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의 바람, '왕관 쓴' 형만 한 아우 되기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1 0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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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장충/강예진 기자] “선배들이 가꿔온 명문팀의 힘과 전통을 배웠으면.”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지난 20일 우리카드 경기 직후 내뱉은 말이다.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 중 깜짝 리빌딩을 선언했다. 김명관, 김선호, 박경민 등 어린 선수들을 대거 주전으로 기용하며 리빌딩의 출발을 알렸다.

 

자연스레 베테랑들은 웜업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대신 코트 밖에서 후배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힘을 실었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경기에 출전하진 않지만 현대캐피탈 베테랑들은 상시 대기 중이었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에 젊은 선수들이 흔들릴 땐 어김없이 코트에 나선다. 베테랑들이 코트에 나서면 젊은 선수들은 숨을 고를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고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는지 익힐 수 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베테랑들을 보며 유망주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 

 

2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 현대캐피탈은 1세트를 뺏기고 2세트 역시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6-1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최태웅 감독은 “너희들이 벌써 왕관을 쓴 것 같지”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다. 주전으로 코트에 나서고 있지만 형들을 제쳐서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 것일 뿐, 안주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최태웅 감독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2세트 중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시점에 허수봉과 김선호 대신 문성민과 송준호를 투입했다. 두 선수는 3세트부터는 선발로 나섰다. 여오현 역시 2세트부터는 꾸준히 코트를 지켰다.  

 

수차례 우승 트로피를 든 여오현과 문성민. 그리고 최민호와 송준호까지. 오랜만에 코트를 밟으며 후배들 앞에서 열정과 승부욕을 보여줬다. 형들이 끌어올린 분위기 속 투입된 아우들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경기는 대역전극으로 끝났다. 현대캐피탈은 1, 2세트를 뺏기고도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는 저력을 과시했다. 왕관을 써본 형이 선봉에 섰고 아우가 뒤를 받쳤다. 형과 아우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복귀전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한 문성민은 “경기를 통해서 하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눈을 마주치면서 먼저 다가갈 것이다. 후배들도 다가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오현도 한마디 거들었다. “경험이 더 많이 쌓일 것이고, 앞으로 성장할 일만 남았다. 기죽지 말고 당돌하게 배구했으면 좋겠다”라고. 그들의 말처럼 이제부터는 형의 왕관을 이어받아야 하는 아우의 차례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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