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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가 기다려온 유망주, 대학배구 최장신 미들블로커 정태준
강예진(ljwon@thespike.co.kr)
기사작성일 : 2020-04-02 18:14
남자배구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진출에 실패하자 장신 유망주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미들블로커의 장신화’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해결해야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대학리그에 눈에 확 띄는 선수 한 명이 있다. 202cm의 신장에 긴 팔과 다리를 가졌다. 대학리그에서 가장 좋은 피지컬을 자랑한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세계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국배구가 기다려온 유망주다. 2월 18일, 올 봄 코트를 박차고 뛰어오를 준비에 한창인 홍익대 2학년 미들블로커 정태준을 만나 봤다. 


Q__<더스파이크>와 인터뷰는 처음인 걸로 아는데요.
맞아요. 연락을 받은 순간 ‘내가 이런 걸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Q__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일단은 다치지 않는게 중요하니까 몸 관리를 하고 있어요. 우리 팀이 지난해에 비해 선수들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올해 함께 경기 뛰는 동기들이 많아요. 그래서 같이 맞춰가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전지훈련은 속초고, 제천산업고, 경북사대부고, 성지고 이렇게 네 군데 다녀왔어요. 

Q__일정이 엄청 빡빡하네요. 힘들지 않아요.
당연히 힘들죠. 동계훈련은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괜찮아요. 적응했어요.

Q__빡빡한 일정 속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시즌 준비를 하고 있나요.
작년에 (정)성규(삼성화재) 형 서브가 좋았잖아요. 성규 형이 팀을 떠나니까 서브가 약해졌어요. 그래서 서브에 중점을 많이 두고 훈련 중이예요. 저도 서브 준비를 하면서 블로킹 따라다니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속공은 항상 맞춰오던 부분이니까 부족했던 점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Q__학교수업은 홍익대 세종캠퍼스에서 받고, 경기는 서울 홍익대체육관에서 하고, 숙소는 화성 홍익디자인고에 있지요. 오고 가기가 불편하지는 않나요.
홍익대 모든 운동부들이 같이 있어요. 숙소에서 버스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수업을 들을 수 있고, 경기장 갈 때도 한 시간정도 걸려요. 리그 경기하러 홈 경기장을 가는데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하니까 원정을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선배들도 다 그렇게 해오셨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홍익대 학생인데 서울 홍대에는 한 번도 놀러가 본 적이 없어요

Q__대학교에서 친한 선수는 누군가요.
신입생 중에 김준우라는 선수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나이는 같은데 준우가 일년 유급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매일같이 붙어 다녔죠. 

Q__라이벌로 생각되는 선수도 있을까요.
같은 포지션인 한양대 (양)희준이요. 항상 대표팀도 같이 다녀와요. 제가 고등학교 때 윙스파이커를 해서 그런지 기본기는 제가 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희준이는 저보다 맨투맨 블로킹이나 이단 공격 블로킹을 잘해요. 경기를 보면 손 모양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Q__세터 정진혁 선수와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호흡을 맞춰봤네요.
맞아요. 사실 대표팀에서 맞추긴 했어도 KB손해보험 (최)익제 형과 더 많이 맞춰봤어요. (정)진혁이랑 세트도 해보긴 했는데 많이 맞춰본 건 아니에요. 대표팀에서의 호흡이 여기까지 이어졌다기보다는 처음이라 생각하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이 어느 정도 괜찮아진 것 같아요. 지난해보다는 잘 맞아요. 

Q__평소 코트 밖에서 성격은 어떤가요
조용한 걸 좋아해요. 시끄러운 곳은 피하게 돼요. 그렇지만 말하는 건 좋아합니다. 외박을 받으면 몸이 힘들거나 지칠 때는 숙소에 가만히 누워 있어요. 가끔 심심할 때 놀러가기도 하고요. 잠을 자는 게 최고의 힐링인 것 같아요.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던 대학 첫 시즌
정태준은 지난해 3월 23일 명지대와의 시즌 첫 경기서 선발 출전했다. 결과는 2-3으로 패배했다. 전력상 우위를 점했던 홍익대가 명지대에 패하자 많은 사람들이 의외의 결과라며 놀라했다. 당시 정태준은 4점(공격 성공률 33%)에 범실 7개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고등학교 때 까지는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던 그는 적응이 힘들었던 대학무대에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에게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남는 신입생 시즌이었다. 

Q__지난 시즌을 되돌아본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요.
많이 줘서 40점이요. 고등학교 때는 세터에게 점수 내겠다고 공을 달라고 할 만큼 제 플레이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대학교 와서는 고등학교 때 했던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지 못했고, 대학교엔 잘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위축되다 보니 자신감이 없었어요. 

Q__고등학교 때와 대학교는 어떤 점이 다르게 다가왔나요.
우선 대학교에선 위계질서가 고등학교 때 보다 좀 더 잡혀있었어요. 제일 크게 다가왔던 건,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 코트 안에 있는 여섯 명의 선수들이 모두 잘하니까 구멍이 없는 기분이에요. 고등학교 선수들도 잘하긴 하지만 대학교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Q__어떤 노력을 했나요.
무조건 자신감을 되찾는 게 1순위였어요. ‘자신감을 올려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연습과 경기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올라갔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도 옆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서 다독여주셨어요. 형들도 잘 챙겨주셨어요. 작년에 제 룸메이트가 (정)성규 형이었어요. 자신감하면 성규 형이잖아요. 형이 프로 가서 경기 뛰는 걸 보면 파이팅 넘치는 건 물론이고 서브, 세리머니까지 전혀 주눅 들지 않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본받아야겠다고 많이 생각하곤 했어요. 

Q__정성규 선수와 자주 연락하나요.
가끔 전화하긴 해요. 프로가면 어떤 게 다르냐고 물어봐요.

Q__지난해 신입생임에도 주전으로 첫 경기를 뛰었잖아요. 어땠나요.
너무 떨렸어요. 머릿속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날 정도로 백지상태였어요. 심지어 경기 중에 ‘속공을 떠야할 타이밍이었는데 뜨는 게 맞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긴장했어요. 

Q__경기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께서 어떤 말씀을 해주시던가요.
감독님께서는 일단 제가 신입생이니까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셨어요. 자신감 있게 하면 이기는 경기가 따라온다고 하셨는데... 제가 자신 있게 못했어요. 경기를 치를수록 되찾긴 했지만 초반엔 어려웠어요.

Q__시즌 첫 경기 명지대에게 5세트 접전 끝에 패했네요. 전력상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황이 어땠나요.
경기 하면서 ‘그래도 이기겠지’라고 생각만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보니까 5세트였고 심지어 졌어요. 뭐랄까... 되게 처참한 기분이었어요. 경기 끝나고 감독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하셨어요. 그래서 더 무서웠어요. 차라리 화를 내셨으면 괜찮았을 텐데...아무 말씀 안하시는 게 더 무서운거 아시죠?(웃음)

Q__그래도 대학교 와서 어떤 부분에서 발전됐다고 생각하나요.
고등학교 때보다 블로킹이 좋아졌어요. 감독님께서도 미들블로커 출신이시고, 코치님께서는 항상 블로킹을 강조하세요. 그래서 1학년 때는 그것만 신경 썼어요. 손 모양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홍익대는 2017시즌 대학 정규리그 전승우승과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2018시즌과 2019시즌 무관에 그치며 쓸쓸한 두 시즌을 떠나보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인제대회서 결승진출까지 성공했지만 인하대에 패하며 우승을 눈 앞에서 놓쳤다. 정규리그에서는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내지 못하며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쳤다.)

Q__홍익대가 지난 시즌 정규리그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됐어요. 
많이 아쉬웠죠. 마지막 경기대와의 경기였는데 이기면 올라갈 수 있던 상황이었어요. 경기 전에 감독님과 형들이랑 마지막 기회니까 올라가야하지 않겠냐고 서로 다짐했어요. 저도 자신 있게 했는데 져서 허무했죠. 

Q__감독님께서 “우리는 3년마다 우승을 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시즌 기대해도 될까요.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우리 서브가 잘 안들어갔어요. 그러다보니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적이 많았어요. 올해는 서브로 상대를 흔들고 블로킹을 잘 준비할거예요. 블로킹 높이가 좋아졌어요.

Q__신입생들 중 기대되는 선수는 누군가요.
윙스파이커 (정)한용이랑 (김)준우요. 한용이는 대표팀에 다녀올 정도로 실력이 검증된 친구예요. 실제로 같은 팀에서 보니까 기본기도 좋고 파워도 있어요. 특히 멘탈이 강해요. 그리고 준우는 배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기본적인 운동신경과 탄력이 타고났어요. 습득력이 빠르더라고요. 적응하면 금방 잘할 것 같아요.

Q__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는 누군가요.
3학년에 이상우 형이요. 성격도 활발하시고 다정다감하세요. 툭툭 내뱉으시는 말 속에 위로가 담겨있어요. 츤데레 같아요.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파이팅도 잘 외치시고 재밌게 하려고 해요. 올해 주장인 김도훈 형은 팀 중심을 잘 잡아주세요. 




신영석 선수’만큼’이 아닌
신영석’보다’ 잘한단 말 들을래요!

Q__어떻게 배구를 하게 됐나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어요. 저는 중학교에 배구부가 있는 줄 몰랐는데 입학식 때 어떤 선생님께서 배구해보라고 하셨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이셨어요. 감독님께서 입학식 때 저를 눈여겨보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키가 커서 그랬을 거예요. 그때 제 키가 177cm 정도 됐을 거예요. 처음 배구를 했는데 재밌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있네요.

Q__배구계에 200cm가 넘는 선수가 얼마 없잖아요. 키는 유전인가요?
네. 유전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180cm이고, 어머니가 172cm 정도 되요. 우리 집안에 운동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어요. 

Q__처음부터 미들블로커였나요.
초기에 배울 땐 미들블로커로 배우다가 고등학교 땐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제가 윙스파이커로 뛰었어요. 미들블로커 겸 윙스파이커였어요. 대학교 와서 확실하게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았어요. 

Q__배구를 하기 전 장래희망이 뭐였나요.
배구를 시작하기 전에 어머니께서 공부를 많이 시키셨어요. 치과의사가 꿈이었어요. 아마 배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쪽으로 가려 했을거예요.

Q__공부하다가 갑자기 배구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집안에 운동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반대를 많이 하셨죠. 제가 계속 하고 싶다고 했고, 주변에서도 한 번 시켜보라고 해서 지금까지 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__키가 커서 불편했던 적이나 좋았던 적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크니까 길가다가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어요. 숙이지 않아도 되는데 저는 키 때문에 숙여야 하는 상황도 있어서 그런 점은 불편했어요. 지금은 적응돼서 괜찮아요. 좋은 점은 배구할 때가 좋죠(웃음). 그리고 다른 사람은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제가 쉽게 닿아서 편한 점도 있어요. 

Q__최근 장신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사들을 보긴 봤어요. 볼 때마다 저도 잘해서 빨리 그런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태준은 2017 한국남자유스(U19)배구대표팀과 2018 남자청소년(U20)배구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국제 경험치를 쌓았다.

Q__대표팀 당시 외국 선수들과 경기 했을 때 와닿았나요.
피지컬 차이가 너무 많이 느껴졌어요. 세계대회서 만난 유럽팀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 러시아만 해도 높이 차이가 엄청 났어요. 그때 실감했죠. 



Q__배운 점이 있다면요.
배운 점이라기보다는 제가 ‘한참 부족 하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잘하는 선수들만 모이는 곳이잖아요. 그 자리에서 배구를 경험해보니 ‘아직 멀었다’라는 걸 느꼈어요. 더 열심히 할 거예요.

Q__생각해둔 이번 시즌 목표는 뭔가요.
당연히 우승이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인 목표는 블로킹 부문 1위에 오르고 싶어요. 서브도 욕심나지만 일단은 블로킹이요. 지난해에는 4위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1위를 노려보겠습니다. 

Q__꼭 이겨보고 싶은 팀도 있을까요.
중부대요! (망설임 없이 답하시네요?) 왜냐하면 작년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어요. (선수의 말을 듣고 상대 전적을 찾아보니 2전 2패였다) 

Q__홍익대만의 장점은 뭔가요.
윙스파이커 선수들이 기본기가 좋아요. 리시브가 되고 수비가 되다보니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어요. 어느 한 명의 선수가 특출나게 공격, 수비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조직력이 좋아졌어요.

Q__그렇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도 있을까요.
우리 팀이 범실이 많은 편이에요. 특히 서브 범실을 줄여야 해요. 

Q__롤 모델은 누군가요.
사실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OK저축은행 전진선 형을 닮고 싶어요. 우리 학교를 나오기도 하셨고 배구 하시는 걸 직접 보기도 했어요. 속공, 블로킹, 서브 등 기본기가 좋으시고 코트 안에서 파이팅 하시는 모습이나 분위기를 잘 만드시더라고요. 

Q__감독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번에는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 보여드릴게요! 감독님께서는 일상생활에서는 저희를 간섭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선을 지켜가면서 하라고 해주세요. 

Q__마지막으로 포부를 밝혀주세요.
제가 롤 모델이 진선이 형이라고 했는데 지금 프로무대에서 신영석 선수가 가장 잘하시잖아요. 내년이 됐던 내 후년이 됐던 제가 프로에 가면 그 선수만큼이 아니라 그 선수보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정태준 프로필
생년월일 2000.03.14. 
신장/체중 202cm/86kg 
포지션 미들블로커 
출신교 대연중-성지고-홍익대 2학년 재학중 
경력 2017 국제배구연맹 U-19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4위 
2018 제19회 아시아남자청소년(U-20) 배구선수권대회 2위


글 / 강예진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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