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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KE포커스] 왕관에도 웃지못한 가빈, 국내선수 활약 절실한 한국전력
이광준(kwang@thespike.co.kr)
기사작성일 : 2019-10-16 10:49
[더스파이크=의정부/이광준 기자] 가빈은 트리플크라운 수상에도 웃지 못했다. 한국전력의 아쉬움을 대변하는 표정이었다.

한국전력은 15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원정 경기에서 2-3(25-22, 25-18, 19-25, 19-25, 13-15)으로 패했다. 1, 2세트를 먼저 확보하며 승기를 잡았지만,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전력 외인 가빈은 이날 37득점, 공격성공률 54.39%, 점유율 54.81%로 매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33세라는 나이를 속일 순 없었다. 그야말로 날아다녔던 1, 2세트와 달리 3세트부터는 조금씩 타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5세트 홀로 공격 68.18%를 담당했지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날 가빈은 3블로킹, 3서브에이스, 9후위득점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리그 첫 경기부터 트리플크라운. 가빈의 위력을 알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트리플크라운을 기념하는 사진촬영에서 가빈은 웃지 못했다. 


삼성화재 가빈과 한국전력 가빈, 두 가지가 다르다

7년 전 삼성화재 소속으로 뛰었던 가빈은 당시 적수가 없었다. 세 시즌 동안 삼성화재에서 뛰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세 시즌 모두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하며 그야말로 리그를 지배했다.

그 때 가빈과 지금 가빈은 두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가빈의 나이. 다른 하나는 가빈과 함께 뛰고 있는 팀원들이다. 

이번 경기서 가빈은 장점과 한계를 뚜렷하게 보였다. 1, 2세트는 그야말로 ‘언터처블(Untouchable)’이었다. KB손해보험 선수들은 그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2세트까지 가빈은 16득점, 공격성공률 65%, 점유율 54.05%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3세트부터는 다소 처지는 게 눈에 띄었다. 확실히 타점이 떨어졌다. 가빈 공격에 조금씩 익숙해진 KB손해보험 선수들은 더욱 견고한 수비를 펼쳤다. 특히 4세트 들어 가빈은 공격성공률 35.71%로 훅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점유율은 58.33%로 여전히 높았지만 공격효율이 14.29% 급감했다.

그러나 가빈은 전략을 바꿔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으로 꾸준히 득점을 쌓아 나갔다. 가빈의 ‘클래스’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절반이 넘는 공격점유율. 이런 모습은 이미 가빈이 한국전력에 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 또한 일찌감치 가빈을 두고 “우리 팀 구성 상 가빈이 점유율 50%는 해줘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비난의 목소리가 있을 것을 알고도, 냉정하게 팀을 평가해 한 말이었다.

삼성화재 시절 가빈의 정규시즌 공격성공률&점유율
09-10시즌 성공률 55.55% 점유율 48.04%
10-11시즌 성공률 55.43% 점유율 48.66%
11-12시즌 성공률 59.27% 점유율 55.14%


절반 가까운 공격점유율은 가빈이 과거 삼성화재에서 뛸 때부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빈의 과거 세 시즌 기록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세 시즌 모두 정규리그 공격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 마지막 2011~2012시즌은 55.14%까지 치솟았다. 그러면서도 세 시즌 모두 공격성공률 55%를 넘겼다. 

올 시즌 가빈의 첫 경기는 장 감독이 원한 대로였다. 공격성공률과 점유율 모두 장 감독이 원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팀은 패배했다.

애석하지만 팀 차이도 크다. 가빈이 삼성화재에서 뛸 당시에는 석진욱(현 OK저축은행 감독)-여오현 전설의 리시브라인이 버티고 있었다. 당시 둘은 리시브효율 70%대에 육박하며 굉장한 안정감을 선보였다. 2009~2010시즌 석진욱이 73.82%, 여오현이 76.61% 리시브효율을 기록했다. 석진욱은 2010~2011시즌 무릎부상으로 인해 뛰지 못했지만, 복귀한 2011~2012시즌 리시브효율 63.73%를 기록하며 명불허전임을 증명했다. 여오현은 세 시즌 내내 70%대를 유지했다. 튼튼한 뒷문 덕분에 가빈에게 주는 공이 곱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경기서 한국전력 팀 리시브효율은 24.44%에 불과했다. 과거보다 서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전체적인 리시브효율이 떨어졌긴 했지만, 20%에 불과한 리시브효율은 정상적인 경기운영이 어려운 수준이다. 가빈에게 주는 공이 제대로 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두 번째 공격옵션 부재도 심각한 문제로 작용했다. 특히 핀치 상황에서 한국전력 세터 이호건은 가빈만 찾았다. KB손해보험 블로커들은 상대적으로 가빈 하나만 막으면 되니 편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이 때 국내 선수들에게 공이 가 한두 개만 더 성공했더라도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 이날 팀 내 두 번째 다득점자 최홍석은 11점, 이어 김인혁은 9점에 머물렀다. 5세트 경기임을 감안해 보면 아쉬운 득점이다.


국내 선수들이 더 앞으로 나와줘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충분한 휴식 뒤에 출전해 치른 경기력이 이 정도였다.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을 경우 가빈이 버텨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엔 의문이 붙는다. 특히나 첫 경기처럼 5세트 풀 경기를 치를 경우엔 체력에 큰 무리가 간다.

정신적인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홀로 많은 공격을 하면서도 팀이 패한다면, 선수 스스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 경기처럼 역전패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가빈이 한국을 떠나있던 7년 동안 배구 흐름은 많이 바뀌었다. 이전처럼 외국인선수 하나만 잘해선 팀이 이길 수 없다. 국내선수들 역량이 매우 중요해진 요즘이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이 지난 몇 시즌 남자부 강팀으로 머무를 수 있었던 건 국내 선수들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한국전력 외국인선수 가빈은 컵 대회 때도, 그리고 지난 첫 경기에서도 제 몫은 충분히 해냈다. 오히려 현재 V-리그 남자부에서 외국인선수에게 기대하고 있는 수준 이상을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전력은 새로 장병철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롭게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장기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결국 국내 선수들이 성장해 올라와야만 한다. 그러나 지난 컵 대회와 더불어 한국전력이 치른 네 경기에서 이렇다 할 장점을 보여준 국내 선수는 많지 않았다. 향후 한국전력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선수들이 하루라도 빨리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사진_의정부/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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