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그녀’ 양효진이 말하는 #MVP #기록 #미들블로커 #행복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5-30 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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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은 <더스파이크> 단골손님이다. 2016년 현대건설 우승 직후, 2017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황민경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바 있고 2019년 팀이 어려운 시기에도 한 차례 <더스파이크>를 찾았다. 현대건설이 1위를 차지한 2019~2020시즌을 마치고 다시 한번 양효진을 찾았다. V-리그 13번째 시즌 만에 MVP라는 값진 결과를 얻은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매번 다른 주제로 <더스파이크>를 찾는 양효진, 이번에는 좀 더 그의 배구 인생에 집중해봤다.


“13년 만에 받은 큰 상, 주변의 응원에 더 감사했어요.”
양효진은 지난 4월 9일 도드람 2019~2020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영광의 MVP를 수상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하고 13번째 시즌 만에 처음 받아본 MVP였다. ‘양효진’이라는 이름값을 고려하면 MVP를 받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 느낌이다. 생애 첫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양효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들었다.

Q__휴가를 부산에서 보냈습니다. 어떻게 휴가를 지냈나요(양효진은 MVP 수상 바로 다음 날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보통이면 휴가 때 보낼 여행계획도 잡고 가까운 곳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가게 됐어요.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가족 다 같이 음식 사서 해 먹고 식사 자리도 자주 가지면서 편하게 쉬고 있어요.

Q__이번에 기쁜 소식(MVP 수상)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사실 우리 가족 스타일이 이런 일이 있어도 크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에요. 저도 그렇고 티를 잘 안 내거든요. 그래서 여느 때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MVP를 탔다는 것보다 부모님이 저를 워낙 오랜만에 보니까 그것 때문에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를 보면서 계속 웃으셨어요(양효진이 전달식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내려간 것도 오랜만에 보는 가족과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Q__전달식 수상 소감 때 부모님 언급도 했어요. 부모님 이야기를 너무 안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는 따로 안 하시던가요.
(양효진은 전달식에서 “인터뷰 때 부모님 이야기를 안 한다고 부모님이 서운해하셨는데, 오늘은 꼭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수상 소감 영상이 바로 나오질 않아서 처음에는 못 보셨어요. TV로 나왔으면 바로 보셨을 텐데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유튜브를 매일 찾아보시진 않거든요. 며칠 전에 보셨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하시다가 “이제 이야기 안 해도 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Q__당시 전달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시간이 짧았습니다. 혹시 못다 한 소감이 있을까요.
전달식에서는 정신도 없었고 경황도 없었어요. 큰 상을 받을 때는 주위 분들 생각이 많이 나요. 구단 사장님이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았을 때도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그런 점은 항상 감사하죠. 감독님, 코칭스태프, 팀 내 다른 선수들까지 올 시즌은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갔어요. 그 덕분에 팀 적으로 정규리그 1위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덤으로 제가 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팀원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요.

Q__은근히 개인상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신인왕도 아쉽게 놓쳤고 MVP를 따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MVP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시상식도 처음에는 안 한다고 들어서 시상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상자들에게 시상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주위에서 많은 분이 응원도 해주셨어요. 이번에는 제가 MVP를 받을 것 같다고요. 사실 상에 큰 욕심을 두고 있진 않았어요. 하지만 주위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MVP를 받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시니까 그 자체로 정말 고마웠어요. 전달식에서도 막상 받으려니까 그런 상을 받는 게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부끄럽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쑥스럽기도 하더라고요.

Q__전달식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신인왕을 못 딴 게 못내 아쉽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그런 개인상이 주는 무게감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개인상은 선수 본인의 노력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죠. 정규리그 MVP나 챔피언결정전 MVP는 팀 성적도 좋아야 하고 본인도 잘해야 하고 주위 도움도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야 받을 수 있죠. 저도 그래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개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그런 상을 받을 수 있다고 봐요.

Q__올 시즌 인터뷰 중에 “올 시즌은 받는 게 많다”라는 표현도 자주 했습니다. MVP는 ‘받는 것’중에서도 최고라는 느낌인데요, 말하는 대로 되는 시즌이라는 느낌도 줍니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것에 많이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시즌에 들어갔을 때 ‘무조건 정규리그 MVP를 받겠다’ 그런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저 어릴 때 제 배구인생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지금 돌아보면 어릴 때 그려나간 목표가 거의 이뤄졌어요. 제가 어릴 때 그려나간 모습들이 제 배구 인생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Q__다만 아쉬운 건 역시 시즌 마무리입니다. 2016년 이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노려볼 수 있었는데, 끝내지 못한 마무리가 가장 아쉬울 듯해요.
그렇죠. 포스트시즌을 못 치른 게 많이 아쉬워요. 올 시즌 상위권 팀끼리 성적이나 기량은 비슷했다고 생각해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고 했을 때 쉽지 않은 대결이 됐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다만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포스트시즌 경험,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쉬워요.

Q__올 시즌을 보면 시즌 마무리도 조금은 아쉬웠지만 개인 수상은 많았습니다. 올림픽 예선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고요. 은퇴할 때쯤 올 시즌을 돌아보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올 시즌 같은 경우는 정말 없겠죠. 코로나19도 있었고 여러모로 다이나믹한 시즌이었어요. 시즌 마무리까지 말이죠. 제 선수 인생 중에서도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됐지만 시즌 내내 재밌게 경기한 것 같아요.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고 모두 우승을 목표로 잡아서 더 재밌게 배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록의 여왕’이 말하는 대기록 그리고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V-리그 각종 기록, 특히 블로킹 관련 기록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양효진이 가는 길이 곧 기록인 수준이다. 2019~ 2020시즌에도 각종 누적기록을 세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양효진이다. 기록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정대영의 인터뷰로 또 한 차례 주목을 받은 양효진의 포지션, 미들블로커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Q__올 시즌 각종 누적 기록으로 관련 인터뷰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통산 득점, 블로킹 등 여러 기록을 세웠는데 이런 기록을 세울 때면 어떤 기분인가요.
(양효진은 2019~2020시즌 여자부 통산 최다득점(5,562점) 1위, 공격 득점 4,000점 돌파(4,073점), V-리그 최초 1,200블로킹 돌파(1,202개) 등 여러 누적 기록을 세웠다.)
사실 기록을 세울 때, 그런 기록에 가까워진다는 것도 몰랐고 달성한 날에도 저는 몰랐어요. 인터뷰실에 가는 동안 알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얼떨떨할 때가 많았어요. 또 제가 앞으로 배구할 날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당장에 기록에 크게 신경 쓰기에는 바빴어요.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제가 세운 기록을 보면 뭔가 와닿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Q__많은 선수가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많이 이야기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큰 누적 기록은 세세하게 보는 선수가 별로 없을 거예요. 다만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선수는 없겠죠. 저는 기록들이 선수를 말해주기는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내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 그런 것에 신경 쓰다 보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기록도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과거보다는 현재, 미래보다는 현재에 신경 쓰면 기록에 관한 생각이 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Q__그만한 누적기록을 쌓았다는 건, 그만큼 프로에서 오랜 시간 활약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록을 쌓아온 지난 과정을 되새겨보면 어떤 감정일까요.
제가 몇 번 이야기한 내용이긴 한데요, 저는 어릴 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안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과거에 힘들었어요. 지금은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됐고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릴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힘들었으리라 생각하고 그게 또 프로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 힘들게 해온 부분이 쌓이고 쌓이면서 지금 제 모습에 이른 것 같기도 해요.

Q__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아무래도 블로킹이겠죠. 노력도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 블로킹 능력은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요.

Q__앞으로 더 욕심내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요.
그것도 블로킹일 것 같아요. 저는 기록상으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생각보다도 기량이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자주 말하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거친 과정을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는 게 목표에요. 그런 과정이 계속된다면 은퇴할 때쯤 깨기 어려운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까요.

Q__블로킹 누적기록은 지금도 어마어마합니다. 2위와도 차이가 큰데(통산 블로킹 2위 정대영과 266개 차이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많이 하긴 했다는 생각도 들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몇 년 연속 블로킹 1위였는지도 저는 몰랐어요. 그래서 몇 년 연속 1위인지 물어봐도 대답을 못 했어요. 그러다가 지난 시즌(2018~ 2019)에 10시즌 연속 1위였다는 말을 듣고 ‘와 내가 정말 꾸준히 많이 하긴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__‘미래에 내 기록을 깨는 후배가 나오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선수들도 간혹 있는데요, 양효진 선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긴 해요. 제가 미들블로커로서 이렇게 하고 있지만 타고난 능력이 많은 후배들이 있어요. 그 선수들이 계속해서 자기 기량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성장한다면 훨씬 좋은 미들블로커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Q__포지션 이야기도 해볼까 해요. 정대영 선수가 양효진 선수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는데요.
(정대영은 한 인터뷰에서 “미들블로커가 중요한 포지션인데 그동안 빛을 많이 못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효진이가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저는 언니들 배구 스타일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어린 시절 국가대표에 들어갔을 때 언니들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포지션마다 배구 스타일은 다르지만 언니들이 보여주는 배구를 대하는 마인드나 지향점, 열정은 포지션을 불문하고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그런 점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영 언니는 작년에 라바리니 감독님이 오셨을 때도 대표팀에 뽑혔잖아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금까지 잘하는 대영 언니나 효희 언니, 세영 언니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니들이 저를 보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하지만 저는 언니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데도 계속 노력하고 기량이 떨어지지 않잖아요. 계속 열정을 가지고 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지죠. 또 언니들한테 의지할 때도 많았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 고마움도 많이 느꼈어요.

Q__정대영 선수가 고마워한 이유 중 하나는, 미들블로커가 빛을 보기 어려운 포지션이지만 양효진 선수 덕분에 주목을 받게 됐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포지션을 향한 자부심이나 애착도 있을 듯해요.
아무래도 많죠. 미들블로커가 측면 공격수보다는 비중이 적은 자리잖아요. 제 비중이 높아지는 걸 보고, 이걸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도 있지만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도 있을 거예요. 저는 그냥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싶어요.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말이죠.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 기량을 보여드리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죠. 그런 응원 덕분에 기분 좋게 배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__최근에 이주아, 박은진 등 같은 포지션에 유망한 후배들도 많이 나와 뿌듯할 것도 같아요.
그렇죠. 저랑 10살 정도 차이 나는 후배 중에 좋은 미들블로커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이나 공격 루트를 보면 후배지만 정말 좋다는 생각도 해요. 더 잘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도 많이 하죠. 미들블로커 장래가 밝지 않나 생각합니다.

Q__뒤를 이을 미들블로커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미들블로커 후배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내용인데요, 배구라는 게 잘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있잖아요. 잘 안 풀릴 때도 끈기를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마지막에는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한다면, 나중에는 좋은 성과가 따라온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남은 배구 인생, 더 감사하며 보내야죠.”
올 시즌 경기 후 진행되는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양효진은 “이제 배구를 해온 날보다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했다. 아직 31살이지만 어느덧 프로 13년차이고 30대 중반이면 프로 선수들이 슬슬 은퇴를 고민할 시기임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조금씩 선수 생활 후반부를 향해 가는 양효진. 이를 이야기하는 양효진의 말속에는 담담하면서도 확실한 자신의 좌우명이 녹아있었다.

Q__올 시즌 인터뷰를 보면 이제 배구할 날이 그간 해온 날보다 적다는 식의 표현을 자주 했습니다. 그렇게 자주 이야기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29살, 30살 즈음에 약간 번아웃 같은 게 왔어요. 그때는 배구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프로에서 10년간 쉴 틈 없이 배구 하나만 보고 오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시에 제가 스스로 너무 압박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고 자신을 풀어주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면서 조금 마음에 편안함을 얻고 배구를 하게 됐죠.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해요. 나중에는 제가 배구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날이 올 수 있잖아요. 은퇴하는 언니들도 보고,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어느새 30대 중반이 될 거고요. 그럼 은퇴하는 날이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거죠. 물론 당장 은퇴하는 건 아니지만, 배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지금의 힘든 점이나 문제를 조금 더 현명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__동시에 자주 이야기했던 “지금 뛰는 것에 감사하며 플레이하려 한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군요.
그렇다고 봐야죠. 제 좌우명도 ‘항상 감사하자’, ‘지금에 감사하며 살자’ 이런 것들이거든요. 지금 제가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면 지금 좋아하는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뭔가 힘든 순간이 왔을 때도 너무 그 상황만 보기보다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제가 지금 가지고 있고 누리는 것에 감사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지거든요.

Q__과거 황민경 선수와 함께 인터뷰했을 때(2017년 9월호), 그렇게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지금은 그때와 생각이 달라진 게 있을까요.
(당시 양효진은 “저는 그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진 않아요. 어린 시절부터 너무 빡빡한 삶을 살아서 그런가 봐요. 1년 스케줄을 보면 365일 쉴 틈이 없으니까요”라고 말한 바 있다.)
제가 이번 비시즌에는 대표팀에 안 가서 많이 쉬고 있어요. 보통 선수들은 지금 정도로 쉬지만 저처럼 대표팀에 매번 나가는 선수들은 이번 비시즌만큼 쉬는 게 오랜만이에요. 쉬면서 돌아보니 ‘빨리 운동하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기는 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에 여유도 많이 생겼어요. 또 쉬는 시간도 충분히 생기니까 몸과 정신을 회복할 시간도 많고요.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해 좀 더 가볍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요. 확실히 휴식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 같아요.

Q__1년 전 인터뷰에서는 ‘지금의 서른의 모습이 어릴 때 생각하던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흘렀는데, 지금까지도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양효진은 지난해 1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가 어릴 때 꿈꿨던 ‘서른 살’의 모습이 지금의 제 모습이에요”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도 제 생각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베테랑이 되었을 때 모습, 제가 그리던 모습과 비슷하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미래 모습을 그려가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해 나가야죠. 계속 목표를 세우면서 나아가야죠.

Q__신인드래프트 동기가 이제 세 명 남았어요(배유나, 백목화, 김나희). 이런 걸 보면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 언제 가장 크게 느끼나요.
제 연차를 들었을 때요. 누가 갑자기 저한테 ‘이제 13년차시네요’라고 말하면 놀라요. 그리고 저랑 띠동갑 차이 나는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도 그랬죠.

Q__지금 팀에서는 정지윤 선수와 띠동갑이에요.
그래서 지윤이가 들어왔을 때 좀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예전에 언니들이 저를 보고 ‘나랑 띠동갑인 애가 왔어’라고 말할 때 저도 옆에서 놀리곤 했는데, 이젠 제가 그 상황이 됐잖아요.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Q__지금 정지윤 선수가 예전 양효진 선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것 같아요. 지윤이도 ‘나는 언제쯤 연차가 쌓일까’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아마 운동이 쉬운 길이 아니니까 뭔가 고지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곳까지 빨리 가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긴 해요.


양효진이 말하는 다음 목표 “즐겁게 배구해야죠”
MVP까지 차지하면서 양효진은 우승부터 개인 수상까지, 선수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영광을 다 누렸다. 그런 양효진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Q__이제 MVP도 차지한 만큼, 새로운 목표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MVP 수상’을 목표로 삼고 시즌을 치른 적은 없긴 해요. 요즘 생각하는 목표는 팀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들과 좋은 경기를 많이 하는 거예요. 팀 스포츠의 매력이라면 팀원이 서로 도와주고 끈끈함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성적만큼이나 팀으로서 그런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선수들과 함께 그런 지향점을 가지고 배구를 한다면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__물론 그래도 올 시즌 아쉽게 도전하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도 하나 추가하면 더없이 좋겠죠.
그럼요. 나중에 ‘We Are The Champion’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Q__즐겁게 배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일 수도 있는데, 과거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그게 인생의 목표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양효진 선수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 충족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그냥 평범한 삶인 것 같아요.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사하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하는 거죠. 그게 쉬운 것 같은데도 어려울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뭔가 큰 것들을 바라기보다는 지금 제 주변에 있는 것들에 감사하면서 누리는 것들이 행복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살아간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요.

Q__선수 생활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은퇴 순간을 상상해본 적도 있을까요.
저는 제 기량을 계속 유지하고서 은퇴했으면 좋겠어요.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 ‘좋은 선수였다’로 기억될 수 있길 바라죠. 제 기량을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Q__마지막으로 선수 생활 후반으로 달려갈 양효진 선수 스스로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앞으로도 기록에 크게 연연하기보다는 오늘 하루 제가 목표한 것들에 최선을 다해서 은퇴하는 순간까지 충실히 잘 해낼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양효진 프로필
생년월일 1989. 12. 14.
신장/체중 190cm/72kg
출신교 남성여중-남성여고
입단연도 2007~2008 1R 4순위(현대건설)
주요경력
2007~ 현대건설
2009~2010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0~2011시즌 통합 우승
2012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6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
2019~2020 V-리그 MVP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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