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컵] 허수봉에게 내려진 특명 '현대캐피탈의 어엿한 형님이 되어라'

의정부/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7 02: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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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지난 16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OK금융그룹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수봉이는 변화를 해야 된다. 이젠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아이가 아니다. 군 복무도 마쳤고 어엿한 형님이 되었다는 것을 본인이 알아야 할 것이다. 책임감을 더 강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허수봉은 1998년생으로 아직 만 23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보다 경험은 풍부하다. 경북사대부고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직행해 또래 동기들보다 경험을 일찍 쌓은 허수봉은 지난 시즌까지 프로에서만 네 시즌을 소화했다. 군복무도 마쳤다.

지난해 11월 군복무를 마치고 현대캐피탈에 돌아온 허수봉은 최태웅 감독의 믿음 아래 상무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2020-2021시즌 26경기(102세트)에 출전해 330점, 공격 성공률 49.43%, 리시브 효율 31.07%, 세트당 서브 0.412개를 기록했다. 득점과 공격 성공률 모두 커리어 하이고, 서브는 5위에 올랐다.

이처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허수봉은 리그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2019년 최태웅 감독은 허수봉을 김지한, 최은석, 박준혁과 함께 '꿈나무 4총사'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를 꿈나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괴물, 에이스라는 칭호가 더 잘 어울린다.

이번 컵대회에서도 허수봉은 현대캐피탈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문제로 인해 외인 출전이 불가한 가운데 허수봉은 펄펄 난다.

첫 경기 한국전력전에서 허수봉은 무려 40점을 퍼부었다. 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11점을 기록하며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했다. 공격 성공률도 56%나 됐다. 1, 2세트는 윙스파이커에서 3세트부터는 아포짓에서 뛰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이었다. 지난해 컵대회에서 상무 유니폼을 입고 OK금융그룹전에서 올린 38점을 또 넘었다.

2차전 OK금융그룹전에서도 허수봉은 홀로 활약했다. 20점, 공격 성공률 54%를 기록하며 팀 패배 속에서도 분전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힘을 내지 못해도 하수봉 만큼은 제 역할을 해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허수봉의 활약은 기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최태웅 감독의 말처럼 허수봉은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공격하고 경기를 뛰었다. 동료들이 흔들릴 때는 어깨도 다독여주는 모습도 보였다. 소리를 지르며 으샤으샤하는 파이팅도 인상적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1차전 종료 후 "수봉이는 팀 내 본인 역할을 충분히 알고, 책임감이 강하다. 경기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고, 2차전 후에도 "수봉이는 점점 올라오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강도 높은 리빌딩을 진행했다. 신영석, 황동일 등이 팀을 떠났고 베테랑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에 비해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선호, 박경민, 김명관 등이 기회를 받았다.

주전으로 활약 중인 김선호, 박경민(이상 1999년생), 김명관(1997년생) 모두 허수봉과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프로 경력은 허수봉보다 적다. 최태웅 감독이 리빌딩을 진행하면서도 또래 선수들에 비해 경험이 비교적 있는 허수봉에게 에이스의 역할을 맡기려는 이유다. 물론 파워풀한 공격, 쏠쏠한 수비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아포짓, 윙스파이커, 미들블로커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다.

허수봉은 힘들어도 감독의 기대,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차전 종료 후 남긴 "힘들긴 했지만 명관이 형에게 계속 공을 올려달라고 했다"는 말처럼 그의 어깨에는 책임감이 앉아 있다.

허수봉은 현대캐피탈을 넘어 한국 남자 배구를 이끌어 갈 재목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경험이 선수로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기량을 더 뽐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어엿한 형님이 되어라'. 허수봉에게 특명이 내려졌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18일 삼성화재와 컵대회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를 가진다.


사진_의정부/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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