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친구와 라이벌 사이' 현대캐피탈 김선호 & 한국전력 임성진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3 03:20:44
  • -
  • +
  • 인쇄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은 이 두 선수에게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마침내 꿈꾸던 프로무대를 밟았다. 코트 밖에서는 친한 친구지만 코트 안에서 만나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경쟁자다. 2020-2021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 2순위 영광을 가져간 김선호와 임성진이 그 주인공이다. ‘얼리드래프티, 윙스파이커, 팀 내 살림꾼, U19세계선수권 4강 주역’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선수다.

 

김선호는 시즌 초 복근 부상으로 코트 데뷔가 늦었지만 지난 11월 14일을 시작으로 5경기 17세트에 출전, 23점을 기록 중이다. 임성진 역시 교체로 꾸준히 코트를 밟으며 9경기 28세트에서 15점을 올리고 있다. 2일 두 팀이 올 시즌 V-리그에서 첫 맞대결을 펼치며 두 선수도 프로 무대에서는 처음 적으로 만났다. 임성진이 교체로 잠시 코트를 밟는 사이 김선호는 데뷔 후 최다인 11점을 기록했다. 

 

대학 3학년 때 신청한 드래프트에서 

전체 1, 2순위 지명

 

Q__우선 축하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프로선수가 되신 걸 축하드려요! 소감을 안 들어볼 수 없겠죠.

김선호(이하 선호) 감사합니다. 제가 윙스파이커로는 신장이 작아서 1순위로 지명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었어요. 좋게 봐주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임성진(이하 성진) 앞순위로 지명될 것이라는 말이 많았잖아요. 그래도 막상 드래프트 당일이 되니까 긴장되더라고요. 분명히 전날까지는 괜찮았는데 말이죠. ‘기대해주시는 만큼 좋은 순위로 못 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름이 불리고 나서 안도했죠. 좋은 순위로 지명된 만큼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Q__대학 3학년 때 드래프트를 신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김선호 선수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선호 1년이라도 빨리 프로에 가서 프로에 계신 지도자나 선수들을 보고 배우면서 한 단계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결정하게 됐어요.

성진 저도 선호랑 비슷해요. 프로 경기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음이 커지다 보니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생각 정리를 한 뒤 김상우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흔쾌히 허락해주신 덕에 나올 수 있었어요.

 

Q__두 선수 모두 포지션부터 시작해서 팀에서의 주 역할, 나이 등 공통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서로 몇 년 친구인가요.

선호 제가 남성중, 남성고 때 성진이는 제천중, 제천산업고였는데 경기할 때 자주 봤어요. 중학교 때 까진 서로 알고만 있다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좀 친해졌어요. 그리고 대표팀에 같이 합류하고 난 뒤로 더 가까워졌고 그 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서로 친구들끼리 같이 놀기도 많이 놀았고요. 좋은 친구죠.


Q__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선호 친해지기 전엔 말수도 적고 무뚝뚝해 보였어요. 과묵한 친구라고 생각했죠. 당시 최고 학년이 아니었는데도 주전 한자리를 꿰차고 있었어요. 딱 보고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죠. 근데 친해지고 나니까 알고 보니 ‘돌+I’더라고요(웃음). 

성진 선호는 리베로랑 윙스파이커를 같이 소화했어요. ‘리베로를 할 정도로 기본기가 좋은 선수구나’라고 생각했죠. 선호를 딱 보면 순둥순둥하고 뭔가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친해지니까 저랑 다를 바가 없던데요?(웃음)

 

Q__남성고와 제천산업고는 숙명의 라이벌 같은 관계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을까요.

선호 2017년 태백산배 중고배구대회 결승전이요. 우리가 예선전, 결승전 모두 이겼어요. 제천산업고를 누르고 우승했었는데, 영광배랑 전국체전은 둘 다 졌어요. 그만큼 분석을 잘 하기도 했고 제가 좀 못 하기도 했어요.

성진 맞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고에 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해 마지막 대회인 전국체전을 이겨서 마무리 잘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16년 대통령배예요. 그때 (김)웅비 형(OK금융그룹)이 다쳐서 경기를 못 뛰었어요. 전력 손실이 컸는데 즐기자는 마음으로 진짜 그 경기를 즐겼어요. 패하긴 했지만 웃으면서 밝게 배구를 했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Q__고등학교, 대학교 경기에서는 상대팀으로 만나잖아요. 대표팀에서 같이 지낸 기간이 긴 만큼 서로를 더 잘 알 것도 같은데요.

성진 선호는 빠른 플레이하는 걸 좋아해요. 팔도 길고 기교도 좋아요. 블로킹이 조금만 허술해도 공이 맞고 튀더라고요. 그래서 손 모양을 이쁘게 해야 해요.

선호 성진이도 무척 까다로운 선수예요. 대표팀에서는 서로 보완해주면서 돕는 사이였는데 만나기만 하면 왜 그렇게 잘하는지….

 


함께 이뤄낸 세계 4위 

주축으로 활약했던 쌍포

임성진과 김선호는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유스남자U19선수권(이하 세계선수권대회) 4강 진출 주역들이다. 당시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은 최근 남자부 주니어 대표팀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던 세대다. 비록 준결승에서 이란에 패했지만 한국을 24년 만에 4강으로 이끈 ‘황금세대’라 불린다.

 

Q__세계선수권대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24년만에 4강에 진출했어요. 이란에 패하긴 했지만 세계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네요.

선호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예요. 배구하면서 태극마크를 처음 달기도 했고, 성적도 좋았잖아요.

성진 솔직히 처음 소집됐을 때 주변에서 기대를 안 하시더라고요. 아시아 배구 강국인 중국, 이란한테 안될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소극적인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해볼 만하더라고요. 한 경기씩 이기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고, 경기력도 올라왔죠.

선호 그래도 준결승전은 좀 힘들었어요. 피지컬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란이 확실히 우위에 있었어요. 최대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초반에는 비등하게 갔어요. 아쉬웠지만 만족해요.

 

Q__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성진 연습할 때부터 각자 하지 말고 원팀이 되자고 자주 이야기했어요. 부담가지지 않고 편하게 하려 했던 것도 좋았고요. 팀 분위기가 좋았고, ‘우리가 하던 것만 해보자’라는 마인드가 강했던 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어요.

 

Q__그때 영광을 함께했던 동료 선수들 모두 탄탄대로를 걷고 있네요. 역시 ‘황금세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요?{2017-2018시즌 고교 얼리드래프티로 프로에 진출한 임동혁(대한항공), 김지한(한국전력, 現상무) 최익제(KB손해보험))와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박경민(현대캐피탈), 김우진(삼성화재)까지}

선호 같이 대표팀에 갔던 선수들은 아마 동혁이, 익제, 지한이를 보면서 빨리 프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거예요. 그래서 얼리로 도전한 선수들이 많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친구들이 잘되니까 기분 좋아요.


Q__임성진 선수는 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경험했잖아요. 나름 김선호 선수보다 일찍 이름을 올렸는데, 대표팀 선배로서 이야기해 준 부분이 있을까요.

성진 사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소집됐을 때 ‘왜 선호가 안 오지?’라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선호가 세계선수권대회부터 합류했어요. 원래 잘하는 친구고, 해야 하는 걸 아는 선수라 특별히 해준 말은 없어요. 또래 친구들과 그렇게 모여서 운동할 기회가 잘 없는데 그 기간을 즐기면서 좋은 시간 보냈다고 생각해요.


Q__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진출한 동기들 보면서 자극도 받았을 듯한데요.

선호 그렇죠. 우선 프로라는 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몸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곳이잖아요. 대학교에서는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부럽기도 했고 동기부여도 많이 됐죠.

성진 많이 부러웠어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에 갈 생각밖에 없었어요. 친구들이 프로 간다고 하니까 자랑스러웠어요. 잘해서 간 거니까 멋있어 보였어요. 그 모습에 자극도 받았죠. 사실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경기 뛰는 걸 보니까 저도 빨리 가서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죠.


Q__그런 모습 외에 본인에게 자극제로 다가온 또 다른 점이 있을까요.

성진 저는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하면서 자극을 받는 편이에요.

선호 대학교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보다는 블로킹이 높잖아요. 뚫기가 어려워서 힘들어 했어요. 그때 감독님, 코치님(現 KGC인삼공사 장영기 코치)이 많이 알려주셨어요. 특히 장 코치님은 저랑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셨어요. 많이 배웠고 자극받아서 제가 한층 성장할 수 있던 계기라고 생각해요.

 

 

탄탄한 기본기로 최태웅 감독 

사로잡은 김선호

김선호는 프로팀 감독들이 욕심내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기본기가 좋아 공수 균형을 이룰 줄 아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김선호를 지명한 후 “팀에 적합한 선수다. 팀 리빌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대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대캐피탈 꿈나무’ 김선호를 파헤쳐보자.

 

Q__김선호 선수는 코트 안과 밖 성격이 어떤가요. 많이 다르나요.

선호 코트 안에서는 활기찬 편이에요. 평소엔 친해지면 장난을 좀 많이 쳐요. 



Q__배구를 일찍 시작해서 기본기가 좋은 건가요. 언제 배구를 접하게 됐나요.

선호 초등학교 4학년 때 옆 학교에서 배구부를 창단했어요. 키 큰 애들을 모았는데 그중 하나가 저였어요. 그땐 키가 큰 편에 속했죠. 아무 거리낌 없이 배구를 시작하게 됐고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Q__고교 시절 리베로를 소화했다고 했는데, 어땠나요.

선호 제가 초등학교 때는 세터, 중학교 2학년엔 미들블로커, 3학년 윙스파이커, 고등학교 1, 2학년엔 리베로, 마지막 학년부터 지금까지 윙스파이커. 가끔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땐 팀 사정상 리베로로 뛸 수밖에 없었어요. 중학교 올라오면서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졌던 게 도움이 됐어요. 거의 모든 포지션을 다 해봤는데 그래도 전 윙스파이커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세계대회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이게 통하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죠. ‘나는 윙스파이커 해야겠구나’하고요.


Q__U19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첫 발탁 당시 박원길 감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선수가 키플레이어다”라고요.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선호 뽑히고 나서 기사를 봤어요. 보면서 ‘내가…?’라고 생각했어요. 부담도 됐죠. 기대하시는 만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어깨가 조금 무겁긴 했어요. 

 

Q__리시브가 받쳐주지 않으면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프로에 와서 훈련해보니 어떤가요. 

선호 확실히 프로가 힘들긴 하더라고요. 프로 형들 서브를 받아보니까 더 많이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 대회가 끝나고 코로나19로 한동안 볼 운동을 못 했어요. 며칠 전 연습경기를 뛰었는데 2주만에 공을 만지니 아쉬움도 남았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 리베로했던 경험과 장점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형들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재밌었어요.


Q__현대캐피탈 숙소 시설이 좋잖아요. 제가 그냥 이렇게 둘러만 봐도 입이 벌어지는데요.

선호 아주 좋아요. 운동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섬세하게 잘 짜여 있어요. 배구하기에 정말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Q__현대캐피탈에서 생활이 궁금하네요.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선호 밥이요(웃음). 너무 맛있어요. 아까 육회 드셨나요? 육회가 정말 맛있는데... 그리고 선배들이 적응 잘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세요. 


Q__‘투 경민’인 박경민(1R 4순위), 노경민(수련선수)과 함께 입단하게 됐네요. 배구 시작한 이래로 같은 팀에서 뛰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선호 (박)경민이랑은 대표팀에서 동고동락 했해왔지만 언젠가는 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잘하고 실력 있는 선수잖아요. 프로에서 그 생각이 이뤄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로워요. (노)경민이는 중, 고, 대학교 모두 상대로만 만났었는데 같이 있으니 색달라요. 친한 선수들이랑 왔기에 적응하는 데 좀 더 수월한 면이 없지 않아 있더라고요. 

 

Q__프로 경기에 투입되면 어떨 것 같나요. 

선호 느낌이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제가 긴장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처음엔 긴장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어느 순간이 되면 금방 적응해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긴장이 금방 풀리는 타입이에요. 

 

Q__최태웅 감독님이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뭔지 기억나나요.

선호 축하한다고, 잘해보자고 하셨어요. 우선 1순위로 뽑아주셨기 때문에 어느 방면에서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 많이 할 거예요. 


Q__대학 3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한양대는 우승도 많이 했잖아요.

선호 맞아요. 2019시즌 대학리그 정규리그 우승이랑 전국체전 금메달 땄을 때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아무래도 대학 진학 후 첫 우승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롤모델은 정지석 

‘외모’보단 ‘실력’이 먼저

임성진은 ‘화제성’이 큰 선수다. 실력보다는 외모가 먼저 주목을 받았다. 혹여나 배구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지만 임성진 머릿속엔 오로지 ‘배구’밖에 없다. <더스파이크>와 처음 만난 2017년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__임성진 선수는 <더스파이크> 세 번째 인터뷰네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었는데 기억나나요.

성진 아 맞아요. 처음에는 대표팀 갔을 때 호텔에서 했던 거 기억나요. 그땐 인터뷰 자체를 많이 안 해봐서 뭔가 어색하기도 했고… 지금은 그때보단 괜찮아요.


Q__당시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를 했잖아요.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그때 임성진은 ‘중요한 순간 생각이 많아진다, 자신감이 없다’는 이야길 했다).

성진 최대한 잡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편하게 하려고 해요. 대학교 와서 많은 게 바뀌었어요. 김상우 감독님께서 ‘네가 잘하려면 제스쳐 많이 하면서 텐션을 올려야 한다. 어려운 공도 때려봐야 한다. 그래야 너도 잘 보일 수 있는 거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다’라고요. 처음엔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지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Q__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도 하셨어요. 이유는 부모님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제 직업을 가지게 됐네요. 

성진 계약금을 받으면 당연히 부모님께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뒤에서 희생해주셨잖아요. 부모님께서는 저보고 저축하라고 하시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냥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만약 제가 가지고 있게 된다면 선물 하나 해드리려고요. 뭘로 할지는 생각 안 해봤어요.


Q__성진 선수도 프로에 오기 직전 우승하고 온 거네요(성균관대는 2020 bbq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성진 홀가분했어요. 제가 1학년 때 우승을 하고 2학년 땐 못 했거든요. 이번에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선수들이 잘해주기도 했고요. 그래서 프로에 올 때 마음이 그나마 편했어요.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에 미안함도 있지만 뭔가 하나를 해놓고 나온 것에 만족해요.

 

Q__김상우 감독님께서는 우승 후 임성진 선수의 헌신을 이해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 것 같나요.

성진 윙스파이커 중엔 제가 선배고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가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경기할 때 그 부분을 감독님께서 알아봐 주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__임동혁(대한항공) 선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드래프트 이후 뭐라고 하던가요.

성진 동혁이랑은 평소에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아요. 우선 잘돼서 다행이라고 했어요. 프로 생활에 대해 그 전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다시 이야기해주더라고요. 프로는 확실히 다를 거고 훈련도 그렇고 멘탈적으로 힘들 거라고요. 마음 강하게 먹고 왔어요.

 

Q__임동혁 선수가 컵대회 때 엄청난 활약을 했잖아요. 그때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와서  “초중고 같이 나온 친구 두 명이 있는데 ‘제천 버프 아니야?’, ‘어깨 올리지마’라고 칭찬은 절대 안 해주더라고요. 좀 서운했어요”라는 이야길 하더라고요. 정말인가요.

성진 (웃음) 우리끼리는 원래 칭찬 같은 거 잘 안 해요. 낯간지러워해요.

 

Q__초중고, 대표팀까지 매번 한 팀에서만 뛰던 임동혁 선수와 상대팀으로 만나는 날이 올 거 예요. 어떨 것 같은지요.

성진 공식대회에서 상대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장면이에요. 둘 다 프로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동혁이랑은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같은 무대, 같은 코트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새로울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은데요.


Q__인터뷰할 때마다 목표를 물어보면 ‘개인상 욕심은 없다. 무조건 팀 우승’이라고 하시잖아요. 프로에서는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이 있는데, 이것도 욕심은 안 나는 건가요(임성진은 대학교에서도 신인상을 받은 바 있다).

성진 그렇게 들으니까 조금 욕심나긴 하네요. 그래도 우선은 경기를 많이 뛰는 게 가장 큰 목표고, 만약 뛰게 된다면 그때 욕심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__팀 합류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네요. 짧은 시간이지만 어떤가요.

성진 확실히 훈련 자체가 되게 힘들어요. 대학교 훈련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어휴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감독님께서는 “힘들어도 참고 포기하지 마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제는 제 직업이고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즐기려는 마음을 가지려고요. (지난번에 봤을 때 보다 많이 야위셨는데요?) 아 정말요?(웃음)

 

Q__롤모델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성진 대한항공 정지석 선수요. 배울 게 정말 많고 배구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것 같아요. 파이팅도 좋고, 세리머니, 제스처 모든 면을 닮고 싶어요.

 

Q__‘임성진’하면 ‘훈남 배구선수’라는 말을 떼어놓기가 힘들잖아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성진 부담이라기보다는 관심 가져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게 감사해요. 근데 저를 떠올렸을 때 그런 수식어가 먼저 나오는 것보다는 실력을 먼저 알아봐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더 노력해야죠. 그런 말이 나올 수 있게요.

 


코트 밖에선 좋은 친구 

코트 안에선 이기고픈 라이벌

 

Q__수 없이 상대로 만나봤겠지만 프로 무대에서도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됐네요.

성진 정말 많이 만났죠. 경기 전후로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경기할 때만큼은 눈을 거의 쳐다보지 않아요. 장난도 치지 않고, 둘 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프로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꿈같은 무대잖아요. 마주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더 진지하게 하지 않을까요. 

(눈 마주치면 웃는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게 뭐지?’라는 느낌이 들 것도 같아요.

선호 프로라는 곳이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곳이잖아요. 중,고,대학교 경기할 때보다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할 것 같아요.

 

Q__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은 뭔가요. 칭찬 한마디씩 해주세요.

선호 우선 성진이는 신장이 커요. 크지만 기본기도 좋고, 공격 스타일도 다양해요. 모자란 부분 하나 없는 훌륭한 선수죠.

성진 리시브, 디그 등 디펜스가 좋아요. 기본기가 안정적이어서 잘 흔들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잘 처리해주는 능력을 갖춘 선수예요. 공수 만능인 선수라고 생각해요.

 

Q__앞으로 목표가 궁금하네요.

선호 성진  잠깐이라도 투입돼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승도 해보고 싶고요. 

 

Q__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선호 수비, 공격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성진 프로 생활을 오래 하고 싶고, 매번 하는 말이지만 배구를 하는 동안 그 시대 윙스파이커 이야기를 했을 때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보고 ‘배우고 싶은 선수, 닮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Q__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네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이 자리를 빌려 기회를 드릴게요.

선호 팀 막내라서 많이 힘들 텐데 버티면서 열심히 하자! 그리고 카톡할 때 말 좀 이쁘게 해줬으면 좋겠어^^

성진 경기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하자. 그리고 너도 말 이쁘게 좀 해. 그 부분 고치면 정말 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웃음). 

 

글/ 강예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