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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여자배구 과거 · 현재 · 미래를 말하다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8-05-14 14:09

프로배구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V-리그 2017~2018시즌 여자배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남자 배구에 가려져 있던 때도 있었지만 여자배구는 그 속에서도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갔고 그 결과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여자배구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았다.

 

 

지금의 여자배구가 있기까지


미도파, 호남정유를 아시나요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V-리그는 2005년 프로화 닻을 올렸다. 프로화 이전에는 실업배구로 존재했다. 특히 1970~80년대는 배구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보낸 황금기라고 평가받는다. 그럴 것이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구기 종목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열기는 국내로 이어졌다. 그때까지 축구, 농구에 밀려왔던 관심을 배구쪽으로도 돌릴 수 있었다. 배구 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전설 같은 스타들이 탄생한 것도 그 시절이다.

 

 

<사진 : 미도파 소속으로 활약했던 박미희(왼쪽에서 두 번째) 現 흥국생명 감독>  


여자배구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미도파와 호남정유다. 우선 미도파는 1980년대 여자 배구코트를 점령한 배구 명문팀이다. 세 번이나 이름이 바뀌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무려 184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대농그룹의 경영합리화 계획에 따라 팀 해체를 결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0년대 들어 여자 배구는 새로운 양상을 보였다. 미도파와 현대건설로 양분화됐던 체제가 무너지면서 호남정유를 시작으로 한일합섬, 흥국생명 등 신흥세력들이 부상했다. 그 가운데서도 호남정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슈퍼리그(구 대통령배) 9년 연속 우승과 92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무적신화를 창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베스트 6’ 가운데 5명이 호남정유 소속이었다. 그만큼 호남정유의 전력은 막강했다.


그 후 2000년대에 들어서자 배구에도 프로화의 거센 바람이 일어났다. 농구가 1997년 2월 프로리그 출범이후 인기가도를 질주하던 터라 그 열망은 더 컸다.


마침내 2005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 흥국생명, KT&G(현 KGC인삼공사), 도로공사, 현대건설이 참여한 여자 프로배구가 출범했다.

 

 

2011년부터 6개 구단 체제로 운영


초창기 V-리그 여자부는 5개 구단으로 운영됐다. 제6구단 창단은 배구계의 숙원이기도 했다. 현 체제가 갖춰진 건 불과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7월 ‘부산IBK국제컵대회’ 타이틀 스폰서로 배구와 인연을 맺은 IBK기업은행이 한국배구연맹(KOVO)의 적극적인 제안에 따라 배구단 창단의 뜻을 밝히며 여섯 번째 구단으로 출범한 것이다.


이후 여자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특히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약진이 눈부셨다. 신인 우선 지명권을 받으며 당시 고교최대어로 손꼽혔던 김희진과 박정아를 품에 안는데 성공한 IBK기업은행은 2011~2012시즌 4위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 시즌 만에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7번의 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IBK기업은행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각 3번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강팀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반면 2017~2018시즌 이전까지 V-리그가 13시즌을 치르는 동안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이 없었던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로써 여자부는 6개 구단 모두가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횟수로는 KGC인삼공사,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이 나란히 3회씩을 기록하며 최다 우승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선 KGC인삼공사는 프로출범 이후 첫 해였던 2005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09~2010시즌과 2011~2012시즌 챔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2015, 2015~2016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서남원 감독 부임 후 3위까지 발돋움했다. 이번 시즌에는 5위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뛰었을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의 등장은 그야말로 리그 판도에 대변혁을 몰고 왔다. 김연경은 신인이던 2005~2006시즌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신인선수상을 비롯해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모두 그의 차지였다. 이어 2006~2007시즌 역시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앞세워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07~2008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컵은 들어 올렸지만 챔프전에서 GS칼텍스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그 다음해 다시 왕좌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김연경이 나가고 난 후 침체기를 겪었지만 박미희 감독과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순위표를 끌어올리더니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17~2018시즌에는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실업시절 여자 배구를 쥐락펴락하던 현대건설과 GS칼텍스는 프로에서는 다소 늦게 우승을 신고했다.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황연주와 손을 잡고 그토록 염원하던 V1을 이뤄냈다. 이후 5년 만이던 2015~2016시즌 두 번째 별을 품었다. GS칼텍스는 2007~2008시즌 우승에 이어 2013~2014시즌 정상을 차지했다.

 

 

상승곡선 그려나가는 여자배구


인기 도화선 된 국제대회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는 전 국민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는 야구가 국민스포츠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한 종목이 인기를 얻는데 있어 국제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자배구 역시 마찬가지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하며 침체기를 겪었다.


2012 런던올림픽은 여자배구에 전환점이 됐다. 한국은 앞서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가 하면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 진출이라는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김연경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 대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출격했지만 아쉽게도 네덜란드의 벽에 가로막히며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때 역시 한동안 선수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을 만큼 여자배구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여자배구는 그사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콘텐츠로 자리했다. 인기만 놓고 본다면 1970~80년대 르네상스시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지난해 7월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2017 월드그랑프리가 이를 증명한다. 평일이었던 금요일 4시에 경기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3,150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다. 경기장은 그야말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던 팬들이다. 선수단 버스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 선수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에 선수들은 성적으로 화답했다. 화끈한 경기력으로 3경기 모두 3-0, 승리를 거머쥐었다. 9경기에서 8승 1패 승점 25점을 거머쥔 한국은 2그룹 선두를 확정지었다.


당시 선수들은 입을 모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셔서 선수들도 더 흥이 나서 뛸 수 있었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주장 김연경도 “국가대표로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벅차다. 이런 경기들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우리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찾아와 주었다. 이런 관심을 선수들이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그랑프리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경기. 선수들도 팬들도 그만큼 이 무대에 많이 굶주려 있었다.


응원에 힘입은 한국은 폴란드와 2그룹 우승을 놓고 맞붙었다. 결과는 준우승. 하지만 3년 만에, 그것도 12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거둔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이어 여자대표팀은 2018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 그랜드챔피언스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 선전을 이어갔다.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높아졌다.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V-리그로 옮겨졌다.

 

 

관중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다 


V-리그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여자부는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FA 혹은 트레이드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그 가운데는 전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주전 선수들의 이동도 적잖았다.


이로 인해 시즌 초반 매경기 풀세트 접전이 이어졌다. 지난 시즌 1라운드 15경기 가운데 2경기에 불과했던 풀세트 경기가 올 시즌에는 무려 9경기나 나왔다. 감독들은 하나같이 전력평준화를 외쳤다. 이겨도 쉽게 이기지 못하고, 져도 쉽게 무릎 꿇지 않는 접전이 이어지면서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덩달아 TV 시청률도 같은 시기와 비교해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시즌 1라운드 평균 시청률 0.56%였던 여자배구는 올 시즌 1라운드 평균 시청률 0.72%를 기록했다.


국내 겨울 프로스포츠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프로농구와 시청률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시즌만 보면 시청률에서 농구를 4~5배 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2017~2018 전반기를 마치고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코리아가 집계한 V-리그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0.831%로 나타났다. 반면 프로농구는 0.2%에 머물렀다.


비단 1라운드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시즌 0.72%였던 여자배구 시청률은 2017~2018시즌 0.79%로 상승했다. 포스트시즌 평균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남자부는 지난 시즌 1.40%에서 1.41%로 변동 폭이 거의 없었던 반면, 여자부는 0.94%에서 1.06%로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여자부는 분리운영에 나섰다. 앞서 GS칼텍스가 한 시즌 먼저 시행하기는 했지만 6개 구단이 분리운영을 한 건 프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우려가 많았다. 여자배구 오후 5시, 남자배구 7시(평일 기준)로 경기 시간을 확정했다. 주말은 남자배구 오후 2시, 여자배구 오후 4시로 편성됐다. 시간대를 고려할 때, 여자배구가 시청률과 관중동원에서 불리할 거라 예상했다. 평일 오후 5시는 많은 관중을 동원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남자부 경기처럼 오후 7시에 시작할 경우 퇴근한 직장인들의 관람이 가능하지만, 오후 5시는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관람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예상은 빗나갔다. 특히 11월 넷째 주 주간 시청률에서 여자배구는 평균 0.97%가 나온 남자배구에 앞선 평균 1.07%를 기록했다.

 

 

<표 : 최근 3년간 남녀 평균 관중 수>


관중 몰이에서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남자부와 비교해보면 그 수치는 더 크게 와닿는다. 물론 편의 좌석과 LED 시설 설치, 연고지 이전으로 인해 좌석 수 자체가 감소된 부분은 있다. 남자부의 경우 평균 관중이 2015~2016시즌 2,730명, 2016~2017시즌 2,602명이었던 반면 올 시즌에는 2,360명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여자부는 다르다. 오히려 분리운영 이후 관중 수가 크게 늘었다. 2016~2017시즌 평균 1,456명에서 지난 시즌 1,749명으로 오르더니 2017~2018시즌에는 2,000명을 웃도는 2,072명을 기록했다. 한 여자팀 관계자는 “반응이 확실히 좋다. 시즌권 판매라든가 입장객 수가 많아졌다. 단독으로 운영하는 거라 걱정했는데 여자배구 인기가 확실히 많이 올랐다는 것을 체감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대비 무려 평균 관중이 1,000명 이상 늘었다. 남자부 최고 인기 구단인 현대캐피탈도 제쳤다. 올 시즌에는 역대 최다 관중 기록도 썼다. 2월 1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IBK기업은행전은 무려 6,823명이 관전했다. 도로공사가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뒤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다. 종전 기록 역시 도로공사가 갖고 있다. 지난 해 12월 31일 흥국생명전에서 기록한 5,560명이다.

 

 


2014년 11월 한국도로공사가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배구단도 2015~2016시즌부터 김천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당시 관중 동원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김천은 이전까지 한 번도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김천실내체육관에는 첫 시즌부터 2만 9,988명(경기당 평균 1,999명)이 찾았다. 도로공사는 관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팀은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관중은 2,347명으로 늘어나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도 넘버원의 자리를 지켰다.


성적도 한몫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도로공사는 올 시즌 환골탈태, 선두로 올라선 이후 단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프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선수들이 직접 답했다, 여자배구 왜 인기 있는 거죠?


뜨고 있는 여자배구 인기, 그 비결은 무엇일까. 또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까. 선수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에서 답을 찾았다. 염혜선은 “지난 올림픽을 통해 인기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아무래도 팬들이 많이 좋아해줬고 그 덕분에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본선 무대를 밟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국제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다. 아시아를 호령했던 시절은 이미 과거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다르다. 한 때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2012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6 리우올림픽까지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남자배구와 달리 꾸준히 올림픽 무대에 나서며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다. 국민 관심도가 높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선전이 인기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남자배구가 갖지 못한 아기자기함도 여자배구의 매력을 배가 시킨다. “다른 스포츠에서 볼 수 없는 오목조목한 매력이 있다.” 양효진의 말이다. 한수지도 “아기자기한 면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이나 힘이 있는 선수들은 파워풀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 여러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파워풀한 남자배구와 달리 여자배구는 플레이에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묻어있다.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긴 랠리는 지루함이 아닌 팬들의 몰입도를 더 끌어올렸다. 김연경은 “랠리를 많이 주고받는 점을 팬들도 흥미진진하게 보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배유나도 “박진감 넘치는 랠리가 많이 이어지고 있는데 팬들이 그런 부분을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선수들의 외모도 한 몫하고 있다. 종목 특성 상 길쭉길쭉한 몸매는 기본에 호감도 높은 얼굴까지. 남심은 물론 김희진은 여심(?)도 사로잡았다. 선수들도 “여자치고는 큰 키들이지만 몸매도 좋고 예쁜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여자배구가 인기가 있다고들 하지만 과연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온도는 어떨까. 김천은 확실히 그 열기가 남달랐다. 박정아는 “밖에 나가면 많이들 알아봐준다. 식당에 가면 서비스를 줄 때도 있다. 다른 분들이 계산을 해주고 간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김연경과 황금세대, 그 이후는

 

 


여자배구 인기를 말하는 데 있어 이 선수의 이름을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바로 ‘배구 여제’ 김연경이다.


그가 높이 평가 받는 이유는 있다. 그간 김연경이 거쳐 간 팀들은 모두 우승팀 반열에 올랐다. 그럴 것이 김연경의 가치는 비단 공격에 한정되지 않는다. 윙스파이커 포지션으로서 안정적인 리시브까지 갖춘 그는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 시절부터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꼽혔다.


2005 V-리그는 선두싸움보다 꼴찌 경쟁이 더 치열했다. 바로 다음 시즌 김연경이 드래프트에 나오기 때문. 당시 드래프트 규정에 따르면 직전 시즌 최하위 팀이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갔다. 그리고 흥국생명이 최하위의 행운(?)을 거머쥐며 김연경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김연경 효과’는 컸다. 흥국생명은 2005~2006시즌에 이어 2006~2007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강 팀으로 거듭났다. 이후 김연경이 떠나기 전인 2008~2009시즌까지 흥국생명은 팀 커리어에 챔프전 우승 1회, 정규리그 우승 1회를 더했다.


국내 무대가 좁았던 김연경은 2008~2009시즌을 끝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두 시즌 만인 2010~2011시즌 소속팀 JT마블러스를 정상에 올려놨다.


2011년에는 유럽 진출에 나섰다. 2011~2012시즌 임대 신분으로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했다. 그리고 김연경은 그 해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했다. 이후CEV컵대회와 터키리그, 터키컵 등 정상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뒤엎고 2014~2015시즌에 이어 두 번째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6시즌 간 몸 담았던 터키를 떠나 중국리그에 새 둥지를 틀었던 김연경. 그 곳에서도 그는 빛을 발했다.


사실 상하이는 라이벌 팀들과 비교하면 선수 구성이 썩 좋지 않았다. 타 구단과 달리 현재 중국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는 김연경이 유일했다.


이 모든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상하이는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톈진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김연경 합류로 상하이는 한 시즌 만에 우승권에 이름을 올리는 팀이 됐다.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한국 여자대표팀 사정도 마찬가지다. 김연경이 핵심선수로 자리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래를 내다봤을 때는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사실 많은 배구인들과 팬들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을 메달 획득의 적기라고 여겼다. 그럴 것이 월드클래스로 꼽히는 김연경의 기량이 무르익었고 여기에 경험이 더해졌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련미는 늘어날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설사 그가 기량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김연경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김연경 혼자만으로는 세계의 높은 벽을 부수는데 한계가 있기때문이다.


좋은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새로운 동력이 될 유소년 선수들의 발굴과 육성,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금메달을 획득했고, 4월 24일 기준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중국은 주팅(24), 리잉잉(18) 등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리그를 경험한 김연경은 “리우 올림픽 이후 중국 내 여자배구의 인기가 많이 올라왔다고 이야기 들었다. 상하이에서는 배구를 하는 학생 가운데 유망주들을 대표로 뽑아 시니어까지 육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협회와 정부에서 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유망주 발굴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높게 평가하는 국제대회 출전과 선전은 여자배구 선수들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를 상승시켜 주고 V-리그 흥행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자배구, 오후 7시 경기 가능할까


2017~2018시즌 분리운영을 앞두고 KOVO와 남녀 각 구단 사이에 가장 큰 이견을 보였던 대목은 경기 개시 시각이다. 여자팀은 남자부와 같은 오후 7시를 요구했다.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계방송에서도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대다수 여자팀 관계자는 “평일 오후 5시 경기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오후 7시로 조정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그래야 관중들도 경기를 좀 더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시즌 역시 앞선 시즌과 마찬가지로 평일 여자부 5시, 남자부 7시, 주말 남자부 2시, 여자부 4시로 치러졌다.


실제로 2005년 V-리그가 출범할 당시부터 남자부가 중심이었다. 이러한 경향이 10년 넘게 리그 운영의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자 배구가 크게 인기를 끌며 서서히 KOVO를 비롯한 V-리그 구성원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중계방송과 관련한 부분은 민감한 사안이다. 경기 시각을 오후 7시로 옮겨 남자부와 같이 치르면 오히려 시청 그룹이 나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매년 여자배구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남녀부 각 팀과 KOVO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야할 부분이다.

 


샐러리캡 차별논란, 그 본질은?




KOVO는 지난 3월 5일 제14기 6차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남녀부 샐러리캡의 인상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남자부는 2018~2019시즌부터 3년간 매년 1억원씩 인상한다. 현재 24억원인 샐러리캡은 2020~2021시즌 27억원까지 확대 운영된다. 여자부는 2018~2019시즌 14억원으로 1억원을 인상한 뒤 이후 2시즌 간 샐러리캡을 동결한다. 


샐러리캡 인상과는 별도로 여자부는 남자부와 달리 선수 1명의 연봉이 전체 샐러리캡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김연경은 SNS를 통해 “여자배구 샐러리캡 남자배구 샐러리캡 차이가 너무 난다. 또한 여자선수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까지 추가했다고 한다. 왜 점점 좋아지는 게 아니고 뒤쳐지고 있을까? 이런 제도라면 나는 한국리그에서 못 뛰고 해외에서 은퇴를 해야 될 것 같다”면서 “여자 샐러리캡 14억(향후 2년간 동결) 남자 샐러리캡 25억(1년에 1억 원씩 인상)”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이를 남녀 차별적인 규정으로 인식하며 관심을 보였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여자배구와 한국여자농구에 규정되어 있는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를 폐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의장은 “특히 한국여자농구의 경우 ‘FA 규정 4조 5항’에 따라 소속팀에서 상한선 최고연봉을 제시할 경우, 선수의 FA자격을 금지하고 있어서 타 팀으로의 이적이 불가능하다. 소위 노예계약이라고 불리고 있다.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상승중인 여자배구 인기만 보면 이를 여자배구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해석이다. 실제 V-리그 남녀부가 처한 현실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자부와 남자부의 시장가치, 티켓파워, 그리고 프로배구 출범시 태생적 차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샐러리캡은 한 팀에 소속된 전체 선수 연봉 상한선을 정해놓는 제도다. 특정 팀이 우수한 선수를 싹쓸이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리그에 참여하는 모든 팀이 비슷한 규모의 연봉으로 비슷한 수준의 선수단을 구성해 비슷한 전력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된 규정이다.


우선 남자팀은 여자 팀에 비해 6경기 더 많은 36경기를 치른다. 이는 자연스럽게 남녀 간 연봉 책정에 반영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남자부가 팀당 경기 수가 많기 때문에 연봉도 더 높게 책정한다”라며 “또한 군대 간 선수들까지 고려하다보니 샐러리캡이 여자보다 더 많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가치가 오랫동안 쌓여 반영된 결과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여자부가 최근 상승세에 있고, 좋은 분위기인건 맞지만 한 두 해만으로 남녀부가 엇비슷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프로만 보면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는 더 쌓아 가야하는 단계다.”


그의 말처럼 남녀부 시작이 달랐던 점도 영향을 주었다. 프로배구 원년, 남자부는 샐러리캡이 10억 3,500만 원이었던 반면 여자부는 6억 원 수준으로 출발했다. 당시 리그 규모를 고려한 책정이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자배구의 시작 선상이 연맹 가입금이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남자의 반 수준이었다. 예전에는 차이가 몇 억 수준이었지만 금액이 늘어나면서 더 차이가 커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배구 역시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단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입장수익 정도지만 사실상 미약하다. 아직까지 구단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입장수익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약한 실정이다.


도로공사 입장 수익만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도로공사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3,507명. 그러나 이러한 도로공사의 입장수익은 경기당 평균 800만 원 내외다. 반면 평균 관중 수 3,383명의 현대캐피탈은 경기당 3,3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대목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모 구단 관계자는 “여자부 연봉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샐러리캡 제도를 바라보길 원했다. 남자부와 여자부 간 격차가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시장 규모를 따져볼 때 단순한 금액 비교는 무리가 있다. 이에 따른 여러 불만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여자배구 인기를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자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면 이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자부는 남자부에 비해 벤치 멤버와 주전 격차가 크고 좋은 신인들이 많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최근 불거진 샐러리캡 문제는 연맹을 비롯해 구단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여자배구 인기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자부에만 ‘25% 규정’이 있는 이유


여기에 이번 샐러리캡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 있다. ‘한 선수 연봉 최고액은 샐러리캡 총액 25%를 넘지 말 것(이하 25% 규정)’이라는 규정이다.


국내에서는 여자프로농구(WKBL)가 KOVO에 앞서 2009년에 샐러리캡 인상 혜택이 몇몇 특정선수에만 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25% 상한 규정을 도입했다. 게임에 못 뛰는 선수, 막내선수도 인상분 혜택을 받으려면 상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


WKBL은 최저연봉을 2,200만 원→2,400만 원→3,000만 원으로 올려왔다. 이때 연차가 낮은 선수들도 샐러리캡 인상에 따른 혜택을 주기 위해 25% 규정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주 합의에 따라 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WKBL 샐러리캡은 12억 원이다.


여자배구 모 구단 관계자도 “너무 많은 뛰어난 선수들이 한 구단에 있는 걸 방지하고, 팀 내 에서도 선수 간 연봉 차이가 너무 안 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단체 스포츠인 배구는 기본적으로 코트에 나서는 6명을 포함해 전체 팀이 하나가 되어 경쟁하는 종목이다. 이 때문에 특정 선수가 과도하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경우 실제로 조직력에 문제를 보였던 사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여자부 각 팀은 이 문제를 우려해 특정 1명의 연봉이 샐러리캡의 25%를 초과하는 사례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왜 여자부에만 이 규정이 적용된 걸까. 샐러리캡 규모 자체가 작은 것이 그 이유다.  현재 남자부 최고 연봉자는 대한항공 한선수로 5억 원이다. 여자부는 IBK기업은행 김희진과 현대건설 양효진이 각각 3억 원으로 최고 연봉을 받는다.


객관적인 금액 자체는 한선수가 더 많다. 하지만 2017~2018시즌 샐러리캡 내에서 따져보면 한선수가 20.8%인 반면 양효진은 그보다 높은 21.4%로 나온다. 다시 말해, 같은 돈을 증액하더라도 샐러리캡 내에서 커지는 비율은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다음 시즌 남자부 샐러리캡은 25억, 여자부는 14억으로 오른다. 25%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남자부는 6.25억, 여자부는 3.5억이다. 남자부 경우 아직 상한선에 여유가 있지만 여자부는 오천만 원 밖에 남지 않는다. 한 두 선수에게 연봉이 쏠린다면 선수 간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여자부 선수층이 얇은 것도 이유다. 그렇다보니 A급 선수들의 가치가 남자부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남자부보다 A급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간의 격차가 큰 것이 이와 같은 한계 규정을 만들게 된 이유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문복주, 유용우 기자, KOVO, FIV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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