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주목받는 KB손보 이상렬 감독 리더십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8 02: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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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질책' 대신 위트 넘친 말로 선수 칭찬과 자극
선수들도 감독 눈치 보지 않고 신나는 플레이 가능
체중 10kg 감량 선언한 뒤 술· 담배 줄이는 과정
"감독은 내비게이션, 선수들 편하게 하는 게 역할"

 

[더스파이크=의정부/이정원 기자] KB손해보험 이상렬 감독(55)은 말을 잘 하는 감독이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선수들의 장점을 끄집어낸다. 코트 위에서 화만 낸다고 선수들의 플레이가 올라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저 위트 있고 센스 있게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콕콕' 집어줄 뿐이다.

27일 현대캐피탈전을 앞두고 만난 이상렬 감독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대캐피탈전을 제외하고, 최근 5경기 1승 4패. KB손해보험은 시즌 초반 상승세와 달리 중반 이후부터 상대 페이스에 말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상렬 감독은 자신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요새 술이나 담배를 거의 다 끊었다. 마셔도 1~2잔 마신다. 내가 기운이 있어야 될 것 같다. 선수들을 위해 힘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이상렬 감독은 10kg 감량을 선언한 바 있다. 그 약속은 아직도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상렬 감독은 "감독으로서 최대한 컨디션을 집중하기 위해 다이어트도 하고 있다. 살이 좀 빠지지 않았나. 다이어트하니 좋다.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라고 웃은 뒤 "예전에 인제에 있는 계곡에 들어가지 않았나. 나중에는 정동진에 한 번 가볼까 생각했다"라고 웃었다. 인터뷰실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최근 케이타가 슬럼프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솔솔 들린다. 케이타는 직전 현대캐피탈전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는 등 요즘 V-리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타점 높은 공격으로 상대를 흔들었지만 요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럴 때 케이타에게 힘을 주는 한 마디를 하면서도,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슬럼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배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낀다. 상위권에서 왔다갔다 하니 자기도 중압감을 느낄 것이다. 지금은 슬럼프다. 감 잡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내가 의사라고 하면 콩밭과 다른 DNA 등이 잘 맞는 지 확인해야 한다. 그게 맞아야 팀도 돌아간다."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에 뜻이 담겨 있다.

이상렬 감독은 경기 외적인 행동, 그리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게 아니다. 코트 위 이상렬 감독은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더라도 선수들에게 수시로 박수를 보내고, 엄지척을 보이고, 포옹을 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2세트 이후 이런 상황이 있었다. 이상렬 감독은 케이타를 불렀다. 이 감독은 케이타에게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그게 아니면 힘을 내달라'라고 말했다. 황택의가 공을 올려줘야 할 때 안 주니 답답했던 케이타다. 결국 케이타와 황택의간 대화를 주선하며 케이타를 달래줬다. 케이타는 흥이 다시 살아났고, 황택의와 찰떡궁합 호흡을 선보이며 팀 승리(3-1)를 이끌었다.

또한 다른 선수들에게도 칭찬과 채찍을 반복하며 경기력을 이끌어냈다. 수장이 믿어주니 선수들도 신나게 플레이한다. 범실해도 눈치 볼 필요 없다. 그냥 즐겁게 하면 된다. 그게 이상렬 감독이 바라는 바다.
  

 

KB손해보험 올 시즌 순위는 선두 대한항공에 이어 2위. 전혀 예상치도 못한 순위다. 시즌 초반 반짝거리다 말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부 예상과는 달리 KB손해보험은 흔들려도 다시 일어나 오뚜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렬 감독은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프로감독으로서 배워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개발을 하며 조금이라도 제자들에게 힘이 되려고 한다. 

이상렬 감독은 스스로를 '내비게이션'으로 비유한다. 이 감독은 "나는 내비게이션이다. 선수들이 햇갈리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훈련 때만 많은 것을 시키고, 경기 때는 많은 말보다는 조언하고 힘을 준다. 확대 전술보다는 선수들 마음 놓고 편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말과 함께 다이어트 등을 실천하는 그의 행동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누군가는 이상렬 감독의 행동을 바라보며 '쇼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이상렬 감독은 한 번 말하면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다. 뚝심이 있는 사람이다. 제자들이 흔들려도 그들의 플레이를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준다. 그 결과 홍상혁, 여민수 신예들이 성장 기회를 잡았고 김재휘-황두연이 전역 후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있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이 최종 순위표에 몇 번째로 위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상렬 감독도 모른다. 그저 이상렬 감독은 선수들과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며 승리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상렬 감독. 선수들도 그런 감독의 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코트 위에서 한 발짝 더 뛸 준비를 마쳤다.

KB손해보험은 오는 30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과 5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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