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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준의 배구수다] V-리그 홈 & 어웨이 승률의 세계
이광준(kwang@thespike.co.kr)
기사작성일 : 2018-04-19 02:51

지난 3월 14일 부로 모두 끝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정규리그. 어떤 시각으로 정규리그를 바라볼까 고민하던 차에 홈과 어웨이 승률로 접근하게 됐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지난 2017~2018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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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와 ‘홈 경기장’은 어떤 관계일까


배구는 실내스포츠입니다. 한정적인 규격 내에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홈경기가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장마다 많은 차이를 보이는 실외스포츠, 특히 야구에 비하면 배구는 실제 경기력에 차이를 주는 요소는 적다고 볼 수 있죠.


야구의 경우, 외야 규격도 경기장마다 차이가 나고 풍향, 기온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따라 경기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MLB(미국 프로야구) 내셔널 리그에 소속된 콜로라도 로키스가 사용하고 있는 홈구장, 쿠어스 필드(Coors Field)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탓에 공기 밀도와 습도가 낮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타자들이 친 공이 비거리가 낮은 곳보다 9~10% 더 날아간다고 합니다. 반면 서울 잠실야구장은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멀어 투수들이 좋아하는 구장이죠.


배구의 경우, 이런 환경적인 요소는 확실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홈 이점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래 그래프를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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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는 올 시즌을 포함해 V-리그 통산 팀 홈/원정 승패 및 승률입니다.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정규리그 기록이며, 2005~2006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시행되었던 중립구장 경기는 제외한 수치입니다.


남녀 전체 13개 팀 가운데 총 11개 팀이 원정 승률보다 홈 승률이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자부는 7개 팀 모두가 홈 승률이 원정 승률보다 좋았습니다. 그 중 현대캐피탈은 홈 승률과 원정 승률이 1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승리와 패배, 두 가지 경우밖에 없는 스포츠에서는 1% 승률이라도 무척 큽니다. 그런데 홈에서 10% 이상 더 이겼다는 건 굉장한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부분 팀들이 원정보다 홈에서 승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배구에서 홈이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감독들은 “분위기”를 꼽았습니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이름 그대로 홈이다.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곳이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아무래도 다른 경기장보다는 선수들이 편안해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응원 열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다른 나라보다 팬들이 열성적인 응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응원은 홈 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원정 응원팀 역시 존재하지만 홈 팀 응원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음악, 전광판 영상 등 대부분이 홈 팀을 위해 마련된 것들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예시는 선수입장 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원정 선수를 소개할 땐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소개하는데 반해 홈 선수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환영하죠. 홈 선수들에게만 비추는 화려한 조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가장 몸으로 느끼는 건 단연 선수들이겠죠. 선수들 역시 하나같이 홈 경기장 열기에 대해 “고맙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여러 장치들이 선수들에게 ‘홈 경기장은 우리 집!’이라는 인식을 하게끔 합니다. 경기장 대부분이 우리를 향해 응원한다,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겐 큰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OK저축은행 박원빈은 “(홈에 오면) 늘 한결같이 환호해주는 팬 분들에게 감사하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감사와 미안함을 이야기했습니다. 현대건설 양효진은 “홈 경기장을 보면 배구 인기가 참 많아진 것 같다. 응원 열기가 대단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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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승률을 본 김에 통산 승률까지 함께 보겠습니다. 통산 승률을 보면 팀 간 편차가 꽤 크게 나타납니다. 통산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팀 승률이 70%에 육박하는 점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 째로, V-리그 역사가 아직까진 길지 않고, 한 시즌 당 경기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표본이 적다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그만큼 한 팀이 독보적인 경기력을 보인 시즌이 꽤 길었다는 뜻입니다.


남자부는 팀끼리 격차가 확연합니다. 삼성화재는 홈 승률 76.6%, 통산 승률은 73.13%네요. 통산 승률에서 가장 높은 팀입니다. 과거 ‘삼성화재 왕조’라고 불리며 오랜 시간 챔피언 자리를 지켰던 팀답습니다. 뒤를 이어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이 통산 승률에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 팀이 V-리그 남자부 ‘상위 3걸’이라고 평가 받는 팀들이죠.


여자부는 상위와 하위 팀 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남자부에 비해 한 팀 독주체제가 적었던 만큼 남자부에 비해 꽤 평준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IBK기업은행입니다. 6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만큼 창단 이래로 강력함을 발휘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68%라는 엄청난 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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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홈 최강자는 누구


그렇다면 이번 시즌 홈경기 기록은 어떨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번 시즌 원정 팀들이 가장 부담을 느낀 경기장은 어디일까요. 반면 홈 경기장에서 유독 약했던 팀은 어디일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표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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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 기준을 50% 선으로 놓고 봤을 때, 이번 시즌 남녀 전체 홈 승률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여자부는 50%를 겨우 넘겼고 남자부는 채 5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사실 남자부의 경우, 상위 6개 팀 홈 성적은 좋은 편입니다. 1위 현대캐피탈이 홈에서 12승이나 챙겼고 승률 50%를 넘긴 팀이 총 다섯이니까요. 아쉬운 건 최하위, OK저축은행이네요.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아쉽게도 홈에서 단 3승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지켜보는 팬들도, 직접 뛰는 선수들도 하나같이 아쉬워했던 이번 시즌입니다.


OK저축은행은 10월 17일, 홈 개막전 이후로 지난 2월 21일까지 홈 14연패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올 시즌 상황이 안 좋을 때 홈경기가 많았다. 더 잘해야 하는 곳에서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쉽다. 이번 겨울은 유독 추웠다. 연패 와중에도 꾸준히 경기장에 찾아준 홈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홈에서 부진했던 것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그 외에 남자부 홈 승률 가운데에는 KB손해보험이 가장 눈에 띕니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구미에서 의정부로 연고지를 옮기며 변화를 노렸죠.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홈에서 10승 8패로 의정부 팬들에겐 꽤나 좋은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8년 만에 홈 개막전에서 승리한데 이어 다음 경기에서는 현대캐피탈을 홈에서 3-0으로 잡아낸 기억이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이 현대캐피탈 상대로 셧아웃 승리를 거둔 건 V-리그 통산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의정부 기운이 남다른가보다”라며 웃어넘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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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 홈 성적은 상위 두 개 팀이 뚜렷한 강세를 보였고 나머지 팀들이 비슷한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월 16일부터 3월 11일까지 홈 8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를 마감했습니다. 통산 홈 승률(69.30%)에서도 봤듯이 IBK기업은행은 홈에서 막강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확실히 드러났죠. 현대건설과 치른 세 경기 중 화성에서 두 경기를 모두 3-0으로 이겼습니다.


반면 KGC인삼공사는 홈 4연패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2월 3일부터 3월 1일까지, 약 한 달 여 동안 집 경기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오르면서 반짝였던 KGC인삼공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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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 성적은 어떨까? AWAY 이모저모

#1. KB손해보험, 천안 원정 승리까지 1,100일 걸렸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꽤나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와 별개로 또 하나 수확이 있다면 지난 3월 14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서 현대캐피탈을 3-1로 꺾은 것입니다.


이 경기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천안 원정’에서 거둔 승리였기 때문입니다. KB손해보험에게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그야말로 두려움 대상이었습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015년 3월 11일, 무려 3년 전 거둔 천안 승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승리는 KB손해보험 전신, LIG손해보험 시절 거둔 것이었죠. 다시 말해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꾼 뒤로는 ‘처음’ 얻은 승리였습니다.


사실 KB손해보험 뿐 아니라 많은 팀들이 최근 유관순체육관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 시즌을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원정 팀 승률이 가장 낮았던 곳이 바로 이곳, 유관순체육관이었습니다. 세 시즌 통틀어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는 원정 팀 승률이 단 29.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원정 팀들이 유관순체육관에서 약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몇 선수들에게 이에 대해 물었습니다. KB손해보험 황두연은 “(천안을) 의식하려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서 늘 졌던 기억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얼어붙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곳 관중들 응원 열기가 엄청난 것도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전력 세터 이호건에게도 물었습니다. 이호건은 “확실히 천안은 다른 것 같다. 응원하는 팬들도 많고 팬들과 코트 간 거리도 가깝다. 그렇게 많은 응원 속에서 경기를 치러본 건 처음이었다”라며 천안 팬들의 응원 열기를 칭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트와 관중석 간 거리가 가깝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팬들과 더 호흡하기 좋고 그 열기도 더 와 닿을 겁니다. 유관순체육관은 대전 충무체육관과 더불어 이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된 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이 “천안 팬들 응원 열기 덕분에 이겼다”라고 늘 말하는 게 단순한 팬 서비스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홈 팀에게 장점이 될수록 원정 팀들에게는 어려움이 된다는 점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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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정이 좋은 삼성-항공 & 집 밖이 무서운 흥국생명


이번 시즌 남자부는 그야말로 끝까지 순위를 종잡을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이 막판까지 4위 싸움을 펼쳤고,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를 확정한 가운데 2위 자리를 두고 다퉜죠. 결국 대한항공이 막판 힘을 잃고 물러서면서 삼성화재가 2위, 대한항공이 3위로 플레이오프에서 만났습니다.


준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사실 상 2위와 3위 간 차이는 홈경기를 한 번 더 치른다는 것뿐이었습니다. 3판 2선승제로 실시되는 플레이오프에서 1, 3차전을 2위 팀 홈에서 하게 되죠.


한 판 한 판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홈경기를 한 번 더 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두 팀 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런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번 시즌 두 팀 전적을 보면 원정 결과가 더 좋다. 3위도 나쁘지 않다’라는 것이었죠.


이번 정규시즌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상대전적 3승 3패를 기록했습니다. 그 중 두 팀은 원정에서 2승 1패, 오히려 상대 팀 홈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죠. 최근 세 시즌 기록도 재밌습니다. 삼성화재는 홈에서 대한항공과 4승 5패, 반대로 대한항공은 홈에서 3승 6패를 기록했습니다(정규리그 기준). 홈보다는 원정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 두 팀입니다.


결국 막판 순위 변동 없이 삼성화재가 2위, 대한항공이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하게 됩니다. 이어진 플레이오프서 결과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2승 1패로 잡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죠. 각자 홈에서 한 번씩 이기고 마지막 원정 경기를 승리한 대한항공이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스포츠에서 통계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편 여자부 최하위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원정서 단 2승만 거뒀습니다. 2승 13패, 승률 13.33%로 저조했죠. 홈인 인천을 벗어나면 유독 힘을 못 쓴 한 해였습니다. 반면 홈 승률은 40%로 4위였던 GS칼텍스와 동률입니다. 원정에서 조금만 더 이겼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네요.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4연패만 네 번 겪었습니다. 그만큼 힘든 시즌을 보냈는데요, 원정에서 얻은 두 번의 승리는 모두 4연패를 끊어냈던 중요한 경기들이었습니다. 원정 단 2승에 불과했던 흥국생명이지만 중요한 상황에서는 승리를 거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홈’이 홈이 아닌 불편한 진실


지금까지 홈, 원정 경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점은 현재 V-리그 홈 경기장이 진짜 ‘홈’이냐 하는 점입니다.


V-리그에서 한 지역구 내에 경기장과 숙소를 모두 둔 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 뿐입니다. 나머지 팀들은 홈경기를 치르기 위해서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를 움직여야 합니다. 숙소를 경기도 용인시에 두고 있는 삼성화재 경우,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경기 하루 전날,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사실상 홈 경기장은 ‘경기를 많이 치르는 곳’이란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물론 대부분 팀 숙소가 경기도에 있고, 홈 경기장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연고지에서 먹고 자며 뿌리를 내린다면 홈 승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그래픽 디자인/ 최인혜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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