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공유 페이스북공유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스크랩하기
세계무대 경험한 연령별 대표팀, 그 안에서 확인한 희망과 과제
2019년 남녀 청소년&유스대표팀 리뷰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12-28 19:57

성인대표팀, 특히 여자대표팀이 비시즌에 국제대회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는 사이, 한국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도 세계무대에 도전했다. 남자21세이하 청소년대표팀(이하 청소년대표팀)과 19세이하 유소년대표팀(이하 U19대표팀), 여자18세이하 유소년대표팀(이하 U18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다녀왔다. 연말을 맞이해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세계무대에서 무엇을 배우고 얻었는지 결산해보고자 했다. 


역시 높았던 피지컬의 벽, 청소년대표팀을 향한 ‘IF’

 

결과부터 종합한다면 가장 먼저 출전한 청소년대표팀은 바레인에서 열린 2019 FIVB(국제배구연맹) 세계청소년남자U21선수권대회에서 7위를 차지했다. 2년 전 19세이하세계선수권에서 4위에 든 선수들이 다수 참가해 내심 더 높은 성적도 기대했지만 대회를 앞두고 덮친 부상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임동혁-임성진(성균관대) 등과 함께 해당 연령대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던 세터 최익제가 부상으로 낙마해 갑작스럽게 박태성이 합류했고 신승훈-박태성 세터 체제로 바뀌었다. 최익제가 대표팀 합류 후 생각만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던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기존 공격수들이 더 익숙하고 리더 역할까지 하던 최익제와 호흡을 더 맞췄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낳았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왔을 당시 임동혁과 임성진도 이 점을 아쉬워했다. 임성진은 “확실한 역할을 갖고 있던 선수인데 없으니 빈자리를 크게 느꼈다”라고 말했고 임동혁도 “갑작스레 세터가 바뀌니 안 맞는 부분이 꽤 있었다. 그래도 다른 세터들이 잘 해줘서 다행이었지만 익제 빈자리는 분명히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튀니지에서 열린 2019 FIVB 세계유스남자U19선수권대회에 나선 U19대표팀은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일격을 당했고 16강에서 일본에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세계무대에 도전했던 U18대표팀은 이집트에서 열린 2019 FIVB 세계여자유스U18선수권대회에서 13위에 오르며 세계의 벽을 가장 절실하게 느꼈다. 

 


사진: 부상으로 대회 전 낙마했던 청소년 대표팀 최익제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 대표팀 모두 근본적인 신체적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임동혁과 임성진은 기본기 차이가 크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상대 힘과 높이에서 밀렸다고 돌아봤다. U19대표팀을 이끈 남성중 강수영 감독은 미들블로커에서 오는 피지컬 차이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강 감독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끊어줘야 할 때, 상대는 오픈 공격을 저지할 블로킹 높이가 좋았다. 타고난 피지컬 차이는 분명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 팀은 신장과 운동능력이 좋은 미들블로커들이 속공을 떠주니 측면도 살아났다. 그 차이가 컸다. 세터도 신장이 좋으니 리시버들 부담도 덜 했다”라고 덧붙였다. 

 

U18대표팀은 특히 기본 피지컬 차이에 가장 고전했다. 일례로 조별리그에서 만난 이탈리아는 세터 소피아 몬자(174cm)를 제외하면 모두 180cm대 중반 이상의 장신이었다. U18대표팀이 프로필 신장으로 180cm 이상인 선수가 단 두 명(이선우 183cm, 최정민 180cm)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U18대표팀을 이끈 강릉여고 서동선 감독도 “세계대회에서는 신장 차이가 워낙 컸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많이 위축됐고 범실이 많아졌다”라고 대회를 돌아봤다. 서 감독은 “그래도 신장이 비슷한 팀과는 괜찮았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만난 캐나다와 이탈리아, 미국은 워낙 크다 보니 공격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꼈다”라고도 전했다. 서 감독은 지난해 17세이하 아시아선수권 당시 선수단과 세계선수권 명단에 차이가 있던 이유도 조금이나마 신체조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력이 우수한 선수를 우선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녀 공통된 고민, 미들블로커


올해 세계선수권에 나선 세 감독은 입을 모아 미들블로커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신장 등 신체 조건 아쉬움이 주된 내용이었고 기본적인 선수층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소년대표팀을 이끈 이경석 감독은 미들블로커 문제 해소를 위해 본래 윙스파이커인 김지한을 미들블로커로 활용하기도 했다. 강 감독 역시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들블로커에서 차이가 더 컸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다른 포지션보다도 미들블로커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강 감독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왜 이런 차이가 났는지를 언급했다. 강 감독은 기본적으로 신체 조건 차이 외에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미들블로커들이 전반적으로 구력이 짧다는 점을 짚었다. 강 감독은 백업으로 뛴 김우겸(수성고)과 주전으로 나온 배하준(경북사대부고) 모두 구력이 짧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 대회에 갔을 때는 상대 오픈 공격 상황에서 확실하게 블로킹으로 덮는 플레이나 손 모양 등이 다른 팀 선수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디그 이후 올라가는 오픈 공격 상황이나 찬스볼 이후 만드는 세트 플레이에서도 신장 차이에 의해 상대 블로킹에 걸리는 경우가 나온다. 세트 막판 20점 부근에서 리드를 잡고 있을 때 사이드아웃을 한 번만 더 돌리면 되는 상황에서 오는 그 차이가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유소년 배구에서 미들블로커는 측면 공격수로 육성되다가 포지션을 바꾸거나 혹은 기술은 조금 아쉽지만 신장이 커서 맡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속공과 블로킹 등 미들블로커에게 필요한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배구는 모든 포지션의 톱니바퀴가 중요한 종목인 만큼, 미들블로커도 좀 더 체계적으로 어린 시기부터 확실하게 적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성인대표팀, 특히 남자대표팀도 지금은 신영석과 최민호가 있지만 그 뒤를 확실하게 이어갈 미들블로커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같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기에 성인대표팀의 고민을 해결하기까지도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공격수의 존재

 

아쉬운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향후 성인대표팀까지도 기대해볼 만한 공격수 자원이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청소년대표팀 주장을 맡은 임동혁이야 이미 올해 성인 대표팀으로 아시아선수권에도 차출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임동혁은 대한항공에서도 출전 시간이 늘어나며 입지를 키우고 있는 자타공인 유망주이다. 임성진도 성균관대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며 신인드래프트에 나온다면 1순위 후보로 거론될만한 선수다. “(임)성진이가 있고 없고 우리 팀 차이가 정말 크다”라고 말하는 성균관대 김상우 감독의 표현을 보더라도 이미 임성진이 어느 정도 선수인지 알 수 있다. 

 

올해 청소년대표팀과 U19대표팀을 모두 소화한 정한용 역시 세계유스선수권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정한용은 바르디아 사다트(이란)에 1점 밀려(정한용 165점, 사다트 166점) 득점 부문 3위에 올랐다. 공격 성공률도 4위(51.94%)를 차지했다. 우선 U19대표팀에 뽑혀야 하는 연령대 선수가 청소년대표팀에도 올랐다는 점에서 그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정한용은 청소년대표팀에서도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았다. 

 


 

U18대표팀에서 이선우와 최정민은 포지션을 바꿔가며 출전하긴 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17세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차출되지 않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 서 한국 선수 중 득점 1, 2위에 올랐다(이선우 83점, 최정민 71점). 서 감독은 “두 선수 모두 지난해보다 신장도 커지고 공격력도 많이 좋아졌다. 현재 고등학교 1~2학년 중에는 신장과 공격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라고 본다”라고 두 선수를 높게 평가했다. 

 

 

주 공격수 후보들 외에도 윙스파이커진에는 그래도 기대할 만한 선수가 더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청소년대표팀의 경우 임동혁-임성진과 함께해온 김선호, 김우진 등이 있고 U19대표팀도 이번 대회에서는 부진했지만 신장과 기본기가 좋은 박승수가 있다. U18대표팀에서도 박수연과 박은서 등은 신장은 조금 작아도 기본기와 리시브는 준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더 나은 미래, 근본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앞으로 한국배구가 세계적으로 더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한 가지는 대표팀 운영, 행정적인 문제였다. 강 감독은 “해외에서 대회가 열릴 때 현지에 더 빨리 가서 적응할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특히 대회 첫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전을 들며 “우리는 대회 이틀 전에 현지에 도착했는데 일주일 전에 들어와서 시차 적응하는 팀도 많았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선수들 컨디션 조절에 더 수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이 U19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컨디션의 아쉬움을 언급한 유일한 경기가 나이지리아전이었다. 

 

강 감독이 말한 이와 같은 내용은 배구협회에서 좀 더 신경 써야 할 지점이다. U19대표팀뿐만 아니라 올해 8월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앞둔 남자대표팀 역시 예선전을 며칠 안 남기고 경기를 치를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각종 대표팀 지원은 협회 차원에서 해결책이 필요한 내용이다. 

 

좀 더 근본적인, 유소년 단계부터 개선되어야 할 내용도 있었다. 올해 세계대회를 다녀온 감독, 특히 유스대표팀 감독들이 지적한 문제는 얇은 선수층이었다. 강 감독은 “주전까지는 괜찮지만 비주전과 차이는 조금 있다. 확실히 일본과 비교하면 선수층은 차이가 컸다”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현재 고등학교 1~2학년 선수 중 180cm 이상 선수가 거의 없다. 여자배구 발전을 위해서는 장신 선수 발굴과 함께 체계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수층이 두꺼워야 그 안에서 더 많은 재능있는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전국에 고교 배구팀이 수백 개에 달한다. 한국은 남녀 고교팀을 다 합쳐도 50개가 안 된다. 이 정도 인재풀에 차이가 나니 그 재능들을 집대성하는 대표팀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기본기였다. 강 감독은 일본전을 언급하며 기본기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국보다 한 박자 혹은 반 박자 빠른 플레이가 가능했다고도 말했다. 여기에 강 감독은 해외 선수들이 리시브를 오버핸드로 많이 구사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강 감독은 스파이크 서브도 오버핸드로 어택 라인과 엔드 라인 사이에서 받아내면서 상대 팀은 좀 더 빠르게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그게 단기간에 이뤄진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 감독은 오버핸드와 언더핸드 리시브 중 어떤 쪽이 더 낫다는 개념이 아닌, 그만큼 다양한 기술을 연마해 실전에서 활용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한양대 장영기 코치 역시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기본기를 강조했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선수들의 기본기 문제는 프로 무대에서도 계속해서 거론되는 내용이다. 프로팀이 지명하는 신인 선수들을 입단과 함께 기본기부터 새로 가르친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면서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본기는 유소년 단계에서 확실하게 가르쳐야 의미가 있다. 선수들 몸이 자라고 몸이 굳기 시작하면 가르친다고 해도 확실히 익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소년 지도 단계에서부터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 세계무대를 겪은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이러한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다양한 연령대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FIVB,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