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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해진 삼성화재, 신진식은 준비된 감독이었나
이광준(kwang@thespike.co.kr)
기사작성일 : 2018-01-22 01:24

그가 뜨니 배구코트가 다시 뜨거워졌다. 삼성화재가 절정의 전성기를 달렸던 그 시절 ‘좌진식 우세진’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왼쪽, 오른쪽에서 강타를 뿜어내면 상대는 견딜 재간이 없다. ‘우세진’의 주인공 김세진은 이미 2013년 OK저축은행 감독으로 부임, 챔피언을 두 차례나 경험했다. ‘좌진식’의 주인공 신진식(43)도 V-리그 2017~2018시즌 삼성화재 감독으로 배구코트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신 감독은 현역 때 ‘갈색폭격기’로 불렸다. 요즘 같으면 공격수론 작은 신장(188cm)인데도 하늘높이 솟구쳐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신 감독은 이제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로 벤치를 지키고 있다. 그가 지휘봉을 잡자마자 삼성화재 선수들이 춤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이란 아픔을 딛고 선두를 달리는 삼성화재다. 신진식은 준비된 감독이었을까. 무엇이 삼성화재를 이렇게 바꿔놓았는지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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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대약진 동력은
기본기와 정신력


올 시즌 삼성화재 경기를 보면 분명 무언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경기력 부분에서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한 면모가 보인다. 지난 해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가 담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신진식 감독은 부임 초 딱 두 가지를 강조했다. ‘기본기’와 ‘정신력’이다. 그렇게 특별한건 아니다. 삼성화재 배구단 역사를 만든 신치용 감독때부터 강조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기가 다잡힌 팀은 어느 팀과 싸워도 대등한 경기력을 낼 수 있다. 이는 곧 승부에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신 감독 역시 기본기를 중시한 팀 문화속에서 국내 무대를 평정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신력은 곧 의지다. 강한 정신력은 궁지에 물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 내쫓을 수 있을 만큼 큰 잠재력을 가졌다. 긴 시즌, 개인과 팀이 갖고 있는 100% 이상 능력을 보여주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수다.


“선임된 당시부터 지금까지 기본기를 쭉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술에 큰 차이, 두드러진 특징은 없죠. 단체 종목에서는 전술보다 먼저 있는 것이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기가 잘 되어있고 선수들 정신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코트 위에서 하나가 돼 싸울 수 있어요. 그게 우리가 지향하는 ‘팀으로 싸우는 배구’입니다.”


신 감독의 단순하고 명쾌한 지도 방침은 삼성화재가 시즌 초반부터 확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게 했다. 비록 개막 2연패로 출발했지만 이후 11연승을 달리며 선두로 올라섰다. 3라운드에 접어들며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과 2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에 선두 자리를 내주며 2위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했지만 분명 달라진 삼성화재다. ‘돌아온 폭격기’ 신진식 감독은 그렇게 프로 감독 첫 해를 순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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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땐 하나만 보면 됐고,
감독은 다 봐야 한다


신진식 감독은 2007년 12월, 현역 생활을 마치고 이후 2년 간 오스트레일리아서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배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참가했다. 감독이 되기 위한 수업을 하나씩 밟은 것이다. 그리고 2011년, 홍익대 배구부 감독으로 부임하며 공식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신 감독은 홍익대 감독 시절을 회상했다. “그 때(홍익대 감독 시절)와 지금은 많이 다르죠. 직함은 같은 감독이지만 아마추어와 프로 차이는 굉장히 컸습니다. 대학은 관중도 적고 프로처럼 여건이 좋지도 못하잖아요.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린 선수들 열정을 엿볼 수 있었죠. 그 경험으로 인해 대학 감독들 심정도 알게 되고, 또 어떤 선수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도 조금 알게 됐어요.”


이어 삼성화재 코치 시절을 돌아보며 “하나만 보면 되던 시절이다. 지금은 다 봐야하니 힘들다”라며 웃어 넘겼다.


프로 감독으로 데뷔해 이제 막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신 감독은 “프로 감독 자리는 확실히 무거운 자리”라고 말했다.


“연승할 때도 그랬지만 연승이 끝난 후에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는데 시즌을 어떻게 치러야 하나’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어요. 팀 전반적인 것들을 알아야 하고 이끌어야 하니까요. 우리 팀 선수들이 인터뷰하는 걸 보면 ‘눈앞에 닥친 한 경기만 생각한다’라고 하더군요. 전 그럴 수 없잖아요. 시즌 끝까지 길게 보고 운영해야하니까요.”


이어 “연승도 이젠 과거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신 감독이 덧붙였다. 짧은 대화로 감독 자리가 주는 부담감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신 감독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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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스타일로 간다


‘훈련은 냉정하게, 사석에선 친한 형처럼.’


올 시즌 삼성화재가 가장 바뀐 것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선수들은 하나같이 ‘분위기’를 꼽는다. 신진식 감독 부임 이후 그저 진지하기만 했던 감독-선수 사이에 벽이 조금은 무너졌다. 젊은 신진식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빛난 대목이다.


이는 신 감독이 처음부터 고수해 온, 본인의 스타일이다. 할 땐 확실하게 하고, 쉴 때는 친근하게. 신 감독은 사석이나 회식 자리에서는 특유의 유머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 감독이 나서서 그러니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 없다. “훈련 때는 절대 안 되죠. 진지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으니까요. 또 프로잖아요. 프로라면 제 할 일에는 진지해야죠.”


신 감독을 포함해 현재 V-리그 남자부에는 40대 감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베테랑인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독들은 모두 40대다.


신 감독은 V-리그에 젊은 감독이 많다는 말에 “사실 예전에도 다들 40대 초반에 감독을 했다”라고 답했다. “예전엔 아무래도 감독과 선수간 벽이 높았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났으니 어려운 사이였죠. 그런데 요즘엔 30대 중반 선수들도 많아요. 저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요. 제가 형님 리더십을 보이기 싫어도 그냥 ‘형님’인걸요(웃음).”


팀 운영에 고민은 없는지 궁금했다. 신 감독은 “고민 없는 팀이 어디 있겠나”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즌 초반,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그렇지만 초반은 초반이에요. 이 선수들이 시즌 끝까지 멀쩡할 거란 보장은 없잖아요. 우리는 백업 멤버가 약한 팀이에요. 이 선수들을 어떻게 시즌 끝까지 끌고 갈 것이냐가 남은 기간 동안 핵심이 되겠죠. 부상 선수들이 최대한 악화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서 끌고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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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계에 떠도는 말 가운데 하나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말이다. 신 감독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다”라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조심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제 눈높이에 선수들을 절대 맞추지 않죠. 내 기준에 맞춰버리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꿔야 하고 선수들이 해낼 수 없는 걸 시키게 되니까요. 선수들 기량에 맞게 조금씩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모두가 가진 것에서 딱 한 단계만 끌어 올려도 팀 전체로 보면 엄청난 효과니까요.”


이야기 주제가 자연스레 선수들로 넘어갔다. 올 시즌 삼성화재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터, 황동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동일은 좋은 신체 조건을 지녔지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는 신 감독을 만난 올 시즌 마침내 꽃을 피웠다. 황동일은 삼성화재 주전 세터로서 11연승을 이끌어 시즌 초 상승세 원동력이 됐다.


신 감독은 비시즌, FA로 영입한 박상하 보상선수로 유광우를 보내고 고민에 빠졌다. 황동일과 이민욱 가운데 어느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황)동일이는 패스워크가 좋고 신장이 장점인 선수였고 반면 (이)민욱이는 패스 구질은 좋은데 단조로운 패턴이 문제였어요. 무난한 민욱이냐, 공격적인 동일이냐 고민했을 때 답은 동일이였죠. 팀 스타일을 봤을 때 무난하게 가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어요.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네요.”


황동일이 제 역할을 다하는 점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신 감독은 떠난 유광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더했다. “프로는 오는 선수가 있으면 가는 선수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 당시는 물론 아쉬웠죠. 하지만 냉정하게 팀 차원에서 생각을 했어요. 보상 선수로 류윤식과 유광우 가운데 고민했는데 윤식이가 없으면 리시브가 안 돼 경기를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반면 광우 대체 자원은 있었고요. 딱 그 이유였어요. 다행히 광우가 다른 팀에 가서 잘 하는 모습 보면 서로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전 세터를 내주고 새롭게 팀을 꾸리는 과감함. 본인만의 스타일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 신진식 감독은 그렇게 자신이 가진 색깔로 삼성화재를 새롭게 물들이고 있었다.


신 감독에게 감독이 되기 전 지향한 ‘감독 상’이 있는지 물었다. 신 감독은 “그런 거 없다”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내가 배웠던 분들의 장점만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누구처럼 되겠다가 아닌 ‘신진식’이 되고 싶어요. 훗날 배구계에 ‘신진식 감독 참 잘했다’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입니다. 제 스타일대로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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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힘이 되는 그 이름, 가족


삼성화재는 일주일에 한 두 번 경기를 한다. 신 감독은 “그때마다 가족들이 난리다”라며 웃었다. 삼성화재 경기일만 되면 TV 앞에 가족들이 다 모여 앉아서 응원을 하고 끝나자마자 문자가 날아온다고.


“제가 다시 TV에 나와서 다들 좋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님이나 장모님은 거의 전 경기를 챙겨보시면서 팀을 응원해주셔요. 아내도 물론 좋아하죠. 아내가 살갑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연승 때는 ‘잘 한다’, 연승 끝나니 ‘다음에 또 연승 해보자’라고 응원하더군요. 가족들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가족 이야기에 신 감독 자녀가 빠질 수 없었다. 몇 차례 방송에도 나오며 끼를 발산했던 두 아들, 현수(17), 현빈(12) 군 이야기에 신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듯 했다.


“가장 좋아하는 건 당연히 두 아들이죠. 큰 아이는 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쉬는 시간에 잠깐 배구 보고 끝나면 바로 전화를 해요. ‘누가 이겼어?’라고 물어보죠. 막내는 그저 제가 TV에 나와서 좋은가 봐요.”


두 아들은 다섯 살 터울이다. 신 감독에게 ‘아들만 있어 섭섭하진 않냐’라고 물었다. 기자 역시 남동생이 하나 있는, 2남 집안에서 자랐기에 던져본 질문이었다. 신 감독은 기자 예상과는 다른 대답을 꺼냈다.


“아이들 나이 차이가 좀 있는데요, 주변에서 하도 ‘둘은 낳아야지!’라고 닦달을 해서 딸을 하나 낳자는 생각으로 시도했는데 아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전혀 남부럽지 않아요. 우리 막내가 얼마나 애교도 많고 귀여운데요. 제가 집에 들어가면 큰 아들은 ‘왔어?’ 한 마디 하고 자기 할 거 하는데 우리 작은 아들은 ‘아빠~’ 하면서 품으로 쏙 들어온다니까요.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한 걸로 알걸요.”


신 감독은 그런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운동은 절대 NO, 특히 배구는 절대 안 된다”라고 못을 박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가 해 봐서 알아요. 운동선수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제 아들인데 못 해봐요. 비교당하면서 얼마나 힘들겠어요(웃음). 지금처럼 자기 앞길 찾아갔으면 합니다.”

 

 

다시 시작, 모두 파이팅!


프로감독은 시즌 중 일상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개인약속은 물론 집안 대소사를 챙기기도 힘들다. 신 감독 역시 좀처럼 개인 시간 없이 숙소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정신없이 시즌을 치르다 보니 어느새 신년이다. 시즌도 벌써 반 이상을 지났다. 신진식 감독은 “벌써 1월이에요? 그럼 저 이제 2년 차 되는 건가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 감독은 길었던 인터뷰의 마무리로 배구 팬들에게 신년 인사를 전했다.


“제가 1년 차든, 2년 차든 그건 중요치 않죠.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일단 중요합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던 아쉬움을 털고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는데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가 똘똘 뭉쳐서 올 시즌, 우승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팬 여러분,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2018년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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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 모아모아, 키워드 TALK


신진식 감독과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게 다 여유와 유머가 살아있는 신 감독 덕분이었다. 다만, 기사가 온통 웃음으로 가득해 자칫 감독 인터뷰의 무게가 떨어질까 걱정됐다. 그래서 줄글 속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따로 코너를 마련해 준비했다. ‘키워드 톡!’이다. 지금까지 진지한 분위기를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신 감독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글을 읽을 뿐인데 신 감독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 당신은 골수팬이 분명하다.


#1. 포스트 신진식
한국전력 전광인 선수일까요? 아, 한번은 집에서 아내와 모처럼 함께 한국전력과 대한항공 경기를 봤어요. 아내가 ‘(전)광인이는 당신 전성기 때보다 한 40%는 부족한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잘하고 있는 선수한테 왜 그러냐니까 ‘저렇게 아웃되는 것도 당신 같았으면 득점할 걸?’하고 말하더군요. 확실히 저랑 전광인 선수랑 공 때리는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거기에 요즘엔 리시브까지 하느라고 많이 힘들 텐데 시즌 동안 다치지 말고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역 시절 본인과 비교했을 때 누가 낫냐는 질문에) 에이~ 그래도 내가 훨씬 잘했지~. 

 

#2. 세리모니
요즘 우리 선수들 세리모니가 참 크잖아요. 일부 팬들은 이걸 나쁘게 보기도 하던데. 저는 ‘이왕 하는 거 시즌 끝까지 해라’라고 말했죠. 이게 우리 스타일이 되면 되니까요. 제가 볼 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 현역 때는 저만큼 크진 않았어요. 이기고 있을 땐 별다른 세리모니를 하진 않았는데 지고 있다가 역전하면 엄청 큰 제스처를 취했죠. 그 땐 젊었을 때니까 지금 애들 뛰어다니는 것처럼 뛰어다녔어요. 이젠 힘들어서 못 해요. 

 

#3. 만원빵?
선수 시절엔 훈련보다 경기를 뛰는 게 더 재밌었죠. 경기 이기는 재미로 선수 생활을 했으니까요. 저랑 석진욱 선수는 포지션이 같잖아요. 신장도 비슷하고. 그래서 서로 서브에이스, 블로킹으로 내기를 했어요. 공격득점은 아무래도 제가 많으니까 빼고 요 두 가지로 계산해서 상대보다 더 많이 하면 점수 당 만원씩 주는 거죠. 코치님이나 감독님께는 절대 이야기 안했죠. 경기 들어가기 직전에 (석)진욱이에게 ‘만원빵?’하면 ‘콜~’해서 내기를 하는 거죠. 아우~ 얼마 되진 않아도 내기 한 번 이겨보겠다고 블로킹, 서브에 혈안이 되어서는…


#4. 정장
(정장 입은 모습을 팬들이 좋아한단 말에)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 그건 또 처음 듣는 말이네요. 보통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한테 많이 하는 말 아닌가요? 확실히 상우 형 입은 모습은 멋있던데. 어쨌든 나도 멋있다니까 기분 좋아지네요. 아 기사 댓글에 그런 말이 있다고요? 앞으로는 댓글도 좀 봐야겠네요.


#5. 근육통
(가끔 답답할 때 코트 위로 들어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니요, 절대요. 전 이제 몸이 안 좋아서 못 들어갑니다. 운동을 안 해서 근육이 다 빠져버렸으니까요. 전 그저 자세를 잡아줄 뿐이죠. 은퇴한 선수들이 ‘운동 절대 안 해!’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몸에 알이 배는 게 너무 싫어요. 알이 배면 딱! 움직이기 싫어지거든요. 그 때 운동을 해야 근육이 만들어지는데 이젠 그렇게 못 하겠어요.

 

 


글/ 이광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KOVO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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