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가족 성공 스토리’를 노래하다, 김철수 X 김세빈 부녀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5-30 2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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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를 꿈꾸는 중학교 3학년 김세빈에게는 든든한 언덕이 있다. 국가대표와 프로팀 감독을 역임한 아버지, 김철수 前 한국전력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 경기도 군포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녀의 모습은 배구 가족이라기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와 딸의 모습이었다. 배구선수로서 국가대표 꿈을 키우는 딸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Q__원래라면 두 대회를 치렀어야 할 시점인데(인터뷰 진행 시점이면 중고배구 춘계연맹전과 태백산배가 끝나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에 어떻게 지내나요.
김세빈 지금은 체력 운동 위주로 하고 있어요.
김철수 체력 위주로 운동하면서 산악훈련, 러닝도 하고요. 밤에는 자전거도 타죠. 코어 운동도 많이 하고 있죠. 지금 볼 훈련을 한 달 반 정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Q__아무래도 볼 훈련을 오랫동안 못해서 걱정도 많이 될 것 같아요.
김세빈 다시 정상적으로 훈련에 들어가면 볼 운동도 해야 할 텐데, 그때 잘 못 따라갈까 봐 확실히 걱정되긴 해요.
김철수 지금이 한창 많이 늘어야 하는 시기거든요. 겨울부터 해서 이 시기에 실력이 많이 느는데 체력 운동밖에 못하니까 부모 입장에서도 답답하죠. 그래도 배구부 코치 선생님이 숙제를 내줬더라고요. 프로 경기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쓰는 식으로요. 그래서 집에서 그런 영상을 보고 있을 때면 실력 있는 선수들의 좋은 자세 등을 옆에서 많이 짚어주고 있죠.

Q__프로 경기를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요.
김세빈 프로에서 뛰는 언니들을 보면서 저도 나중에 그 언니들처럼 똑같이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Q__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요.
김세빈 저는 양효진 선수요. 블로킹 장면이 인상 깊었고 속공도 잘하시는 것 같아요.
김철수 세빈이가 지금 주 포지션은 미들블로커에요. 중학생은 윙스파이커부터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까지 다 들어가서 포지션 구분이 뚜렷하진 않거든요. 부모 입장에서는 윙스파이커로 뛰었으면 하죠. 그러면서 리시브 훈련도 많이 하고요. 지금은 학교에서 키가 가장 크니까 미들블로커를 맡고 있죠. 고등학교에서는 또 달라질 수도 있는데 그건 가봐야 아는 거죠.
김세빈 저는 미들블로커가 편해요.

Q__배구도 그렇지만 학교 수업도 온라인인데요, 어떻던가요.
김세빈 다 같이 교실에서 공부할 때보다 뭔가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집중이 잘 안 돼요.

Q__훈련도 수업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배구부 선수들끼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김세빈 그냥 온라인 수업 듣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연락하고 그래요.
김철수 배구부 선수들 단톡방이 있어요. 그날그날 선수들이 운동한 모습을 올리더라고요. 산에 다녀왔으면 산에 다녀온 사진, 러닝했으면 러닝 사진말이죠. 인증샷을 남겨요. 지켜보면서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요. 온라인 수업을 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오후에만 운동을 해요. 오전에는 잠을 푹 자야 하는데 수업도 하고 숙제도 내주니까 그게 여의치 않더라고요.

Q__확실히 부모님 시각에서는 지금 상황이 매우 안타까울 듯합니다.
김철수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지금이 한창 많이 성장해야 할 시기거든요. 먹는 거야 잘 먹고 있지만 겨울에 열심히 훈련한 성과를 보여줄 무대가 사라진 거잖아요. 대회를 통해 지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하는데 말이죠. 겨울 전지훈련 때 보니까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더 잘하길 바라죠. 물론 지금 동년배들 사이에서 못하는 건 아니에요. 잘하는 편이지만 부모 마음이 거기서 멈추지 않잖아요.


부모님 권유로 시작한 배구, 그때 그 시절

Q__가족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김철수 그렇죠. 세빈이도 운동을 하고 싶어했어요. 큰아이는 운동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세빈이는 한 번 해보겠다고 했어요. 금방 포기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손잡고 같이 파장초등학교로 갔죠.



Q__처음에 배구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땠나요.
김세빈 처음에는 ‘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철수 아내(김남순 씨도 배구선수 출신이다)가 군포에서 학교 방과 후 활동에서 배구를 가르쳤어요. 그래서 세빈이도 몇 번 데리고 다녔죠. 정식으로 시작한 건 4학년 때였어요. 제가 봤을 때는 그때부터 소질이 보였죠.

Q__처음 시작할 때 어렵진 않던가요.
김세빈 엄마한테 처음에 언더 패스 자세를 비롯해 기본기를 배우고 시작한 덕분인지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Q__세빈 양 배구하는 걸 보면서 배구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드시나요.
김철수 초등학생 때부터 쭉 지켜보고 있는 거잖아요. 당시에는 아직 어리니까 전국대회에 나가면 긴장한 게 보였어요. 중학교에 가서는 1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섰죠. 선수라면 일단 경기에 나오는 게 중요한 데 다행이었죠. 그리고 세빈이를 향해 좋은 이야기도 나오니까 부모로서 뿌듯했죠. 사실 평가라는 건 제3자가 해야 의미 있잖아요. 부모가 잘한다고 해봐야 큰 의미는 없죠.

Q__부모님이 모두 배구선수 출신이어서 도움이 되는 점이라면요.
김세빈 아무래도 배구할 때 자세나 제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잘 짚어주세요. 그런 것들을 보완하면 더 잘될 것 같아요.

Q__배구 이야기할 때랑 일상 이야기할 때랑 부모님 태도가 다른가요.
김세빈 제 생각에는 비슷한 것 같아요.
김철수 배구 이야기할 때가 더 진지하지. 대충 이야기해주면 안 되잖아. 세빈이가 경기 중에 안 되는 걸 발견하면 이야기해줘요. 그럼 스스로 노력해서 다음에는 그 부분이 나아져 있어요. 평소 많이 하는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해줘요. 가끔 경기할 때 모습을 보면 안 풀릴 때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걸 말해주면 더 열심히 해서 그 부분을 자기 걸로 만들어서 오죠.

Q__반대로 부모님이 배구선수 출신이어서 힘든 점도 있다면요.
김세빈 잔소리를 많이 하세요.

Q__세빈 양에게 조언할 때 나름대로 지키시는 관점이 있을까요.
김철수 아내도 이야기하던 내용이긴 했는데, 부모를 뛰어넘어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는 게 있어요. 세빈이에게도 부담은 되겠죠. 하지만 그런 걸 마음에 새겨두고 해야 더 올라갈 수 있어요. 그래서 잔소리도 하는 거겠죠. 이전에는 아내가 거의 다 돌봤어요. 지금은 저도 감독에서 물러난 지 1년 정도 돼서 주말에는 제가 거의 세빈이랑 운동을 해요. 체력 운동도 같이하고 산에도 가고요. 누가 더 빨리 올라가나 내기도 해요.

Q__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잖아요. 1년 정도 그렇게 보내니 어때요.
김세빈 가족이 다 같이 있으니까 그게 가장 좋아요. 예전에는 아빠만 없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아쉬웠는데 지금은 가족이 함께 있어서 좋아요.
김철수 세빈이가 제가 감독을 그만둔 게 좋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니까요. 최근에는 재택근무 중이기도 하고요. 같이 놀러 갈 때도 있고요. 그게 좋은 거죠.

Q__어려서부터 배구를 했어요. 다른 일반 학생 친구들처럼 놀고 싶을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세빈 학교 끝나고 친구들끼리 놀러 가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전 학교가 끝나면 운동을 해야 하니까 놀러 가지 못하잖아요.

Q__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김세빈 저는 스트레스 잘 안 받아요.
김철수 정말?
김세빈 어, 나나 친구들이나 잘 안 받아
김철수 제가 볼 때는 먹는 거로 푸는 것 같아요. 밤마다 뭐 먹자고 그렇게 말을 많이 해요. 예전에는 잘 안 먹었는데 요즘은 부쩍 많이 먹어요. 아내도 어려서부터 좋은 걸 많이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보약부터 좋은 것도 많이 먹여요. 작년 겨울에 182cm였는데 지금은 3cm 정도 컸어요.

Q__그렇다면 요즘 세빈 양 ‘최애’ 음식은 뭔가요.
김세빈 치킨이요!
김철수 예전에는 치킨 한 마리를 시켜도 가족 네 명이 다 못 먹을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세빈이랑 큰 애랑 둘이서 한 마리씩 먹을 때가 있어요. 부모로서는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살이 잘 안 쪄요.


2019년 첫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

Q__지난 겨울에도 열심히 훈련했을 텐데, 올해 대회에 자신감도 있었을 듯해요.
김세빈 맞아요. 자신감은 많이 채운 상태였어요. 처음에는 선수들끼리 손발도 좀 안 맞았는데 겨울에 연습을 이어가면서 호흡도 좋아지고 잘 맞았어요.



Q__2019년이 기억에 많이 남을 듯해요. 수일여중 입학 후 첫 우승도 했고(종별선수권) 소년체전도 우승했어요. 많이 지났지만 당시 소감을 듣고 싶어요.
김세빈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3등도 못해보고 거의 지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에 와서 우승하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실감이 안 났어요.
김철수 1학년 때부터 경기도 뛰었고 2학년 때도 경기에 나가서 자기 몫을 해주니 뿌듯했죠. 소년체전 금메달은 저나 아내 모두 못 따봤거든요. 그래서인지 가족, 주변 사람들 모두 엄청 뿌듯했어요.

Q__우승하면서 선수로서 어떤 점이 좋아졌다고 느꼈나요.
김철수 (세빈 양이 쉽게 대답을 못 하자 김철수 실장이 대신 답을 이어갔다) 제가 볼 때는 블로킹이 좋아졌어요. 신장이 좋으니까 공격할 때 각도 잘 냈고요. 작년에 분명 성장했기 때문에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가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 볼 훈련 자체를 잘 못 하니 아쉬울 뿐이에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세빈이뿐만이 아니라 수일여중 선수들이 종별선수권 우승 이후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어요. 소년체전은 더구나 토너먼트라 한 번 지면 끝이잖아요. 연속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데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게 느껴졌어요. 초등학생 때는 지기만 해서 패배의식이 있었는데 종별선수권 우승으로 여세를 몰아 소년체전까지 우승하지 않았나 싶어요.

Q__그러고 보니 어느덧 중학교에서 마지막 해에요.
김세빈 중학교에 별로 안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요.

Q__내년부터는 고등학생이 되는데, 고등학교 언니들의 경기를 보면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김세빈 언니들 보면 정말 잘한다고 느껴져요. 중학생들이 하기 쉽지 않은 플레이를 하니까요.

Q__고등학교에서 뛰기 위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한다고 느끼나요.
김세빈 힘을 더 키워야 해요. 볼을 때릴 때 더 파워가 나오도록 해야죠.
김철수 아직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아요. 키도 더 커야 하니까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체력 운동과 근력에 도움이 되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죠.


국가대표가 되는 그날까지!
Q__고등학교뿐만 아니라 프로 무대까지도 상상해봤을 텐데, 지금 영상으로 보는 프로 경기에 뛴다고 생각하면 어떨 것 같나요.
김세빈 엄청 많이 떨릴 것 같아요.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에요.

Q__나중에 지금 프로 선수들과 같이 뛸지도 모르잖아요. 같이 뛰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김세빈 저는 양효진 선수요!
김철수 그때면 효진이가 35살쯤 되겠네요.




Q__실장님은 세빈 양이 앞으로 어떤 선수로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게 있을까요.
김철수 큰 욕심보다도 일단 다치지 않고 프로까지 갔으면 하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여자배구’하면 세빈이 이름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죠. 김연경, 양효진, 이재영처럼요. 물론 이건 부모 마음이고, 본인이 더 잘해야죠. 제가 어떻게 되라고 이야기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경기에 나서면서 욕 안 먹고, 배구계에서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됐으면 하죠. 사실 아내는 이번 인터뷰에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어요. 이렇게 인터뷰하고 그러면 거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죠. 하지만 저는 이런 걸 계기로 스스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빈이가 욕심이 많아요. 지기 싫어하고요. 훈련할 때 모습을 보더라도 승부욕이 느껴져요. 그런 게 부모로서 뿌듯하기도 한데 아까도 말했듯이 부모가 아니라 제3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해요. 작년에 CBS배 플레이오프에서 이기고 인터뷰를 했더라고요(지난해 CBS배 천안봉서중과 6강전에서 승리 후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저는 처음에는 몰랐어요. 그런데 기사가 올라오고 지인들이 기사 내용을 저한테 보내주더라고요. 소년체전 때는 같은 팀 김보빈 선수가 최우수선수였는데 제 딸인 줄 알고 또 연락이 온 적이 있어요. 이런 것도 기분이 좋을 때는 있어요. 관심이 없으면 연락도 안 올 텐데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Q__서로를 향한 바람도 한 마디 부탁드려요.
김세빈 아빠 먼저 해.
김철수 요즘 같이 운동하다 보면 불평이 많아요. ‘왜 이걸 해야 하나’ 싶어 할 때가 있어요. 대부분은 나중에 다치지 않기 위해 하는 것들이죠. 나중에 프로에 가서 아빠 용돈도 많이 줬으면 하죠(웃음).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또 숙소 생활을 해야 해요. 가족이랑 떨어져서 지내야 하죠. 프로에 가서도 숙소 생활을 해야 하니까 지금부터 익숙해질 필요는 있어요. 지금 시간 날 때 가족 다 같이 놀러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도 되면 더없이 좋겠죠.
김세빈 전 잔소리를 조금만 줄여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외부 약속을 조금만 줄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__끝으로 세빈 양 앞으로 선수로서 각오도 들어볼까요.
김세빈 우선은 유스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목표에요. 유스대표팀부터 청소년대표팀, 그 이후까지 차근차근 가야죠.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



글/ 서영욱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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