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V-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어디에? - ⑨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5-10 2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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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시즌 여자부가 다시 트라이아웃을 도입하기 전까지, 매 시즌 좀 더 뛰어난 화력을 보여주기 위한 선수를 찾아나서는 팀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자유선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까지도 그 경쟁은 만만치 않았다. 그즈음 V-리그를 거쳐간 선수들은 누가 있었을까.


브란키차 학습효과
현대건설은 2011~2012시즌 대체선수로 영입해 쏠쏠한 활약을 보인 브란키차를 붙잡지 않았다. 당시 브란키차의 원소속팀 볼리 취리히(스위스)가 V-리그에서 뛰며 기량이 향상된 것을 보고 현대건설로 완전 이적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현대건설은 ‘높이’에 초점을 맞췄고 당시 V-리그 여자부 최장신 외국인 선수로 기록된 야나 마티아소브스카 아가에바(등록명 야나, 아제르바이잔)를 데려왔다. 야나는 현대건설로 오기 전 슬로바키아, 러시아리그에서 뛰었다.


사진_전 현대건설 야나

그러나 시즌 내내 브란키차와 비교됐다. 공격력에서 브란키차보다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현대건설과 인연은 2012~2013시즌으로 끝났다. 야나는 이후 아제르바이잔리그로 돌아갔다가 터키(차나칼레)와 폴란드리그(트레플 프록시마 크라코프)를 거쳐 2015~2016시즌 다시 아시아로 왔다. 그는 중국리그 베이징에 입단했다. 야나는 아제르바이잔 대표팀 소속으로도 활약했다. 2014~2015시즌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폴리나 라히모바(등록명 폴리)와 함께 자국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야나는 슬로바키아 출신이지만 아제르바이잔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중국리그에서 짧은 생활을 마치고 터키리그로 다시 건너갔다. 차나칼레 유니폼을 다시 입었고 이후 터키리그 2개 팀을 거쳐 2019~2020시즌에는 일본 V.프리미어리그 도레이와 계약했다. 야나는 이로써 한국, 중국, 일본리그를 모두 경험한 선수가 됐다.

미아와 작별한 흥국생명은 2012~2013시즌 베테랑 대신 젊은 피를 수혈했다. 휘트니 도스티(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 졸업 후 푸에르토리코와 스위스리그에서 각각 한 시즌을 뛴 도스티는 시즌 초반 V-리그 및 소속팀 적응에 다소 힘들어했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데 부상이 변수가 됐다. 도스티는 경기 도중 발목을 크게 다쳤다. 그는 결국 선수 생활을 길게 하지 못했다. 2013~2014시즌 로코모티브 바쿠와 계약하며 아제르바이잔리그로 진출했으나 자신의 선수 생활 마지막 팀이 됐다. 도스티는 해당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현대건설은 야나가 사실상 실패한 영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번에는 경험이 있는 베테랑으로 선회했다. 터키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V-리그에 온 엘리츠 바샤(등록명 바샤)가 그렇다. 베식타스에서 10시즌을 뛴 윙스파이커인 바샤는 현대건설 입단 전인 2012~2013시즌 일본 NEC에서 뛰었기 때문에 V-리그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팀 외국인 선수를 압도하지 못했다. 해당 시즌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치가 아팠던 KGC인삼공사를 제외한 4개팀 외국인 선수에게 높이에서 밀린다는 단점이 도드라졌다.

결국 현대건설과 인연은 한 시즌으로 끝났다. 바샤는 이후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변경된 V-리그에 다시 도전장을 냈으나 구단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1987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바샤는 여전히 코트에 나서고 있다. NEC로 다시 복귀했고 체코리그를 거쳐 2017~2018시즌 할크방크(터키)와 계약을 맺어 5년 만에 다시 터키로 돌아갔다. 엘리츠는 이후 인도네시아, 태국, 알바니아, 푸에르토리코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공격력 맞대결, 트라이아웃 도입 전 마지막 시기
여자부는 남자부에 앞서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을 바꿨다. 팀간 자유 선발이 아닌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제를 2015~2016시즌부터 적용했다. 그리고 자유 선발 마지막을 장식한 선수들은 공격력만큼은 V-리그 외국인 선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걸출한 선수들이 대거 영입됐다.


사진_전 현대건설 폴리

첫 번째 주자는 폴리다. 그는 V-리그로 오기 전까지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터키 등 유럽 4대 리그 경력이 전무했다. 자국(아제르바이잔)리그에서만 활약했으나 인지도는 상당히 높았다. 유럽 명문 클럽팀 다수가 러브콜을 보내긴 했으나 선뜻 그를 붙잡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높은 몸값 때문이다. 그런 폴리를 현대건설이 붙잡았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에이전트 사이에서는 베띠, 데스티니와 견줘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폴리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닌 윙스파이커로 뛰어난 공격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는 현대건설에서 주포로 활약했고 한 경기 53점을 올리기도 했다(그는 이후 2015~2016시즌 일본 도요타에 입단해 58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폴리와 재계약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변경됐기 때문에 폴리와 인연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폴리는 이후 자신의 커리어를 끌어올렸다. 도요타에서 두 시즌을 보낸 뒤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며 유럽리그로 돌아갔다. 그는 이탈리아와 터키리그를 거친 뒤 브라질리그 세시에 입단해 올 시즌을 소화했다. 그는 김연경, 주팅(중국)과 함께 공격형 윙스파이커 ‘빅3’ 중 한 명으로 여전히 꼽히고 있다.

한편 V-리그를 포함해 여자부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은 야나가 갖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도레이 소속으로 히사미츠와 일본 V.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60점을 올렸다. 랠리포인트제 도입 후 남녀부를 통틀어 국제배구연맹(FIVB) 인정 공인 경기에서 60점 고지에 오른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그전까지 여자부 최고 기록은 폴리가 작고 있던 58점이었다.

V-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도스티에 이어 2013~2014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엘리사 바실레바(등록명 바실레바, 불가리아)가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도로공사전에서 57점을 올렸다. 그런데 바실레바는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에 몰리는 공격 부담을 무척 힘들어했다. 그는 소속팀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했다. 자국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바실레바는 2007~2008시즌 이탈리아리그로 스카우트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흥국생명으로 오기 전에는 브라질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그는 V-리그를 떠난 뒤에는 아직 다시 아시아리그로 오진 않았다. 바키프방크(터키)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러시아리그로 자리를 옮겨 세 시즌을 뛴 뒤 다시 이탈리아리그로 복귀했다.


사진_전 흥국생명 바실레바

바실레바의 이탈리아행에는 사랑의 힘도 작용했다. 남자친구도 배구선수로 세르비아 출신 공격수인 알렉산다르 아타나시예비치다. 아타나시예비치도 베하토프(폴란드)를 거쳐 지난 2013년 이탈리아리그로 건너왔고 올 시즌에는 페루자 소속으로 뛰었다.

바실레바가 올린 57점 기록은 이후 다시 한번 나왔다. 트라이아웃 시절 IBK기업은행에 입단해 2016~2017, 2017~2018시즌을 뛴 메디슨 킹덤(등록명 메디, 미국)이 한 경기 57점을 올린 적이 있다.

폴리와 바실레바와 비교해 실력이 저평가된 부분도 있지만 2013~2014시즌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등록명 조이스, 브라질)도 만만찮은 공격력을 갖춘 선수로 거듭났다. 조이스는 브라질리그에서 오랜 기간 뛰다 2012~2013시즌 처음으로 해외리그로 진출했다. 러시아리그 파켈에서 뛰고 있던 조이스를 KGC인삼공사는 폴리, 바실레바 등과 견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데려왔다. 전 시즌 드라간과 카터 등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최하위까지 떨어진 KGC인삼공사는 조이스로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많은 기대를 건 선수가 아니었지만 조이스는 팀 역사상 몬타뇨 이후 두 번째로 공격을 이끈 외국인 선수로 자리 잡았다. 구단은 당연히 2014~2015시즌에도 조이스와 재계약했다.

그러나 조이스도 폴리, 니콜, 데스티니와 마찬가지로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되자 V-리그에서 더 볼 수 없는 선수가 됐다. 각 구단 모두 트라이아웃 규정상 적정 수준 몸값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그는 V-리그를 떠난 뒤 터키로 건너갔다. 조이스는 부르사와 차나칼레에서 주 공격수 노릇을 했고 2018~2019시즌 고국으로 돌아가 플루미넨세에서 뛰었다. 올 시즌은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바르샤바(폴란드) 유니폼을 입었다.

조이스와 같은 시기 V-리그에서 뛴 레이첼 루크(등록명 레이첼, 호주)도 한 시즌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레이첼은 호주리그에서 뛰다 미국으로 배구 유학을 떠났다. 그는 오레곤주립대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폴란드와 아제르바이잔리그를 거쳐 흥국생명과 계약하며 V-리그로 왔다. 그는 파워만큼은 흥국생명뿐 아니라 당시 V-리그 여자부에서 뛴 외국인 선수 중 최상급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코트에서 정열적이고 힘이 있는 플레이를 자랑했다. 레이첼 역시 선수 선발 방식이 변경되면서 V-리그와 더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이후에도 아시아에서 계속 뛰고 있다. V-리그에서 활약을 눈여겨본 중국리그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고 쓰촨과 베이징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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