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V-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은 어디에? - ⑧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5-09 18: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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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전 도로공사 니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를 대체하는 건 쉽지 않다. 실제로 여자부에서는 빼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가 팀을 떠난 후 외국인 선수로 고심한 사례가 있었다. 반대로 한 번의 좋은 선택으로 오랜 시간 좋은 기억을 남긴 팀도 있었다.

베띠-몬타뇨가 떠나고 시작된 외인 잔혹사
2009~2010시즌을 함께한 데스티니와 재계약하지 못한 GS칼텍스는 한동안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0~2011, 2011~2012시즌 연속으로 외국인 선수를 시즌 도중 교체했다. 그러나 제2의 데스티니는 나오지 않았다. GS칼텍스는 2010~2011시즌 제시카 산토스 실바(제시카, 브라질)와 계약했다. 하께우 이후 오랜만에 다시 브라질 선수가 왔다. 그런데 기량이 미덥지 못했고 설상가상 부상까지 당했다.

GS칼텍스는 제시카를 대신해 산야 포포비치(산야, 크로아티아)를 데려왔다. 국제적인 인지도에서는 제시카와 견줘 산야가 훨씬 앞섰다. 그는 V-리그에 오기 전까지 이탈리아리그(노바라, 치에리, 페루자)와 터키리그(베식타스)에서 뛰었다. 그러나 산야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사진_전 GS칼텍스 제시카

제시카와 산야는 V-리그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여전히 코트에 나서고 있다. 제시카는 브라질로 돌아가 자국리그에서 뛰었고 2016~ 2017시즌 오랜만에 다시 해외리그에 진출했다. 스페인리그(루그아노)에서 뛴 뒤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다가 2018~2019시즌 플라멩구와 계약하며 브라질리그로 복귀했다. 산야도 체코리그를 거쳐 폴란드, 러시아리그에서도 선수 생활했다. 올 시즌에는 루마니아리그 알바 블라야 소속이다.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는 한 시즌 더 이어졌다. 2011~2012시즌 베키를 대신해 데려온 테레사 로시(로시, 체코)는 제2의 산야가 됐다. 그도 산야처럼 GS칼텍스로 오기 전까지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에서 9시즌을 뛴 검증된 아포짓 스파이커였다. 그러나 V-리그와 맞지 않았다. 로시는 다시 유럽으로 건너갔고 터키, 아제르바이잔리그를 거쳐 이탈리아리그로 돌아가 지난 시즌까지 다섯 시즌을 뛰었다. 올 시즌에는 자국리그로 복귀했다. 로시는 남녀부를 통틀어 V-리그에서 뛴 첫 번째 체코 선수다.

몬타뇨가 떠난 KT&G는 빈자리가 컸다. KGC인삼공사로 팀 명칭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한 2012~2013시즌 외국인 선수부터 문제가 생겼다. KGC인삼공사에는 몬타뇨를 대신할 아포짓 스파이커가 필요했고 신장 197cm인 드라가나 마린코비치(드라간, 세르비아)와 계약했다. 그는 베르가모, 페루자 등 이탈리아리그에서 11시즌을 보낸 베테랑이었다. 2011~2012시즌에는 엑자시바시 소속으로 터키리그에서 뛰었다.

그런데 KGC인삼공사로 온 뒤부터 태업성 플레이로 일관했다. 부상은 핑계가 됐다. 유럽으로 돌아가고 싶은 드라간의 마음을 결국 되돌리지 못했다. 드라간은 당시 시즌 개막 후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고 1라운드 도중 결국 퇴출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드라간은 이후 다시 배구공을 손에 잡지 않았다. 유럽으로 돌아간 뒤에도 새로운 소속팀을 찾지 않았고 그렇게 코트를 떠났다.

KGC인삼공사는 대체선수를 찾았다. 미국대학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일순위로 두고 접촉했으나 영입이 쉽지 않았다. UCLA를 나온 케이티 카터(케이티, 미국)가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케이티는 대학 졸업 후 푸에르토리코리그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아제르바이잔, 스페인리그를 거쳐 2011~2012시즌에는 볼리 취리히(스위스)에서 뛰었다.

KGC인삼공사는 당시 내심 제2의 브란키차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로만 그쳤다. 케이티는 일단 기량이 모자랐다. KGC인삼공사는 몬타뇨와 함께 한 세 시즌 동안 정상급 팀이었으나 2012~2013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몬타뇨가 빠진 자리는 너무나 뼈아팠다. 한편 케이티는 드라간보다는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 그는 체코와 폴란드 그리고 이탈리아리그까지 진출했고 2017~2018시즌 푸에르토리코리그를 끝으로 은퇴했다.

GS칼텍스는 2012~2013, 2013~2014시즌 베띠를 다시 데려와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었다. 그러나 V-리그 여자부 마지막 자유선발 체제였던 2014~2015시즌 다시 한번 외국인 선수 교체로 몸살을 앓았다.

2014~2015시즌 GS칼텍스는 사라 파반(사라, 캐나다)과 계약했다. 사라는 V-리그 유경험자다. 2010~2011시즌 도로공사에 뛰었다. 신장에 비해 몸무게가 덜 나가는 바람에 공격에서 힘이 잘 실리지 않는다는 단점도 지적됐으나 베띠 이후 팀 공격을 사라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는 미국 네브라스카대학을 나와 이탈리아리그에서 뛰다 도로공사로 왔다. 도로공사와 재계약에 실패했으나 이탈리아와 브라질리그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런데 GS칼텍스 입장에서는 2%가 아쉬웠다. 데스티니를 데려왔을 때처럼 시즌 도중 교체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데스티니의 대학 후배(텍사스대)인 헤일리 애커맨(애커맨, 미국)을 영입했다. 하지만 애커맨 교체는 안 바꾸니만 못한 결정이 됐다. 기존 선수들과 엇박자가 났고 V-리그 적응도 더뎠다. 애커맨은 제2의 데스티니가 되지 못했다.

사라는 2015~2016시즌 중국리그로 건너갔고 상하이에서 뛰었다. 이후 비치발리볼로 전향했다가 2017~2018시즌 카사마지오레와 계약하면서 이탈리아리그로 향했다. 그는 현재 배구를 쉬고 있다. 사라는 동생도 배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국제배구계에서는 동생인 레베카의 인지도가 더 높다. 레베카는 1990년생으로 언니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는 켄터키대를 졸업한 뒤 바로 독일리그에 진출해 SC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에서 뛰었다. 2015~2016시즌 프랑스리그(베지에)에서 뛴 뒤 폴란드리그로 건너가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다.

꾸준함이 장점이었던 선수들



반면 V-리그 코트에서 재계약을 보장받았던 외국인 선수도 있다. 케니, 몬타뇨 이후 ‘장수 외국인 선수’라는 흐름을 이어간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니콜 포셋(니콜, 미국)이다. 사라, 피네도, 이바나 등 외국인 선수 얼굴이 자주 바뀐 도로공사는 2012~2013시즌 니콜을 데려왔다. 펜실베니아주립대를 나온 니콜은 졸업 후 푸에르토리코리그(미국 출신 선수 중 많은 수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푸에르토리코에서 프로선수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를 거쳐 러시아리그(디나모 칼리닌그라드)와 브라질리그(미나스)를 거쳤다. V-리그에 오기 바로 전 시즌 중국리그(광저우 에버그란데)를 경험한 것도 도로공사가 니콜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니콜은 도로공사에서 뛴 세 시즌 동안 주 공격수로 제 몫을 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트라이아웃이 아닌 자유선발로 계속됐다면 니콜은 V-리그 남녀부 최초로 네 시즌을 연속해서 뛴 주인공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니콜은 2015~2016시즌 중국리그로 자리를 옮겨 텐진에서 뛰었고 같은 시즌 노바라로 이적해 이탈리아리그로 진출했다. 그는 2016~2017시즌 이모코 볼리로 이적한 뒤 밸리디에시로 다시 팀을 옮기며 터키리그에서도 뛰었다. 니콜은 2017~2018시즌부터는 브라질리그로 옮겨 프하이아 클루베 소속으로 활약했고 지난 3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0~2011, 2011~2012시즌 흥국생명에서 뛴 미아 제르코프(미아, 크로이티아)는 올 시즌 기준으로 선수 생활만 20년을 훌쩍 넘겼다. 크로아티아리그에서 뛰던 미아는 미국으로 배구 유학을 떠났다. 그는 캘리포니아대를 나와 러시아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2005년부터 이탈리아리그에서 흥국생명과 계약하기 전까지 6시즌을 보냈다.

그는 흥국생명에서 두 시즌을 보내는 동안 몬타뇨, 케니 급 임팩트는 없었지만 꾸준한 기량과 성실한 태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흥국생명과 재계약에 실패했으나 2012~2013시즌 터키리그(부르사)로 건너가 두 시즌을, 2014~2015시즌 일본리그(덴소)로 자리를 옮겨 역시 두 시즌을 뛰었다. 미아는 2016~2017시즌부터는 다시 터키로 갔고 차나칼레, 페네르바체, 베식타스에서 뛰었다. 올 시즌은 헝가리리그로 이적해 베테랑으로서 소속팀 베케스카사바이에서 든든한 맏언니 노릇을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첫 챔프전 우승을 안긴 알레시아


사진_IBK기업은행에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긴 알레시아

여자부 6구단으로 2011~2012시즌부터 V-리그에 참가한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만큼은 잡음 없이 깔끔하게 시작했다. 아포짓 스파이커 알레시아 류클릭(알레시아, 우크라이나)이 주인공이다. IBK기업은행은 2011~2012시즌 13승 17패를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V-리그 첫 시즌 성적치고 썩 나쁘지 않았다. 창단 사령탑인 이정철 감독은 외국인 선수 자리에서 모험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알레시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한 시즌 더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기존 선수들과 호흡 문제도 고려했다.

이 감독이 선택한 알레시아 카드는 제대로 통했다. 2012~2013시즌 IBK기업은행은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시즌에서 25승 5패로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베띠가 버티고 있던 GS칼텍스를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꺾었다. 알레시아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알레시아는 자국리그 오데사에서 데뷔했고 2003년부터 일곱 시즌을 뛰었다. 그는 이후 이탈리아(페루자)와 터키(베식타스)를 거쳐 V-리그로 왔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세 시즌은 채우지 못했다. 알레시아는 2013년 볼리 취리히와 계약했고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최상위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도 나섰다. 그는 2017~2018시즌 다시 한번 베식타스 유니폼을 입었고 두 시즌을 보낸 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KOVO,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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