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 현대건설 김연견 "리베로는 내 운명"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9 00: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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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졌던 그녀가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에 다시 섰다.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이다. 불의의 부상을 당한건 8개월 전 일이다. 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부여잡고 코트 바닥을 뒹굴었다. 왼쪽 발목이 골절된 중상이었다. 그리고 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2020-2021시즌 개막과 함께 돌아온 김연견은 자신의 열 번째 프로 시즌을 맞아 더 밝아졌고 더 강해진 모습이다. <더스파이크>가 가을 한 가운데에서 김연견을 만났다. 갑자기 찾아온 부상을 이겨낸 그녀에게서 긍정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아쉬움이 두 배였던 지난 시즌

김연견은 프로 데뷔 후 이렇게 큰 부상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연견은 2013-2014시즌 개막 직전 훈련 도중에 손등 골절 그리고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세터 염혜선과 충돌하며 부상을 입은 게 다였다. 김연견은 “이번 부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라고 말했다.

 

부상 당시를 떠올린 김연견은 “사실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는 그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어요. 진단 결과 골절이라고 하시길래 정말 당황스러웠죠. 수술도 불가피하다고 해서 순간 멍한 감정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바로 그날, 2월 4일로 잠깐 돌아가보자. 도드람 2019-2020 V-리그 5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던 인천 계양체육관. 흥국생명과 만난 현대건설은 4세트 14-12로 앞서고 있었다. 그때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김연견이 리시브가 된 공을 쫓는 과정에서 헤일리와 동선이 겹쳤고,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김연견은 고통을 호소했고 일어서지 못한 채 들것에 실려 코트를 떠났다.

 

다음 날 정밀 검진 결과 왼쪽 외측 비골 골절 진단이었다. 수술 후 회복까지 12주 가량이 필요했다. 김연견은 곧바로 마음가짐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깜깜한 앞길을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재활 기간을 버텨내겠다는 마음가짐을 말이다.

 

“회복 시간이 길다고 했고, 수술까지 해야 한다고 해서 ‘이게 뭔가...’싶었어요. 그래도 ‘뭔가 얻어갈 수 있는 게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안정을 되찾았던 것 같아요. 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죠.”

 

김연견은 비시즌 동안 재활에 힘을 쏟아 부었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컵대회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김연견이 재활 기간 동안 얻은 ‘무언가’가 궁금했다. 김연견은 “컵대회 때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아 코트 밖에서 경기를 봤어요. 조금 색다르더라고요. 코트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어요. ‘저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음도 더 단단해졌어요”라고 말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당한 큰 부상에 지인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치고 나서 팬들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이 엄청 걱정하더라고요. 솔직히 불안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오랜 기간 볼을 만지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김연견은 “제가 리베로잖아요. 리시브를 받아야 하는데 볼 감각이 다시 올라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고요. 팀 언니들이 수술하고 재활하면 힘들 수 있다고, 힘내라고 많이 다독여줬어요. 그래서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김연견은 지난 시즌 부상과 함께 시즌마저 조기 종료되어 아쉬움이 배가 됐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시즌 종료까지 몇 경기를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2위 GS칼텍스와 승점 1점차로 1위 타이틀을 지켜낸 현대건설이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처음 정규리그 우승을 맛볼 수 있었던 김연견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해봤지만 정규리그 우승 경험은 아직 없거든요. 우승할 수 있는 기회였잖아요. 가끔 선수들끼리 ‘우리 별 못 달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 저는 부상도 있었고, 시즌 조기 종료로 저뿐만 아니라 선수, 구단, 가족 모두가 아쉬워했어요.”

 

 

수술과 재활 기간을 보낸 김연견의 몸상태가 궁금했다(인터뷰는 시즌 개막 사흘 전인 10월 14일에 진행됐다). 김연견은 “10을 완전하다고 생각한다면 6-7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발목을 심하게 다쳐서 그런지 순발력을 필요로 하거나, ‘팍’하고 차고 일어날 때 조금 불안해요. 통증이 아직 남아 있기도 하고, 두려움? 무서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잘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야만 하죠”라며 덤덤하게 웃었다.

 

김연견이 시즌 아웃되고 나서 현대건설은 리베로 보강에 나섰다. 2017년 부상과 팀 사정으로 프로 무대를 잠시 떠났던 김주하를 다시 불러들였다. 김연견은 “언니가 잘 해줘서 힘이 나요. 예전에는 언니가 윙스파이커로 리시브를 같이 담당했다면 이제는 리베로로 서로를 도와주는 역할이잖아요. 든든해져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포지션별로 갖고 있는 고충은 가지각색이다. 리베로는 타 포지션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움직여야 한다.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 있어야 하고, 마지막까지 공을 바라봐야만 한다. ‘슈퍼 디그’, ‘허슬 플레이’라는 말은 대부분 리베로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수비 전문 선수’라는 말에 걸맞게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도 리베로의 몫이다. 김연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무래도 흔들리면 안 되는 포지션인 만큼 부담감도 있어요. 제가 흔들려버리면 옆에 있는 다른 선수도 불안해져요. 그래서 더욱 견뎌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김연견’ 하면 발 빠른 디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잡지 못할 듯한 공도 잡아내며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부상 후엔 순발력을 요하는 동작에 아직 머뭇거림이 있다. 그는 “아무래도 조금은 자중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근데 그게 ‘경기 때도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해요. 중요한 상황이 왔을 때는 저도 모르게 몸을 날리지 않을까요? 조절 잘해야죠”라며 웃었다.

 

크고 작은 부상이 뒤따랐던 김연견에게 부상 트라우마가 있을까. 김연견은 “트라우마가 크게 있지는 않아요. 다만 선수와 사인이 맞지 않아서 충돌할 때는 조금 무서워요. 제가 그렇게 해서 다쳤거든요. 감독님께서도 아직 100%가 아니니까 웬만하면 무리하지 말라고 하세요.”

 

열 번째 시즌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바라본다

김연견은 어느덧 프로 10시즌째를 맞이했다. 2011-2012시즌 3라운드 5순위로 현대건설에 들어왔고, 첫 FA(자유계약)자격을 얻은 2016-2017시즌 현대건설과 재계약했다. 그리고 지난 봄에 찾아온 두 번째 FA에서도 현대건설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연봉 2억원(연봉 1억 8천+옵션 2천)에 계약기간은 3년이다. 데뷔 후 줄곧 현대건설에서만 뛰고 있는 양효진(2007-2008시즌~)과 함께 프렌차이즈 스타의 길에 조금씩 접어들고 있다. 

 

계약 당시 상황을 묻자 김연견은 쏜살같이 흐른 세월을 얘기했다. “벌써 두 번째 FA를 맞이했잖아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에서 계약을 잘 해주셔서 기분 좋았죠.”

 

프로 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 선수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선수는 녹슬지 않는 기량으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했다는 의미고, 구단은 그런 선수를 잘 대우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연견에게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없냐고 물었다. 한참 망설이다가 김연견은 입을 뗐다.

 

“솔직히 크게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주변에서 간혹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요즘 들긴 해요. 그래도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만약에 불러주셨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웃음), 애초에 이 팀에 남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건 확실해요.”

 

김연견의 말대로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는 팀 내 베테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김연견은 여전히 신인같은 풋풋함과 동안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전혀 20대 후반 같지 않다”는  말에 김연견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감사합니다”라며 웃었다.

 

 

경기 중 코트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김연견의 실제 성격이 어떤지 궁금했다. “코트 안과 밖 성격 차이가 있는 편인가요”라는 물음에 곧바로 반문한다. “기자님이 보시기엔 어떤 것 같아요”라고.

 

“활발할 것 같다”라는 대답에 김연견은 그제야 답을 내놓았다. “어디 가서 조용한 성격이라고 하면 다들 거짓말이라고 해요. 누구나 친해지기 전엔 조용한 성격 아닌가요. 저는 친해지면 장난을 많이 쳐요. 후배들한테 장난을 치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되받아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먼저 다가가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많이 하려고 해요.”

 

배구 전문가들은 김연견을 두고 리시브보다는 디그에 능력 있는 선수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네 시즌 리시브 효율을 보면 4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프로 데뷔 후 두 시즌은 32.25%, 33.88%였지만 이후 40%대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시즌을 치를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지만 지난 시즌은 달랐다. 34.76%로 오랜만에 3이라는 숫자를 봤다. 이에 김연견은 이렇게 말했다.

 

“전혀 몰랐어요. 항상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최근에 기록을 보다가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제가 리시브는 조금 부족하다보니 좀 더 노력해서 안정감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시즌 중반이 지날 때 쯤이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있어요. 그 부분은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 같고 마인드컨트롤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연견은 KGC인삼공사 박은진 서브가 가장 까다롭다고 말을 이었다. “박은진 선수가 서브 낙차가 심해서 까다로웠어요. 저만 느낀 게 아니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초등학교 땐 배구와 육상 병행

대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연견은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시작은 육상선수였다. 매일 같이 트랙을 뛰었고, 실외 종목에 익숙해지는 듯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배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김연견은 육상과 배구 두 가지 모두를 병행했다고 한다.

 

“육상 선수로 있던 도중 선생님께서 배구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엔 육상도 하면서 배구도 했죠.”

 

배구를 접하고선 육상보다 배구에 더 흥미를 느꼈다. “배구가 더 재밌었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경기 출전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얼떨결에 경기에 나가게 됐고, 그게 배구선수로서 첫 시작이었어요.”

 

당시 ‘리베로’라는 포지션이 따로 없었다. 김연견은 수비수, 세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오고 갔다. 신장이 작아 공격수만 해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세터도 해보고, 리베로도 해봤으니까 공격수 욕심도 있었어요.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공격수는 공격수 나름대로 고충이 있잖아요. 그래서 전 지금이 더 좋아요.”

 

김연견은 여자부 주전 리베로 중 최단신에 속한다(164cm로 GS칼텍스 한다혜와 같다). 가끔 선수들과 “2cm만 더 컸다면 오버핸드로 잡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선수들과 얘기를 나눈다. 김연견은 “제 장점이 순발력과 빠르기예요. 신장이 작은 덕이라고 생각해요. 따로 훈련하는 부분은 없고요. 체력을 키우려고 열심히 뛰어다녀요. 육상을 했던 만큼 스피드는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차세대 국가대표 리베로에 거론될 만큼 성장한 김연견이지만 신인 시절은 정말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연견은 “프로 3년차가 됐을 때 슬럼프가 왔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만 하던 시절이었거든요. 주전 리베로 언니가 갑자기 못 뛰게 돼서 제가 코트에 들어갔어요. 저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그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텨냈다. 김연견은 “모든 포지션이 그렇겠지만 리베로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자리예요. 출전 경험을 쌓으면서 노련미도 길러야 하고, 볼 감각도 올려야 하고요. 신인 때는 그럴 기회가 적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연습량을 많이 가져갔죠.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구장창 연습만 했어요”라고 돌아봤다.

 

김연견은 ‘할 수 있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되뇌었고,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잘 풀리지 않는 느낌이 들 때 제가 항상 다짐하는 게 있어요. ‘한 번만 더 해보자’예요. ‘내가 이것밖에 안 돼?’라는 생각이 들 때는 마음을 다시 편하게 먹고 ‘한 번 더’를 외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후배들한테도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힘들어도 버텨내고 ‘한 번만 더’를 외치라고요. 그 순간을 뛰어넘기만 하면 돼요.” 선배다움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김연견의 말을 듣자마자 이도희 감독 말이 떠올랐다. 인터뷰 시작 전에 만난 이도희 감독도 “신인 선수들은 자리 잡은 선배를 밀어낼 만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더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프로는 냉정하다. 어느 누구도 봐주는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었다고 물러나는 선수도 없다. 실력만이 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훈련을 소화해야 하며 버텨야 한다”라고 말했다. 역시 스승과 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견은 두 번째 시즌부터 차츰 팀 주전 리베로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 대표팀에 발탁됐다. 첫 성인 국가대표 승선이었다. 김연견은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과 함께 국제무대를 순항했다. 

 

“‘내가 감히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뽑아주신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지만 부담감도 있었죠. 우선 마음가짐부터가 달랐어요. 열정이 더 생겼다고 해야 하나. 동기부여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롤모델은 김해란이다. 롤모델과 함께 국제무대를 누빈다는 건 더할나위 없는 좋은 경험이자 잊지 못할 기억이다. 김연견은 “어렸을 때부터 리베로를 하긴 했지만, 누구한테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어요. 대표팀에서 해란 언니한테 많이 배웠어요. 언니가 하는 플레이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라고 말했다.

 

김해란이 은퇴하자 리베로 후계자가 화두로 떠올랐다. 라바리니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서 이미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오지영(KGC인삼공사)과 김연견(현대건설)은 다시 한번 본인이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임을 어필해야 한다. 새로운 리베로들에게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언급에 대해 김연견은 과분하다며 고개 숙였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아직 다른 언니들도 계시는데 언급해주시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버텨야 하는 자리’지만 흔들릴 때도 있는 법이다. 그때마다 김연견은 마음을 컨트롤하며 버텨왔다. “너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몸이 오히려 더 굳더라고요. 그냥 주어진 상황에 닥쳐오는 일부터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순간 보이는 공 하나에 집중하려 하고요. 안 됐을 땐 최대한 빨리 원인을 찾고 처음부터 하려고 해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공을 잡았을 때 느낌이 좋으면 그 뒤로는 수월하게 풀려요. 처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꾸준한 선수가 될래요”

김연견은 앞으로 목표를 ‘기록’으로 잡았다. 지금까지 기록을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지만 이제는 챙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연견은 “이제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기록이 많이 떨어졌어요. 조금은 올릴 필요성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배구 외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뭐냐는 질문에 “이루고 싶은 것보다는 가족 포함 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김연견은 요즘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소개했다. ‘더 해빙’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시도도 해보기 전에 ‘난 이거 못해’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이래요. 그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있음’에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없음’에 기준을 맞춘다고 해요. ‘나는 있다. 나는 괜찮다’ 이런 식으로 주문을 외쳐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읽으니 좋더라고요.”

 

이런 내공이 쌓여 지금의 김연견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김연견 선수에게 리베로란 뭔가요?”라는 질문에 김연견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운명이죠!”라면서 “(김)해란 언니를 상대팀으로 만났을 때 ‘와, 저걸 어떻게 잡지? 왜 잡지?’하고 감탄한 적이 많아요. 언니가 너무 잘하시니까요.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한텐 큰 자극제이자 원동력이에요”라고 말했다.

 

눈에 띄진 않지만 그 어느 포지션보다 막중한 역할을 책임지는 리베로다. 김연견이 생각하는 리베로로서 갖춰야 할 점은 무엇일까.

 

“배구는 분위기에 많이 휩쓸리는 종목이잖아요. 선수들도 분위기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리베로는 그런 분위기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선수들이 흔들리더라도 무조건 버텨서 이겨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야 해요. 어렸을 땐 저도 잘 안됐어요. 물론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노력 중이에요.”

 

 

김연견의 각오는 단단했다. “이번 시즌은 부상 없이, 코로나도 큰 말썽 피우지 않고 무사히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죠. 흥국생명도 연경 언니가 있긴 하지만 모든 팀 실력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이기고 지는 것에는 사소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미세한 것들을 잘 이겨내고 메운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흥국생명 이야기가 나오자 궁금함에 질문을 덧붙였다. 상대로 만나는 김연경은 어떨 것 같냐고. 김연견은 “대표팀에서 연습할 때 연경 언니 공을 받아보긴 했어요. 정규시즌 때는 완전 다른 느낌일 것 같긴 해요. 제가 컵대회 출전을 안 해서 아직 한 번도 못 받아 봤어요. 비시즌 흥국생명이랑 연습경기 할 때 기회가 있었는데 언니가 잠깐 쉬시더라고요.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언니와 만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11월 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맞붙는다.)

 

‘김연견’과 ‘김연경’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을 법하다. 김연견은 웃으며 말했다. “다른 곳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병원에 간 적이 있어요. 접수할 때 제 이름을 똑바로 적어서 냈는데 ‘김연경’으로 접수가 됐더라고요. 그래서 ‘경’이 아니라 ‘견’이 맞다고 해명했던 적이 있었어요.”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김연견은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최선을 다해서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했다는 선수로요!”

 

보고 싶은 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지금 코로나19로 많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시즌부터 시작해서 컵대회까지 팬분들이 없어 흥미가 떨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빨리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해주시는 힘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곧 만나요.” 

 

글/ 강예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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