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V-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어디에? - ⑩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5-11 2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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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V-리그 유일의 세터 외국인 선수인 블라도

자유선발 당시 남자부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도 등장했다. 감독마다 어느 정도 외국인 선수 영입에 성향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남자부도 트라이아웃으로 바뀌기 전까지, 자유선발 시절을 거쳐간 선수들을 일부 짚어본다.


톡톡 튀는 이력
V-리그는 남녀팀 모두 외국인 선수를 한 명만 보유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포지션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대부분이 아포짓이나 윙스파이커 자리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V-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세터를 외국인 선수로 둔 팀이 있다. 올 시즌까지도 유일무이한 주인공은 우리카드의 전신인 우리캐피탈의 첫 외국인 선수 블라도 페트코비치(등록명 블라도, 세르비아)다.

그는 신장 198cm로 장신 세터에 속한다. 우리캐피탈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해외리그 경험은 없었다. 그는 자국리그 크리비나 즈베즈다와 노비사드에서 뛰다 V-리그로 왔다. 그런데 블라도가 우리캐피탈로 온 이유가 있었다. 전략적으로 세터를 외국인 선수로 두자는 판단은 아니었다. 빠듯한 구단 살림살이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선수가 블라도였다.

창단 사령탑을 맡은 김남성 감독이 장신 세터를 중용하는 것도 있었지만 우리캐피탈은 당시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세터 이동엽(전 남자청소년, 유니버시아드대표팀 코치, KB손해보험 코치)을 비롯해 세터 자원이 모자란 상황도 아니었다. 블라도를 선택한 것은 아포짓 또는 윙스파이커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엔 구단의 지갑 사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V-리그를 치르기에는 부담이 따랐다.

블라도는 장신 세터가 코트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배구 팬에게 ‘맛’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팀 성적을 떠나 아포짓 또는 윙스파이커로 공격력을 뽐내는 다른 외국인 선수와 견줘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블라도는 V-리그를 떠난 뒤 바로 유럽 상위리그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움브리아와 계약하며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했고 세리에A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몸값을 높였다. 세르비아 국가대표팀에서도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고 2013~2014시즌 ‘오일머니’를 앞세워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적극적으로 보내던 이란리그로 발걸음을 돌렸다.

블라도는 이란에서 칼레하, 우리미아, 파이얌 등 세 팀에서 뛰었다. 2016~2017시즌에는 터키리그 벨레디에로 이적했고 이듬해 테살로니키에 입단하며 그리스리그로 건너갔다. 블라도는 이제 전성기 기량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현역 선수로 코트에 나오고 있다. 그는 레바논리그를 거쳐 2018~2019시즌 10년 만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첫 클럽팀인 크리비나와 계약했다. 블라도 역시 배구 가족으로 유명하다. 형인 벨류코도 장신 세터다. 동생보다 키가 1cm 더 크다. 벨류코 역시 그리스, 터키, 프랑스, 폴란드리그에서 뛰었고 2016-17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가 올 시즌 노비사드와 계약하며 코트로 복귀했다.

한국전력이 아마추어 초청팀에서 프로팀 전환 후 V-리그에 참가할 당시 첫 외국인 선수는 브룩 빌링스(미국)였다. 그러나 그는 부상으로 2009~2010시즌 V-리그 개막을 앞두고 교체됐다. 빌링스를 대신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조엘 슈무랜드(캐나다)다. 현대캐피탈에서 뛴 수니아스(캐나다)와 대학 동창인 슈무랜드는 한국전력뿐 아니라 V-리그 역사상 최악의 외국인 선수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무늬만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대에 모자란 기량이 가장 큰 이유다.

슈무랜드도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을 했다. 그는 한국전력을 끝으로 더 클럽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다. 후배들을 위해 코치로 배구를 가르쳤고 전공인 컴퓨터 공학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공부에 매진했고 현재는 캐나다 국방부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_2012~2013시즌 드림식스에서 뛴 다미

2012~2013시즌 우리캐피탈에서 드림식스로 팀 명칭을 바꾸고 러시앤캐시가 네이밍 스폰서를 맡은 시절 팀에서 뛴 올루와다밀롤라 바카레(등록명 다미, 영국)도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나이지리아 카두나에서 태어난 다미는 부모님이 영국으로 이민을 떠나 영국 시민권을 얻었다. 그는 부모님 영향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V-리그로 오기 전까지 벨기에리그에서 뛰었고 드림식스와 인연을 맺은 배경은 앞서 블라도와 비슷했다. 구단의 빠듯한 살림 때문이다. 다미의 배구선수 경력은 드림식스가 마지막이 됐다.

그는 중단한 학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고 치과의사로 개업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다미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뛰었다. 영국이 개최국이었던 2012 런던올림픽에 영국 남자배구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동생인 피터와 함께 대표팀에서 선발됐다. 배구 강국이 아닌 영국은 당시 런던 대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직행했고 불가리아, 폴란드,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호주와 함께 A조에 속했다. 5패로 조별리그 탈락했고 모두 0-3으로 패해 실력 차를 절감했다. 당시 여자부에서 영국은 남자팀과 마찬가지로 조별리그 탈락했지만 알제리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애 3-2로 이겨 감격의 1승을 거뒀다.


날아오르지 못한 모로즈
올 시즌 팀 창단 후 우리카드를 첫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신영철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명확한 기준이 있다. 다른 감독도 그렇지만 신 감독의 경우 높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출신 지역도 꼼꼼하게 살핀다. 중남미 출신보다는 동유럽 쪽 선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우리카드에 온 뒤 선택한 아가메즈(콜롬비아)펠리페(브라질) 그리고 대한항공과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을 당시 각각 교체로 영입한 레안드로 비소토(이상 브라질)는 예외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은 대한항공 시절 영입한 다나밀 밀류셰프(등록명 밀류셰프, 불가리아), 에반 페이텍(등록명 에반, 미국) 그리고 한국전력의 얀 스토크(체코)미타르 쥬리치(등록명 쥬리치, 그리스)까지 외국인 선수 선발에 흐름이 있다.

아가메즈의 경우 대한항공 유니폼을 먼저 입을 수도 있었다. 그와 함께 콜롬비아대표팀에서 뛴 모레노도 후보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당시 좀 더 키가 큰 밀류셰프를 택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리그를 거친 밀류셰프를 좀 더 높게 평가했다. 그런 밀류셰프였으나 2009~2010시즌을 대한항공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당시 V-리그 경험이 있는 레안드로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지 못했다.

신 감독도 후일 당시 결정에 대해 “차리리 밀류셰프로 갔어야 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밀류셰프는 V-리그에서 중도 퇴출됐으나 선수 커리어는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리그로 돌아갔고 프랑스리그에서 뛰었고 2015~2016시즌에는 FC도쿄와 계약을 맺어 다시 아시아리그로 왔다. 그는 이후 폴란드, 이탈리아를 거쳐 2018~2019시즌 드디어 자국리그로 돌아가 두나프 소속으로 뛰고 있다. 그는 2005~2006시즌부터 클럽에서 뛰었는데 불가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지 않고 바로 이탈리아로 건너가 뛴 경력을 갖고 있다.

밀류셰프 보다 한 시즌 먼저 대힌항공 유니폼을 입은 에반은 강서브를 자랑했다. 그는 문성민(현대캐피탈)이 터키리그 할크방크에서 뛸 당시 같은 소속팀으로 뛰어 국내 배구 팬에게도 얼굴이 제법 익숙했다. 산타바바라대를 나온 에반은 그리스와 오스트리아리그를 거치며 이름을 알렸고 테살로니키 시절 서브와 공격력으로 유럽 빅클럽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배구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재계약에 실패한 뒤 움브리아에 입단해 이탈리아로 건너갔고 푸에르토리코를 거쳐 2012~2013시즌 툴루즈(프랑스)를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사진_전 대한항공 모로즈

신 감독이 대한항공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김종민 감독(현 한국도로공사 감독) 체제로 팀이 운영됐을 때 마이클 산체스(쿠바)를 대신해 교체 선수로 온 파벨 모로즈(등록명 모로즈, 러시아)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수니아스 이후 팬 서비스와 세리머니가 가장 화려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기량도 출중했다. 또한 V-리그에서 뛴 첫 번째 러시아 출신 선수였다. 러시아대표팀에서도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뛴 경력이 있어 팀이 거는 기대는 컸다. 그러나 모로즈는 엇박자가 났다. 대한항공은 결국 2014~2015시즌 모로즈 교체 효과를 못 봤고 2005~2006시즌 이후 오랜만에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모로즈는 러시아리그로 돌아가 악동 기질을 제대로 보였다. 경기 도중 주심 쪽으로 스파이크를 보내는 등(고의인지 아닌지는 결국 확인되지 않았다) 튀는 행동을 해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다 결국 큰 사고를 쳤다. 2018년 코카인 소지 혐의로 적발됐고 결국 교도소로 갔다. 러시아배구협회는 모로즈에 무기한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모로즈는 아직 수감 중이다.

모로즈와 달리 네맥 마틴과 얀 스토크는 신사로 꼽혔다. 스토크는 2015~2016시즌 한국전력과 종료 후 재계약하지 않았다. V-리그 남자부는 이 시즌을 마지막으로 자유 선발에서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선발 방식을 변경했다. 스토크는 트렌티노(이탈리아)와 계약했고 2017~2018시즌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체코리그 VK 두클라에서 뛰고 있다.

쥬리치는 보스니아 출신이지만 그리스 국적을 얻었다. 그는 2002~2003시즌 몬테네그로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키프로스와 그리스리그에서 오랜 기간 뛰었고 자연스레 이중 국적을 획득했다. 쥬리치는 한국전력에 오기 전까지 올림피아코스(그리스) 할크방크(터키) 트렌티노(이탈리아)를 거쳤다. V-리그를 떠난 뒤에는 자신에게 익숙한 그리스리그로 유턴했고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리그에서도 뛰었다.

올 시즌 트렌티노로 복귀한 이유는 아내 때문이다. 쥬리치는 배구 커플이다. 아내가 마리티나 귀지로 이탈리아 여자배구대표팀 미들블로커다. 남편보다 아내가 국제배구계에서 좀 더 인지도가 높다. 한편 마틴은 대한항공을 거쳐 KB손해보험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은퇴 후에는 우리카드 코치로 V-리그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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