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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놓고 조연으로’ 베테랑 유광우가 말하는 나의 배구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20-02-06 00:13
V-리그를 대표하는 세터 중 한 명인 유광우는 어느덧 열한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한때 삼성화재 왕조를 일으킨 세터로 활약한 그는 우리카드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한선수가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빠진 사이 소방수 역할을 맡은 유광우는 한선수 복귀 후 때로는 원포인트 서버로, 때로는 백업 세터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광우만큼 사연이 많은 세터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 우여곡절 속에 담긴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용인 대한항공 연습체육관을 지난 12월 찾았다. 


같은 인터뷰, 과거와 다른 느낌?!
유광우는 지난 몇 년간 스포트라이트와 멀어졌다. 우리카드로 이적했던 2018~2019시즌에는 시즌 초반 주전으로 나왔지만 노재욱 영입 이후로는 원포인트 서버로 주로 출전했다. 미디어에 노출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한항공 이적으로 한 번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한선수가 부상으로 낙마하자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다시 한번 온몸에 시선을 받았다. 베테랑 유광우는 당시 자신을 향한 관심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Q__삼성화재 시절부터 워낙 인터뷰를 많이 했겠지만, 올 시즌 하는 인터뷰 느낌이 그때와 다르기도 한가요.
보통 인터뷰라는 게 이기고 많이 하잖아요. 경기에서 이기고 하는 인터뷰가 기분 좋은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물론 그때보다 인터뷰라는 게 조금 부담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있어요. 지금은 선수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제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뛰고 있고 그래서 관심을 받는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Q__올 시즌 주전으로 처음 출전한 경기(2019년 11월 14일 한국전력전)에서 “세터가 너무 주목받는 건 좋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견의 밑바탕에는 어떤 생각이 깔려있다고 봐야 할까요.
배구를 하면서 항상 생각한 내용 같아요. 세터는 주연보다는 조연이 되어야 하고 남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돋보이기보다는 저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죠.

Q__갈수록 팀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도 많이 뛰고 있습니다. 세대 차이가 느껴지던가요.
확실히 세대 차이라는 게 있는 것 같긴 해요. 지금 세대에 맞춰서 베테랑들도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고요. 예전에는 무조건 선배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면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어떤 게 좋은 방향인지, 무엇이 지금 트렌드에 맞는지 함께 생각하죠. 그런 점을 어린 선수들한테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 또 예전에는 선배들을 엄청 어려워했어요. 지금은 젊은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요. 이런 걸 보면 세대가 변하긴 했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Q__가빈도 삼성화재 시절과 비교하면 자유로워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최근 팀 문화 자체가 그런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삼성화재가 좀 더 딱딱 틀이 정해진 느낌의 팀이었죠. 그래서인지 지금 대한항공에 와서 느끼는 게 저에게 더 크게 다가와요. 아마 가빈도 그럴 거예요.

Q__다시 올 시즌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주전으로 예상보다 많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뛸 걸 예상했나요.
전혀 예상 못 했죠. 시즌 준비 단계부터 대표팀 선수들이 빠졌을 때를 대비했는데 그거보다는 훨씬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죠.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좀 많아요.

Q__어떤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일까요.
쉽게 갈 수 있는 부분을 그렇게 풀지 못한 게 가장 아쉽고요. 승점 3점을 따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경기도 있고, 이겨야 할 경기를 지기도 했어요. 그런 점은 세터로서 많이 속상하고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__경기 준비는 예전과 지금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건 언제나 비슷한 것 같아요. 항상 해왔던 대로 준비하고 있죠.

Q__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항상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약물치료도 병행하는 거로 아는데요.
(유광우는 2007~2008시즌 신인드래프트에 지명됐지만 프로 데뷔는 2009~2010시즌에야 이뤄졌다. 입단 후 진행한 발목 수술이 잘못되면서 긴 재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주 1회나 2주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죠. 팀 트레이너분들이 워낙 잘 관리해주시고 감독님도 휴식을 잘 챙겨주세요. 주변의 많은 배려 덕분에 예전과 다름없이 계속 운동할 수 있습니다.

Q__정말 힘든 과정일 텐데도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 뛰는 건 그만큼 코트를 향한 열망도 강하게 작용한 덕분일까요.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제 몸 상태에서는 그렇게 해야지만 배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 당연하게 여기는 면이 있어요. 제가 안고 가야 하는 환경이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막힌 우연? 돌고 돌아 함께한 대한항공
유광우에게 대한항공은 프로 세 번째 팀이지만 첫 번째 팀이 될 수도 있었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대한항공이 유광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광우는 삼성화재로 향했고 대한항공에 오기까지는 12년 세월이 걸렸다. 유광우가 느낀 대한항공은 어떤 팀이었을까.

Q__대한항공은 삼성화재 시절에는 높은 곳에서 경쟁한 팀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느끼던 것과 실제 팀에 들어오면서 느끼는 ‘대한항공’이라는 팀에 대한 차이가 있을까요.
밖에서 볼 때는 제가 팀의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르기 때문에 정말 자유분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에 들어와 보니 자유로움 속에 질서가 있고 선수들의 책임감도 정말 강해요. 안 될 때는 훈련으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잘하는 선수는 왜 잘하는지 느끼기도 해요.



Q__드래프트 동기 한선수와 함께 뛴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느낌이었나요.
든든했죠. 계속 서로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가 같은 곳을 보게 되니까요. 잘하는 선수니까 되게 든든했어요.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Q__드래프트 당시에는 한 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못했죠. 저나 한선수나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니까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어요.

Q__대한항공에 왔을 때 가장 반겨준 선수는 누구였나요.
(진)상헌이나 (김)규민이가 많이 반겨줬죠. 상헌이는 초, 중학교를 같이 나왔고 규민이는 삼성화재에서 같이 해본 선수였으니까요. 많이 반겨주고 챙겨줬죠.

Q__박기원 감독님은 어떤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감독님이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세터를 굉장히 믿고 책임감을 부여해주세요. 그래서 세터로서 좀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죠.

Q__경기 후 여러 인터뷰를 봐도 감독님이 유광우 선수를 매우 아낀다는 게 느껴집니다.
많이 챙겨주려고 하세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를 다 잘 챙겨주세요. 선수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이나 기분도 굉장히 신경 쓰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소통도 많이 하려고 하시고요. 그만큼 선수들이 더 잘해야 한다는 느낌을 스스로 갖게 하시는 것 같아요.

Q__트레이드 소식을 재활 중에 알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배구를 더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또 안도했던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으면 은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감사하게도 대한항공에서 저를 원했고 우리카드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이렇게 됐죠. 많이 감사합니다.

Q__트레이드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을 듯합니다.
정말 많았죠. 재활도 재활이지만 팀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천만다행으로 좋은 기회가 와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 거죠. 확실히 선수는 코트에 서야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아무리 훈련이 힘들어도 말이죠. 코트에 있을 때만큼 행복한 때는 없는 것 같아요. 

Q__삼성화재에서 우리카드 이적 당시에는 일주일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정도로 붕 뜬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이적은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우리카드 이적 당시에는 생각이 많았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10년 정도 있던 팀을 떠났으니까요. 그에 대한 충격이 좀 있었는데 가족들 덕분에 버텼죠. 이번 이적은 배구를 다시 할 기회가 온 거라서 느낌이 많이 달랐죠.



Q__신인 지명 당시에 대한항공으로 트레이드될 수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돌고 돌아서 결국 오게 됐네요.

Q__당시 신치용 감독님이 좋은 세터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자원이라며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농담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프로 입단 당시에 수술이 잘못되고 2년을 재활했는데 감독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기다려주셨어요. 신경도 많이 써주셨고요. 저한테는 은사님이죠.

Q__혹시 신치용 감독님이 내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과분한 평가인 것 같아요. 지금은 좋은 세터가 너무 많아요. 저는 제 주위에 좋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빛을 봤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 저 혼자만 놓고 보면 좋은 세터는 아닌 것 같아요.


V-리그 대표 세터 유광우가 말하는 ‘세터론’
누가 뭐래도 유광우는 V-리그를 대표하는 세터 중 한 명이다. 삼성화재 소속으로 안정적인 오픈 패스와 수비로 삼성화재의 V-리그 7연패를 이끈 주역이며 3년 연속 세터상(지금으로 치면 정규시즌 세트 성공 1위) 수상, 통산 세트 성공 3위(12,733개) 등 세터 관련 지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래서 물었다. 유광우가 생각하는 세터는 어떤 포지션일까.

Q__구단 SNS 영상에서 키가 커도 세터를 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세터가 매력적인 포지션이기 때문일까요.
세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경기에서 공을 제일 많이 만지는 포지션일 수도 있고요. 내 손으로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포지션인 것 같아요.

Q__배구계 오랜 격언 중에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느 정도 공감하긴 하는데 시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서브도 약했고 리시브된 공도 잘 왔기 때문에 세터가 요리할 부분이 있었어요. 지금은 서브도 강해지고 공 탄력도 강해져서 리시브가 잘 올라온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공격수들이 얼마나 공을 잘 처리해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당연히 세터도 어느 정도 선에서 어려운 볼을 최대한 정확히 올려줘야 하지만 처리해주는 선수들과 처음에 받아주는 선수들이 잘해줘야 그나마 중간에 있는 세터도 빛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Q__세터는 어떻게 처음 하게 됐나요.
처음에는 아포짓 스파이커였어요. 그러다가 리베로를 하려고 했는데 중학교 때 감독님이 세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해보니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정식으로 세터를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Q__처음 할 당시에 세터라는 포지션이 잘 맞는 느낌이었나요.
아뇨, 처음에는 정말 안 한다고 했어요. 모든 욕을 혼자 먹으니까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적성에 맞더라고요. 재미도 있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20년 동안 하고 있네요.

Q__유광우 선수가 생각하는 세터라는 포지션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세터는 정말 헌신을 많이 해야 해요. 궂은 일을 마다하면 안 되고, 엄마 같은 느낌이랄까요. 선수들을 다 어우르고 데려갈 수 있어야 해요. 팀의 리더를 에이스가 맡는다면 뒤에서 뒷받침하면서 끌고 가는 게 세터인 셈이죠.

Q__20년간 세터로 활동 중인데, 세터라는 포지션에 대한 생각이나 인식이 바뀐 게 있을까요.
예전에는 세터라고 하면 세트만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요즘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세터도 여러 능력을 갖춰야 해요. 세터가 공격을 잘하면 당연히 공격수가 어떤 공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수비를 잘하면 수비수들이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도 알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세터는 배구의 모든 면을 잘해야 하는 포지션이라는 걸 요즘에 새삼 다시 느끼고 있어요.

Q__경기 내적으로도 더 변화를 주려고 한 부분이 있었다면요.
서브를 더 갈고 닦았어요. 최대한 범실 하지 않는 선에서 공격적으로 가져가려 했죠. 또 저는 키가 작으니까 수비에서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Q__유광우 선수가 생각하는 세터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헌신’이라는 단어를 정말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구 이해도도 물론 매우 좋아야 하고요.

Q__앞으로 프로 무대로 올 후배 세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배구에서 세터는 게을러선 안 돼요. 한 발 더 뛰어야 하고 한 번 더 소리 질러야 하는 게 세터예요. 게으르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죠. 조금 더 성실하게 자기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세터도 자연스럽게 많이 나올 거라고 봐요.


“우리 딸도 아빠가 배구선수라는 걸 아는 그날까지”
이제 만 34세에 이른 유광우는 조금씩 선수 생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터뷰 막바지, 유광우로부터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와 마무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Q__예전 인터뷰에서 아드님이 유광우 선수가 배구선수라는 걸 알 때까지 뛰고 싶다고 했는데요, 아드님이 그렇게 경기장에서 하이파이브하는 걸 좋아한다고.
네, 지금은 웬만큼 다 알고 있죠. 경기에서 이겼을 때 내려와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을 보면 아빠가 배구선수라는 건 아는 것 같아요. 아직 딸은 아빠가 배구선수라는 걸 잘 몰라요. 딸이 알 때까지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싶어요. 어쩌다 보니까 조금씩 욕심을 부리게 되더라고요.
※ 유광우의 첫째 아들인 태율 군은 4살, 둘째 딸 하율 양은 2살이다. 유광우는 지난 2017년 6월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바람이 있다면 지금 16개월인데 아이가 커서 그래도 아빠가 운동선수였다는 것은 알았으면 해요. 나중에 아이가 ‘우리 아빠가 배구를 했었지’라고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운동을 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Q__만약 셋째가 태어난다면 더 연장되는 건가요.
아,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웃음). 

Q__아내는 선수 생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요.
그런 건 저한테 다 맡겨줘요. 제 몸이 허락할 때까지, 후회하지 않을 때까지 해보라고 해요. 그만두고 나서 후회할 바에는 다 쏟아붓고 그만두는 게 후회하지 않는 방법이라면서 말이죠.

Q__사실 지금은 이렇게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목표도 늘려가고 있지만 프로 데뷔 당시만 하더라도 부상으로 2년을 쉬었습니다. 운동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때는 일상 생활이 안 됐어요. ‘빨리 배구를 해야지’ 이런 생각보다도 일상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이 더 많았어요. 잘 걷지도 못했거든요.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통증이 덜해져서 저녁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배구를 그만둬야 하나 이런 생각조차 못 했었죠.

Q__그 2년을 딛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만큼 배구와 프로 무대를 향한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덕분으로 봐야 할까요.
그렇죠. 배구장에서 제가 제일 밝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즐겁고 재밌어 하는데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웠어요. 끝까지 잡고 가려 했고 또 신치용 감독님도 기다려주셨고요. 운좋게 재수술이 그나마 잘 되면서 복귀한 것 같아요.



Q__지금까지 프로에서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어떤 감상일까요.
우여곡절이 좀 많았어요.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은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일도 나중에 돌아보면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매 순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__선수로서 목표 중에 챔피언 반지를 10개까지 채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는데요, 그 목표도 변함이 없을까요.
네, 10개까지 채워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고, 제 몸이 허락한다면 선수로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욕심일 수도 있지만요. 

Q__세트 성공 부문 역대 3위입니다. 그 이상 가고 싶은 욕심도 있을까요.
그럼요. 그건 다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세터라면 욕심낼 만한 기록이죠.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도전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__그 외에 다른 목표도 있을까요.
확실히 예전에는 개인기록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나이가 차니까 그보다도 우선 팀이 우승하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팀이 우승하는 데 있어 다치지 않고 최대한 돕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Q__은퇴 후에는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은퇴하면 지도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는 은퇴가 먼 이야기였지만 조금씩 은퇴할 때가 오니까 미래에 관한 생각도 하게 돼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배구라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Q__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구상도 있을까요.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싶기도 하고, 그 와중에 감독으로서 힘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선수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 말이죠.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지도자로서 가지고 싶은 능력이 너무 많아요. 우선 ‘원 팀’을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Q__선수 커리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장면을 그려본 적은 있나요.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마지막 순간에 어떤 자리에 있든, 정말 다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들도록 멋지게 퇴장하고 싶어요. 물론 우승 트로피도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Q__마지막으로 응원하는 팬들과 꼭 언급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팬분들이 많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저도 잘 버티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또 경기장에 와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선수들도 매 경기 준비 많이 하고 있으니까 더 많이 찾아와주시면 선수들도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어요.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이 경기장에 와서 항상 응원해줘요. 힘드실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항상 아들 걱정으로 사실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즌 중에 집에도 잘 못 가는데 혼자서 두 아이 키우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도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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