국민은 상무에 와 기량이 많이 늘었다. 경기를 꾸준히 뛴 게 도움이 됐다. 팀에서는 외인과 자리가 겹치니 출전 기회가 많이 없었다. 지금 팀에 있는 선수들이 소속팀에서는 거의 백업이다. 한 번이라도 뛰기 위해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한다. 자신감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생기니까 의욕적으로 하려 한다. 준비가 되어 있어도 기회가 없으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량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상무가 선수들의 군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기량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실력의 차이는 파이팅과 원팀이 되어 극복하는 상무다. 서로 격려하고 서로의 플레이를 칭찬하고 소리 지르며 경기를 풀어가는 게 상무의 스타일. 우리카드전을 마친 한국민의 목도 쉬어 있었다.

한국민은 "한번 미스 하면 표정, 분위기가 다운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파이팅을 더 하려 했다. 무언가 안 풀리는 팀원들이 있으면 조금 더 할 수 있는 능력을 끌어올려 주려고 했다. 내가 지금 병장인데 끌고 가려 한다. 국군체육부대는 한 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원팀이 정석이자, 아름다운 이변을 연출하고 있는 상무는 2연승으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19일 마지막 경기 대한항공마저 잡는다면 사상 최초로 컵대회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배구는 역시 팀 운동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상무. 그들이 이번 대회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를 모은다.

상무는 오는 19일 오후 3시 30분에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B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사진_의정부/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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