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정규리그 1위 이끈 신영철 감독의 못다 한 이야기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5-30 0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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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2019~2020시즌 우리카드는 성공적이라고 평할 만하다. 창단 후 최다인 10연승을 처음 맛보았다. 여기에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으면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우리카드를 이끈 신영철 감독에게는 아쉬움도 남을 만한 마무리였다. 그래도 우리카드가 처음 시즌 1위를 차지한 기록은 지울 수 없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이 지난 열다섯 시즌 동안 주고받은 1위 역사에 우리카드를 새긴 것이다. 그래서 공고했던 벽을 무너뜨린 한 지도자 신영철 감독에게 시선을 돌린다.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이 열린 다음 날, 경기도 분당 카페 드노피에서 신영철 감독을 만났다.
창단 후 최고의 시즌, 신영철 감독이 뽑은 그 비결은?!
2019~2020시즌은 우리카드 창단 후 최고의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규리그 1위 타이틀도 최초로 추가했고 창단 후 최다 10연승, 여기에 구단 최초 MVP까지 배출했다. 이를 이끈 신영철 감독은 V-리그 출범 이래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전날 전달식의 기분이 채 사라지기 전에 빛났던 2019~2020시즌의 우리카드를 신영철 감독과 함께 돌아봤다.

Q__전날 전달식에서는 수상 소감을 말할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못다 한 소감이 있으실까요.
선수 생활까지 포함하면 운동하면서 웬만한 상은 다 받아봤어요. 감독상을 한 번도 못 받았죠. 그걸 받는 게 쉽지 않잖아요. 시즌이 조금 아쉽게 마무리된 상황에서 감독상을 받았는데, 구단과 선수들 덕분이라 생각하고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Q__말씀대로 V-리그 첫 감독상입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나요.
감독상을 못 받고 감독 커리어를 마무리하지 않을까도 생각했어요. 하위권 팀을 맡으면 봄 배구까지는 가도 그 이상까지 가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감독상도 힘들다고 봤죠. 다만 이번에 우리카드를 맡았을 때는 다음 시즌까지 해서 우승에 도전해보려고 했어요. 팀에 잠재력도 있고 외국인 선수도 트라이아웃 체제에서는 팀마다 편차가 덜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만약 우승을 한다면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번에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래도 한 번 받는구나’ 싶었어요.

Q__항상 ‘선수들 덕분’이라고 언급하시지만 막상 선수들은 감독님 언급을 자주 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죠. 선수들에게 다가가면서 기술적으로 모자란 부분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해준 게 와닿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 고맙죠.

Q__우리카드를 맡고 두 번째 시즌 만에 팀을 1위로 올렸습니다. 올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처음 부임했을 때 선수들에게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그래야 행동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고 이야기했어요. 또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했죠.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거죠. 사람 마음을 움직여야 이후에 기술적인 것도 따라오거든요. 제가 감독을 맡고 가장 힘들어하는 게 첫 시즌이에요. 선수들의 기술 수준이나 성격, 성향을 잘 모르니까요. 한 시즌을 통해 다음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지 그림이 그려지죠. 그러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얻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감독을 믿고 따라오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하죠. 그걸 본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Q__우리카드 역시 첫 시즌 맡았을 때가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신 바 있는데요. 확실히 팀을 맡았을 때 선수단을 꼼꼼히 파악하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그렇죠. 선수들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지도자들도 인문사회학이나 심리학 공부 등을 많이 해야 합니다. 감수성을 끄집어내고 선수의 마음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거죠. 기술적인 면을 많이 생각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합니다. 비시즌에는 기술을 가르치지만 시즌에 들어가면 감독은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부상이 없도록 관리해주느냐를 보는 것이죠. 감독은 행정가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1996년부터 삼성화재에서 8년간 코치 생활도 했고(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플레잉 코치였다) 이후 LIG 감독을 맡아서는 행정적인 것도 많이 경험했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프로는 이겨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맡은 팀의 전력이 강하든 약하든,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배구를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죠.



Q__올 시즌 우리카드 1위 등극에는 역시 젊은 윙스파이커 성장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배구라는 게 금방 늘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아요.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연구하고 생각도 많이 했죠. 선수들이 잠재력은 있었지만 발휘하지 못했죠. 어떤 배구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나니까 빨리 성장한 거죠. 경복이가 대표팀에 간 사이 경민이와 (한)성정이 둘이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해줬습니다. 두 선수 모두 욕심이 있어요. 욕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준 덕분에 많이 성장했죠.

Q__감독님이 생각하는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했던 배구 기본기에 있는 흐름과 리듬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것도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죠.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배구 지식을 가졌는지 확인하고요. 훈련 때 나쁜 자세가 나오면 지적하지만 좋은 자세가 나오면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거죠. 처음에는 잘 안 됩니다.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렇게 기다리고 자신감을 심어주다 보면 변화가 생기죠. 그럼 선수들도 몸소 성장하는 걸 느끼고 배구가 더 재밌어집니다. 그러면서 더 빨리 성장하는 거죠.

Q__올 시즌 우리카드가 범실도 많이 줄였습니다. 이것도 우리카드 상승세 요인이었는데요(우리카드는 두 시즌 연속 범실이 가장 적은 팀이었다).
훈련의 과정이죠. 실수의 원인을 찾는 겁니다. 훈련 때 공 하나하나 리듬을 체크하고요. 범실 자체가 1점이잖아요. 예를 들어 훈련 때 네트 터치가 많으면 선수에게 말하죠. 네트 터치하면 심판이 부는지 안 부는지요. 그럼 분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왜 하느냐고 말합니다. 습관인 거죠. 서브 범실도 마찬가지인데, 범실하는 걸 당연하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범실을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훈련 때 네트 터치를 하거나 네트에 걸리는 서브 범실을 하면 버피 테스트를 합니다. 서브 스윙이 안 좋을 때 보통 네트에 걸리거든요. 그리고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5번 자리로 서브를 넣으려고 할 때 범실이 많이 나옵니다. 각도의 문제죠. 팔 각도를 잘 내면 범실이 안 나오는데 조금만 틀어쳐도 공이 날아갈수록 각이 커지고 범실이 되죠. 이런 것도 계산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겁니다.

Q__이번에 합류한 김재현 수석코치가 분석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고 들었습니다. 김재현 코치의 공도 꽤 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석코치는 감독의 머리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재현이가 분석하는 걸 한 시즌 지켜봤죠. 또 우리 팀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할 일도 많아요. 행정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데 그게 재현이였죠. 선수 출신이라 배구도 잘 알고 수행이 빠르죠. 분석도 한국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분석만으로 이야기하진 않죠. 옆에서 선수 관리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Q__말씀대로 분석이 정말 꼼꼼하다고 들었습니다. 올 시즌 우리카드에 접목한 게 있을까요.
제가 주문을 많이 합니다. 또 말로만 하는 거랑 데이터를 보여주는 거랑 신빙성이 다르니까요. 라운드마다도 분석하고 세트 플레이, 하이 볼 상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하죠. 그리고 그런 걸 활용하려면 감독도 내용을 알아야 해요. 저는 삼성화재에 있을 때 해봤죠. 상대 공격 코스, 하이 볼에서 공을 때리는 각도까지 정리해서 감독님 작전판에 보여드리고 선수들에게도 미팅 때 복사해서 보여주고요. 재현이와는 호흡이 잘 맞아요. 이탈리아에서 트라이아웃을 할 때 처음 만났는데 부탁한 내용을 빠르게 소화하는 걸 보고 굉장하다는 걸 느꼈죠. 연구도 많이 한다는 걸 느끼면서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봄 배구 전도사’ 신영철 감독의 리빌딩 지론
신영철 감독을 부르는 대표적인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봄 배구 전도사’이다. 전력이 불안정한 팀을 맡아 플레이오프까지 이끄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였기에 붙은 수식어다. 신영철 감독은 우리카드 감독 2년차에 최초 봄 배구 진출에 이어 정규리그 1위까지 이끌면서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음을 다시 입증했다. 맡는 팀마다 귀신같이 봄 배구로 이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Q__성적이 조금 아쉬운 팀을 맡아 빠르게 재정비해 봄 배구에 진출하면서 ‘봄 배구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이 수식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수식어는 고맙게 생각하죠. 다만 최종적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못 해서 아쉽죠. 대한항공 시절에 정규리그 1위는 해봤지만 챔프전 우승을 못 했죠. 조금만 더 버티면 우승하리라 봤는데 감독직에서 물러났죠.

Q__팀을 맡았을 때 재정비 과정에서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게 있다면요.
역시 선수들 마인드와 생각이죠. 우리나라는 교육 방식이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르잖아요. 주입식이죠.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 답은 항상 ‘예’죠. 반대로 저한테 질문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면 모를 때도 많아요. 그래서 감독들도 선수들이 자기 말을 다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머릿속 생각을 끄집어내는 게 먼저입니다. 생각을 파악하고 기술을 보면 윤곽이 나와요. 대한민국에서 배구로 최고라는 프로선수들이라지만 사고, 인지 능력은 조금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전환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리고 선수 마음을 아우르고 기다려주는 거죠.
그리고 제가 말하는 게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판을 바꾸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해요. 결국 경기는 선수가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우리카드에 와서 많은 트레이드를 한 거죠. 제가 주문하는 걸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함께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나오는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겁니다. 우리카드에 부임했을 때도, 감독이 바뀌었지만 선수들에게는 책임이 없냐고 물었죠. 총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지만요. 구단에서 절 감독으로 앉힌 이유는 성적이기 때문에, 저는 성적을 내기 위해 제 방식대로 하고 트레이드도 과감하게 하는 거죠. 저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오히려 뒤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안 했어요. 그 과정에서 선수들도 신뢰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선수들에게 고마운 건 표현하죠.



Q__반대로 다른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책임을 말하면서도 감독을 바꾸는 것도 선수들의 권리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내게 배울 게 없다면 언제든지 구단에 이야기하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자격이 있죠. 제가 제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배울 게 없다면 구단에 이야기할 수 있죠. 저도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교체하는 거고요. 저는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해보고 괜찮으면 ‘OK’지만 그게 아니라면 함께하긴 어렵죠.
선수들에게 외출, 외박 일정은 미리 정하고 알려줍니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항상 보내주고 그걸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구단주 방문과 같은 예상 못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선수들에게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는 미리 일정을 알려주고 편하게 약속을 잡으라고 하죠. 또 배구만 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코치들에게도 선수들을 존중하라고 합니다. 개인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선수가 있으면 도와주라고 하고요. 반대로 코치들보고 선수들에게 나오라고 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그건 강요니까요. 30분이든 한 시간이든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눈치 보면서 하면 쉬는 게 나아요. 잘 쉬는 것도 훈련의 연장이에요. 경기에 뛴 선수들은 다음날 회복훈련을 하고 안 뛴 선수들은 볼 운동을 하죠. 그렇게 부상이 없도록 관리해주는 겁니다.

Q__새롭게 라인업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안정화를 노리는 곳이 있다면요.
저는 세터와 리베로를 봅니다. 전력이 약한 팀이어도 팀마다 공격에서 에이스 한 명씩은 있거든요. 그다음이 외국인 선수고요. 그래서 그렇게 공격에서 두 명은 있다고 하면 세터와 리베로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쪽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만들어가는 지도자’로서 신영철
신영철 감독은 인터뷰 중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단순히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이는 신영철 감독이 그동안 많이 겪고 지도한 유망주들과 유독 강조한 세터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은 팀에서 세터 역할과 비중을 매우 강조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배구 팬들이라면 신영철 감독이 우리카드 부임 이후 유광우와 노재욱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또 중요하게 언급했는지 알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신영철 감독이 가진 시각도 들어봤다.

Q__대한항공부터 한국전력, 우리카드까지 거쳐오신 팀에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유망주를 지도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우선 기술적으로는 자세와 제 나름대로 보는 리듬을 봅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개선이 될지를 확인하죠. 괜찮은 선수를 만들었을 때, 거기까지 올라서기가 어렵지 그 이후는 편합니다. 오랜 코치 생활로 얻은 노하우가 있죠. 지도자는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만들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말로 설명하고 시범도 보여주고, 원인 분석을 통해 선수가 이해하게끔 만들어야 하죠. 그리고 한 달, 두 달, 1년까지 길게 봐야 합니다. 수비 과정에서 볼을 올리는 것도 단순히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어택 라인 부근까지 정확히 올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선수들이 제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접근하는 겁니다. 하체 리듬을 써야 하고 손만 써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말이죠. 거기서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기본기 안에 창의력이 들어가게끔 하는 거죠.

Q__또 하나 자주 언급하시는 게 세터입니다. 우리카드 첫 부임 당시에도 유광우 선수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고 노재욱 선수 합류 이후에는 노재욱 선수 언급이 많았는데요. 그만큼 세터를 중요하게 여기시는데, 세터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유소년 단계에서는 세터보다 공격수 중요도가 더 클 겁니다. 성인 레벨에 가까워질수록 세터가 더 중요해진다고 봐요. 저는 세터의 중요도를 팀 내에서 60~70% 정도로 봅니다. 물론 기본적인 리시브는 받쳐줘야 하지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느 팀을 가도 에이스 공격수는 있어요. 그리고 속공은 저는 세터에 의해서 달라지는 거라고 봅니다. 속공은 세터가 만드는 거예요. 세터에 따라 성공률이 크게 달라집니다.

Q__2018년 컵 대회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게 기억납니다. 당시 속공 범실을 보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세터 잘못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속공 타이밍이 안 맞을 때는 안 주면 되는 데 그 상황에서 속공을 주려다가 범실이 나오는 거죠. 안 맞는 타이밍에 억지로 주는 거죠. 속공은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뺏는 겁니다. 그게 첫 번째에요. 그걸 처음에 잘 만들어두면 그다음 공격수가 편해집니다. 상대 미들블로커가 측면으로 쫓아갈 때 노 마크로 속공을 올려주면 대부분을 점수를 내죠. 그래서 속공은 세터 능력이라는 겁니다.
저는 대한항공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는 한선수 공이 크다고 봅니다. 정지석, 곽승석 모두 잘하지만 한선수와 정말 잘 맞기도 합니다. 비예나도 신장은 작지만 한선수 선수와 리듬이 잘 맞죠. 일전에 가스파리니도 잘 맞았고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스피드 배구를 잘 해내는 선수는 한선수입니다. 속공도 잘 올려주고요.



Q__세터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면이 있다면요.
성격상으로는 세터는 배짱이 있어야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손 모양과 하체 리듬을 봅니다. 그걸 보면 어디로 가는 패스가 아쉬운지 그림이 그려지거든요. 그 분석을 바탕으로 상대 블로킹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스타일을 찾아가는 거죠. 다만 상대 블로킹을 활용하는 것 이전에 패스 컨트롤을 먼저 봅니다. 플레이에 있어 블로커를 빼주는 건 쉬워요. 세터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대한 가려주는 거죠. 팀 전체적으로요.

Q__그렇다면 감독님이 보시기에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는 세터는 타고나는 게 크다고 보시나요.
그렇죠. 어느 정도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자배구에서 본다면 이다영이 그런 기질이 있는 선수죠. 스피드 배구를 할 수 있고 블로킹도 되고 성격도 쾌활해서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거든요. 세터를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을 일이죠.


마지막 목표, 챔프전 우승을 향해
선수와 감독으로 받을 수 있는 상 대부분을 받은 신영철 감독에게 딱 하나 남은, 어쩌면 마지막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정규리그 1위는 몇 차례 해봤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지독하리만큼 포스트시즌에서 ‘승자’와는 인연이 없는 신영철 감독. 그는 이미 다시 한번 챔프전 우승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Q__이번에 포스트시즌이 열렸다면 우리카드의 달라진 모습과 함께 우승도 노려볼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 점은 분명 아쉬우셨을 듯합니다.
그렇죠.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상황이 나왔으니까요. 챔프전을 꼭 한 번 경험해봤으면 했거든요. 챔프전을 해 본 것과 해보지 않은 건 차이가 크죠.

Q__감독님 입장에서는 아직 챔프전 우승이 없고 포스트시즌에 조금 아쉬웠다는 평가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을 듯한데요.
이전에 한국전력을 맡았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공부로 비유했을 때 서울대, 연·고대 가는 사람들은 DNA부터 다르다고요. 배구로 치면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 같은 팀이죠. 챔프전에 간다면 뭔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DNA를 가진 느낌이 들죠. 밖에서 보시기에도 뭐랄까, ‘포스’가 느껴지실 겁니다. 결정적일 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런 게 종이 한 장 차이라지만 어마어마하거든요. 특히 단기전은 더 그렇고요. 이번에도 어떻게 하면 단기전을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전력에서 바로티가 정규시즌에는 괜찮았어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 상대로 공격 성공률이 30%대였어요(당시 바로티 공격 성공률은 31.37%였다). 바로티도 이런 부담감 속에 경기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다고 하더군요. 펠리페도 그런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네멕 마틴 코치와 이야기하면서 심리교육도 받고 준비를 미리 했죠. 현대캐피탈처럼 큰 무대에서 장기를 발휘하는 선수들 상대로 어떻게 극복할지, 그 경험을 이번에 해봤으면 했어요. 그래서 올 시즌 전 제 목표는 다음 시즌(2020~2021시즌)에 우승을 바라보는 거였어요. 올 시즌에는 봄 배구는 하리라 봤죠.

Q__올 시즌 가능할 뻔도 했던 챔프전 우승의 꿈을 다음 시즌으로 미룬 셈인데요, 이번 비시즌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으신가요.
하승우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선수들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면은 올라왔어요. 경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편하게 끌고 가도록 인지 능력은 좀 더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경복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하고요. 본인도 더 올라올 수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Q__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하승우 선수군요.
하승우와 하현용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용이도 서브 등을 좀 더 변화를 줘서 2%라도 끌어올리려 해요. 공격도 더 다양하게,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블로킹에서도 보고 따라가는 게 (윤)봉우나 (최)석기보다 조금 늦어요. 나이는 있지만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해내는 선수라 그런 점을 더 올리려 합니다.

Q__다음 시즌 목표는 역시 우승이라고 봐야겠죠.
그럼요. 감독은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하는 거니까요.

Q__이제 받을 수 있는 상은 정말 다 받으셨고, 챔프전 우승만 남았습니다. 챔프전 우승할 때 모습도 상상해보셨을까요.
이제는 한번 해보려고 해요. 지난 시즌까지는 운이 따르면 모를까 실력상으로 아직 챔프전 우승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는 실력으로도 그렇고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__챔프전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으신가요.
선수 시절에 우승을 많이 해봤어요. 그때 기분은 좋은데 어떨 때는 허무할 때도 있었어요. 선수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성장하는 걸 바라볼 때 뿌듯함이 있어요. 그리고 그 선수들이 날 믿고 우승했을 때는, 선수 시절처럼 기분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Q__마지막으로 우리카드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항상 우리카드를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우리카드가 되도록 감독으로서 준비를 잘할 것이고, 더 박수받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항상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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