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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미들블로커가 있나, 현대캐피탈 신영석
정고은(goeun-0724@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8-01-18 09:49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늘어놓는 남자. 실력처럼 마음가짐도 무르익은 듯 했다. 더불어 웃음도 많고, 정도 많았다. 보너스로 유쾌한 입담까지 자랑했다. 선한 인상에 복스러운 코를 가졌다.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신영석(32)이다.   

 

 

      신 이라 불리는 사나이
#배구동영상_마니아 #블로킹은_손이_아닌_다리로


남자배구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신영석. V-리그에서도 단연 잘하기로 손꼽히는 선수다. 지난 12월 12일,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어느 추운 겨울날. 천안에 위치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로 그를 만나러 갔다.

 

코트 밖에서 만난 신영석은 사진 촬영은 쑥스러우니 빨리 해달라며 엄살을 부리기도 하고, 검정색 옷을 피해달라고 주문하니 최대한 흰색이 섞인 옷을 입고 나온 나름대로(?) 순수하면서도 진솔한 선수였다.


그와 마주하고 앉아 초장부터 아주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신영석 선수, 대체 블로킹 잘하는 비결이 뭐예요?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월드리그, 해외리그 등 배구 동영상을 모으고 있어요. 잘하는 선수들의 특징이나 움직임, 장단점 등을 봐요. 그중 장점들만 모아서 제가
하고 있는 플레이에 접목시키려 해요. 내가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낄 수 있더라고요. 큰 도움이 돼요.” 

 

배구를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었다. “배구 영상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제가 경기를 뛰는 것도 아닌데 막 설레요. ‘와 오늘은 누가 이길까?’, ‘이번 경기는 진짜 빅매치다’라며 혼자 감탄하고요. 너무 좋아해서 하는 일이에요.” 배구를 향한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왠지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해외 배구 영상들을 보며 신영석이 배운 점은 무엇일까. “블로킹은 손이 아닌 다리로 잡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리가 특정 지점까지 먼저 가줘야 상대 공격을 막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영상을 볼 때 다리를 주로 봐요. 생각보다 블로킹 스텝이 많더라고요. 네 가지로 구분해 한 번씩 따라 해봤어요. 저한테 맞는 스텝이 뭔지, 어떻게 해야 목표지점까지 쉽게 갈 수 있는지요. 팀 동료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있고요.” 뭐지 이 사람. 배구 박사인가?  

 

상대 팀 선수들은 신영석을 두고 플레이를 읽는 눈이 좋다고 표현한다. 본인 생각은 어떨까. “제가 잘 아는 동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몇 시즌 동안 같이 경쟁하다 보니 선수들 움직임을 조금만 봐도 ‘아 이 선수는 지금 이걸 하려나 보다’ 하고 예상이 돼요. 80~90%는 맞더라고요. 물론 상대 선수들도 이미 저를 다 파악하고 있을 거고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선수라면 다들 잘 보일 거예요. 서로의 플레이가 눈에 익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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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 #미들블로커_대장 #아낌없이_주는_영석
비시즌 현대캐피탈은 중앙에서 기둥이 되어줬던 최민호(30)가 입대해 공백이 생겼다. 신영석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주위에선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걱정했다. 비교적 출전 경험이 적은 3년차 김재휘, 2년차 차영석이 이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신영석은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민호가 입대한 게 어떻게 보면 저희 팀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의 도전을 맞이한 거잖아요. 그 도전에 성공하고 올라선다면 좀 더 강한 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민호의 빈 자리를 부정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전반기에 저희 팀이 상위권에서 순항했잖아요. 남은 시즌도 도전정신으로 이겨내고 싶어요.” 

 

그의 말대로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까지 삼성화재와 끊임없이 선두 경쟁을 하며 선전했다. 팀 블로킹에서도 세트당 2.847개로 남자부 전체 1위에 올랐다(이하 기록 12월 21일 기준). 그러나 개인 순위에서 블로킹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신영석뿐이었다. 그는 16경기 56세트에 출전해 세트당 1.00개 블로킹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단순히 성공 개수만 놓고 보면 신영석이 총 56개, 김재휘가 23개(세트당 0.59개), 문성민이 21개(세트당 0.36개), 노재욱이 18개(세트당 0.37개), 차영석이 14개(세트당 0.44개)를 기록했다. 십시일반 힘을 모아 팀 블로킹 1위를 만든 것이다.  

 

신영석은 사이드 블로킹이 좋아졌다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께서 팀 미팅할 때 전체적으로 다 조율해 주시거든요. 효과를 많이 보고 있어요. 보통 경기 중에는 전위에서 미들블로커가 블로킹 작전 지시를 내려요. 상대 선수가 공을 때리는 코스를 전날 미리 분석해놓고, 경기 당일에는 그쪽을 공략하는 거죠. 저도 ‘내가 이쪽을 막을 테니까 네가 그쪽 그 선수를 막아봐’, ‘이번 상황에서는 이 선수에게 올라갈 확률이 높으니까 그쪽을 집중 견제하자’라고 하거든요. 그럼 선수들이 작전을 훌륭히 수행해줘요. 덕분에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고 있어요. 저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지고요. 선수들이 다 잘해주니 고맙죠. 한편으로는 블로킹 쪽에서 저만 주목 받는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올 시즌 현대캐피탈에는 신인 미들블로커 홍민기, 박준혁이 새로 합류했다. 신영석은 매 경기 전날 베테랑 선배로서 신인 두 명과 김재휘, 차영석 등을 불러 미들블로커 포지션 미팅을 연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눈다.

 

“노하우를 말해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가 골고루 잘하는 팀이 있으면 저는 외인보다 국내 선수를 막고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외인 부담감이 더 높아지고 세트 후반 범실도 유도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경험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나눠요. 제가 우여곡절이 많은 길을 걸어오며 배운 것들이요. 선수가 선수를 가르치면 안 되지만, 힌트를 주면서 빠르게 본인 플레이에 접목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었어요. 미팅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선수들이 재미있어 해줘서 다행이에요. 후배들이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할 때 보탬이 됐으면 해요.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걸 후배들에게 전부 퍼주고 싶어요. 우리 팀과 그 선수들 미래를 위해서요. 저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뒤로 물러날 때가 오잖아요. 그때 제가 도움 줬던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해서 잘 뛰고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171212YW_현대캐피탈_신영석_인터뷰_33_re.jpg영 리하게 위기를 넘기는 법
#무릎아_고마워 #암흑_속_3시간
비시즌 신영석은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다. 오랫동안 달고 다닌 짐이었다. 그러던 그는 대표팀에서 뜻밖의 정답을 찾았다. “정말 엄청나게 노력했거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쉬어보기도 하고, 반대로 막 하드 트레이닝도 해봤는데 안 됐거든요. 그러다 이번에 대표팀에서 답을 찾았어요. 중간 강도로 맞춰 지속적으로 해보니 제 무릎에 맞더라고요. 안 아프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예요. 대표팀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 지금 제 무릎을 만들어 줬어요.” 

 

그러나 시즌 초반 또다시 고비가 닥쳤다. 11월 3일 삼성화재와 1라운드 맞대결 도중 1세트에 상대 스파이크에 오른쪽 눈을 맞은 것이다. 정밀 검진 결과 외상성 전방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동공에 미세한 출혈이 생겨 순간적으로 시력이 저하됐으나 큰 부상이 아니라 금세 회복해 돌아올 수 있었다.

 

“무서웠어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구가 너무 재미있고 좋은데 다시는 못 하게 될까 봐요. 원래 선수들은 얼굴이나 몸에 공을 자주 맞아요. 이번에도 ‘좀 있으면 돌아오겠구나. 별거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1세트 끝날 때까지도 앞이 안 보이는 거예요. 시야가 흔들리고 사물이 겹쳐 보였어요.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경기 끝날 때까지 체육관에 있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제 상태를 보시고는 바로 병원에 가라고 하셨어요. 응급실에서 의사 선생님 기다리면서 계속 눈 감고 있었거든요. 머릿속에 딱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어요. ‘배구를 못 하면 난 어떻게 하지? 배구 없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아내와 아들은 어떡하지? 여기서 좌초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다행히 한 3~4시간 뒤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그때는 정말… 내가 이렇게 배구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이만큼 간절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소중함을 느꼈어요. 암흑 속에서 보낸 시간이 값진 깨달음을 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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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가_가져다준_승리 #자나깨나_입조심
다음은 12월 6일이었다. 현대캐피탈은 11연승 질주 중인 삼성화재를 만났다. 올 시즌 삼성화재와 V-클래식 매치에서 2전 전패했기에 여러 가지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신영석에겐 더더욱 그랬다. 1세트 초반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팀 내 주포인 안드레아스와 문성민 다음으로 많은 공격 점유율(9.52%)을 차지했으나 단 1득점도 올리지 못 했다. 블로킹만 3개를 더했다. 2세트부터 차츰 살아난 그는 이날 블로킹 5개, 서브 1개 포함 총 10득점(공격 성공률 66.7%)을 올렸다. 팀도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 직후 신영석은 좋은 꿈을 꾼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꿈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꿈에서 제가 팀 선수들이랑 부산에 갔다가 다시 천안으로 올라오려고 했어요. 다들 차 타러 가는데 저만 킥보드를, 전동 킥보드도 아니고 다리로 밀어야 되는 킥보드를 타고 가겠다고 한 거예요. 힘들게 가다가 갑자기 ‘왜 내가 킥보드를 타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순간 딱 잠에서 깼어요. 눈 떠보니 새벽 4시더라고요. ‘이건 도대체 무슨 개꿈이지?’ 싶었어요(웃음). 그러다가 ‘아, 오늘 승리하기 위해서는 포기하면 안 된다는 뜻이구나’ 하고 의미부여를 했죠.  

 

삼성화재전 초반에 서브 범실도 하고, 상대 타이스 선수 블로킹에 막히기도 했거든요. 경기력이 안 좋았는데 그때 꿈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끝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더니 잘 풀렸어요. 제가 평소엔 꿈을 잘 안 꾸는데 중요한 경기를 앞두면 항상 긴장돼서 꿈을 꿔요. 근데 전날 꿈꾸면 다음날 경기는 다 이겼거든요. 대한항공과 개막전(10/14)도 그랬고요. 이게 징크스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요. 사실 지금도 중요한 경기 전날 밤이면 ‘오늘 꿈꾸면 안 될까?’라며 자기 전에 저도 모르게 꿈 생각이 들어요(웃음). 꿈 얘기는 다른 선수들한테 안 하려고요. 제가 꿈꾸면 다 이기는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있어서요.” 


신영석은 스스로를 ‘입 조심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거 때문에 상처받은 적도 많아서요. 과거에 저밖에 몰랐던 때가 있었어요. 동료에게 ‘너는 왜 실력이 그거밖에 안 되면서 연습을 안 해?’라며 직설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어요. 하루는 친구들이 ‘네가 아무리 배구를 잘해도 그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은 상처받을 수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이후로는 웬만하면 부드럽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벼는 익을수록 숙여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는 본인의 다음 고비를 지금쯤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요즘 들어 부담감이 좀 생겼어요. 아무 생각 없이 배구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거만해질까 봐요. 감독님께서 항상 겸손한 마음가짐을 강조하세요. 그런 마인드를 가슴에 새기려 해요.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좋은 거지만 한편으로는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잘할 때는 관심 받아서 좋은데 혹시나 못할 때는 제가 했던 말들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약간 두렵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래요. 잘 나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한결같이 열심히 하려고요. 그러니까 제 인터뷰, 표지나 메인 인터뷰로는 안 해주셨으면 해요. 부탁 드립니다!”

171212YW_현대캐피탈_신영석_인터뷰_10_re.jpg석 양이 지는 그날까지
#롤모델은_고희진_윤봉우 #후배는_박진우
신영석이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코치님이요. 같이 운동해보면 고 코치님의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코치님 현역 시절에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한 적이 있거든요. 운동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이 정말 대단해요. 어떤 일이든 솔선수범하시고요, 후배들도 잘 챙겨주셨어요. 항상 앞장서서 파이팅 해주시고요. 그런 모습들을 진짜 감명 깊게 봤어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예요.”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한국전력 윤봉우를 꼽았다. 윤봉우는 2015~2016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서 플레잉코치를 지냈다. 이후 2016~2017시즌 미들블로커 우상조(현 우리카드)와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윤봉우 전 코치님이요. 경기를 못 뛰고 후보선수로 계실 때도 하루도 야간 운동을 거르지 않으셨어요. 항상 준비하고 계셨어요. 한국전력으로 가서 그렇게 잘하실 줄 몰랐어요. 지난 시즌에는 이른바 ‘봉우 타임’이 있었잖아요. 특히 저희 팀만 만나면 펄펄 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문자 드렸어요. ‘코치님, 한편으론 밉지만 그래도 코치님이 가셔서 잘하시는 모습 보고 진심으로 감동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팀 봐주지 말고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세요. 지금처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십시오’라고요. 만약 제가 그 상황이었으면 코치님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전 확신할 수 없어요. 이렇게 선배 형들이 길을 닦아주시는 게 후배로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이잖아요. 열심히 배워야죠.” 

 

후배 중에서도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골라달라고 했다. “저희 팀 선수 말하면 안되겠죠? 재미 없겠죠?”라던 신영석. “박진우(우리카드-상무 입대) 선수요. 이상하게 박진우 선수가 제 앞에 있으면 부담이 되더라고요. 제가 우리카드에 있을 때 같이 생활했으니 그만큼 저를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박진우 선수한테 블로킹도 많이 걸렸고요.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들블로커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저와 (박)상하(현 삼성화재) 뒤에 가려있었지만 이후에는 제 실력을 보여주더라고요. 신체조건도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군대에서 돌아오면 국내 미들블로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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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_노재욱 #가..감..독님.. #내친구_문성민 #배구는_마흔까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이 챔피언에 오른 뒤 <더스파이크> 2017년 4월호 표지로 최태웅 감독과 주장 문성민을 인터뷰했다(‘같이 걸을까’ 정상 향한 아름다운 동행 현대캐피탈 최태웅X문성민). 그날 인터뷰 자리에서 주인공들만큼 자주 등장한 이름이 신영석과 노재욱(26)이었다.

 

우선 ‘노재욱이 신영석을 잡아먹는다’는 말에 대해 물었다. “둘이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해요. 오늘 상대하는 팀은 어떤 특성이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해줄게. 이런 대화들로 시작해요. 재욱이가 주전 세터잖아요. 저를 이용해서 좀 더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해요. 다른 후배들은 저한테 먼저 말을 잘 안 거는데 노재욱 선수는 좀 달라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저를 잡아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니에요(웃음). 후배지만 친구인 거 같기도 하고요. 세터가 참 힘든 포지션인데 팀 이끌어가는 거 보면 대견하고 대단해요. 재욱이가 많이 힘들 텐데 계속 도와주고 싶어요. 앞으로도 저한테만큼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당시 인터뷰에서 최태웅 감독과 문성민은 단둘이 여행 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성민은 본인이 좋은 영향을 받았으니 이번엔 신영석에게 그 기회를 양보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들은 신영석. 폭소가 터져 나왔다.

 

“아..아직..저는 준비가 안된 거 같고요…하하. 감독님께서 저한테 무척 잘해주시는데 저는 아직도 잘 못 다가가겠어요.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할 때부터 되게 영광이었거든요. 이 선배님과 같은 코트를 누빌 수 있고, 선배님이 올려주신 볼을 때릴 수 있다는 게요. 공도 엄청 잘 올려주셨어요. 노재욱과 다른! 장난이고요(웃음). 감독님은 계속 저한테 볼 높이는 어떠냐, 때릴 만 하냐고 물어보셨어요. 보이지도 않는 후배한테요. 정말 최고였죠. 그땐 선수와 선수인데도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이제 감독님이 되시다 보니 하..정말 말도 잘 못하겠어요.” 

 

동갑내기 친구 문성민 이름이 나오자 즐거워 보이던 신영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보통 잘난 사람들은 잘난 척을 하기도 하잖아요. 근데 성민이는 손톱만큼도 그런 게 없어요. 아주 틈이 없어요 틈이. 와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저는 좀 빈틈이 많아서 감독님한테 종종 혼나거든요. 근데 성민이는 확실히 현대캐피탈 주장으로서 존경 받을만한 선수예요. 항상 앞장서서 팀을 이끌어가요. 저는 성민이가 힘들 수 있는 구석구석을 미리 챙겨 도와주려고 해요. 최대한 다른 것에 신경 안 쓰고 팀을 끌어가는 것만 생각할 수 있게요. 뒤에서 잘 밀어줘야 하는데 제가 많이 부족하죠.  

 

지난 시즌에 성민이가 유독 안 풀릴 때가 있었어요. 챔프전 때도 그랬고요. 혼자 이겨내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도 울뻔했어요. 근데 결국엔 이겨내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그러면서도 ‘참.. 신은 공평하지 않구나. 다 가졌구나 쟤는’이란 생각이 들었죠(웃음). 근데 이건 질투가 아니에요.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저런 친구가 저와 같은 팀에 있고,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게요. 정말 자랑스럽고, 자부심 느껴요. 현대캐피탈 배구선수로서요.”  

 

듣다 보니 이토록 배구를, 동료를, 팀을 사랑하는 선수가 또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하루가 저물고 해도 진다. 신영석도 본인이 배구공을 놓는 순간을 어렴풋이 그려보고 있었다.

 

“마흔 살까지는 현역으로 뛰고 싶어요. 무언가 대단한 기록을 달성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거든요. 지금도 마음 속에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 기억 속에 ‘아, 신영석이라는 선수가 있었지’라고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모두의 뇌리에 오래오래 남는 선수. 그런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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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y

신영석이 적금을 든 이유
“저는 첫째가 딸이길 바랐어요. 근데 첫 아들은 엄마를 많이 닮고,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 하잖아요. 딸이 걱정 돼서 적금을 들어놨어요(웃음). 제 코를 닮을 테니까요(시무룩). 근데 아들이 태어났네요. 그래도 좋아요. 집에 가면 문 앞에서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보기만해도 하루의 피곤이 싹 사라져요. 정말 행복합니다.”

 

신영석, 허재 부자 만난 사연
신영석이 비시즌 배구대표팀에 몸담았을 때, 닮은 꼴로 유명한 농구대표팀 허재 감독과 허훈 부자도 진천선수촌에서 생활 중이었다. 박상하(삼성화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신영석. 거기서 딱 허훈을 만났다. “상하가 허훈 선수랑 친하거든요. ‘야, 얘 너희 아버지랑 똑같지 않냐?’라고 묻더라고요. 그랬더니 허훈 선수가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장난 아닌 거 같아요…’라고 했어요. 아들이 인정할 정도인 거죠.”
하루는 허재 감독과 운명처럼 마주쳤단다. “정말 딱 눈이 맞았어요. 근데 서로 동시에, 바로 눈을 돌렸어요. 본능적으로 정확히 같은 순간에요. 그 의미는 모르겠어요 저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폭소)?”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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