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공유 페이스북공유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스크랩하기
“우리는 꼭 프로 배구선수가 될 거예요!” 면목초등학교 배구부를 만나다
이정원(ljwon0523@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8-02 14:41
재능기, 연맹회장기, 종별선수권, 그리고 소년체전까지. 올해 면목초등학교 배구부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대회다. 2014년 창단 후 5년 만에 벌써 한 해 4관왕이라는 성과를 이룬 면목초등학교 배구부. 그 저력은 어디에서 솟아났을까. 아이들의 땀방울이 어려있는 면목초등학교 체육관에 <더스파이크>가 다녀왔다. 



“어이, 어이!” 체육관에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면목초등학교 배구부 학생들이 발맞춰 뛰며 내는 소리였다. 열 바퀴를 뛰고 나서 멈춘 학생들에게 ‘열 바퀴를 더 뛰라’는 임혜숙 코치의 말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다시 줄을 맞춰 코트를 돌기 시작했다. 임혜숙 코치는 “우리는 스파르타식이에요. 많이는 아니고, 약간요”라며 웃었다. “매일 줄넘기도 천 개씩 뛰어요. 고학년 친구들은 2단 뛰기로 100번을 연이어 뛰기도 해요. 처음엔 30개도 못했는데, 지금은 정말 정말 잘하죠”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 학생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매일 이어지는 고강도 훈련에 지칠 법도 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꼭 배구 선수가 될 거예요. 그래서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한 명이 운을 띄우자 “힘들 때도 있긴 한데 배구하고 나면 다 잊혀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임혜숙 코치는 지도스타일이 분명하다. “저는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스파르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편이에요. 그래도 아이들이 정말 잘 따라와요. 욕심이 많거든요. ‘나중에 프로 무대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운동을 안 시켜주면 더 싫어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열정 덕분일까.  면목초등학교는 올해 6개월만에 4관왕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소년체전에서 한 세트를 뺏긴 것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상대팀에게 세트를 내어주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임혜숙 코치는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라며 운을 띄웠다. “수비와 기본기 위주로 볼 운동을 해서 아이들이 수비를 잘해요. 또 6학년 (이)광이나 (이)정준이는 4학년 중반부터 경기에 투입했어요. 6학년 형들 사이에 한 명씩 교체 투입하면서 경기 감각을 살려줬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한 번에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노력의 산실이죠.”

이 학교 배구부의 훈련 일과는 다른 학교와는 조금 다르다. 오후 3시부터 연습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팀들과는 달리 4시 30분부터 8시까지 훈련을 진행한다. 배구부 학생들이 모두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면목초등학교는 중랑구청에서 예산을 받아 배구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방과 후 수업을 진행 중이다. 임혜숙 코치는 “운동이 조금 늦게 끝나지만, 학부모들도 이해를 해주십니다.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영어와 수학을 배우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학부모 만족도도 크다. 임혜숙 코치는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표본이죠. 교장 선생님부터 초등학생 때에는 공부를 우선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성장 역시 눈에 띈다. “애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단체 운동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니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안 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운동하느냐고 스마트폰 볼 시간이 없어요. 잘 다루지도 못하고요.”

대부분 학생은 임혜숙 코치를 통해 배구를 처음 접했다. 이 아이들은 모두 “프로 배구 선수가 꿈”이라고 말한다.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는 3학년 신지호, 오승현 역시 “힘든데 재밌어요. 배구 선수로 꿈을 바꿨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아이들을 바꿔놓은 배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사진 : 6학년 김우빈, 이연성, 김환천, 방지환, 이정준 (왼쪽부터)

6학년 대장들 - 1

Q__올해 좋은 성적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방지환  코치님이 잘 알려주셔서요. 체력도 잘 길러주셨어요.
김우빈  지금뿐 아니라 중학교 올라가서도 잘할 수 있도록 기초를 탄탄히 잡아주셨어요.

Q__배구부 훈련이 힘들지는 않나요.
방지환  열심히 하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으니까 참고 하죠.
이정준  서브 하나, 공격 하나 잘하면 맛있는 밥 먹는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요.
방지환  예전에는 밥 먹는 생각밖에 없어서 힘든 것도 다 잊어버렸어요.
김우빈  화요일, 목요일마다 맛있는 걸 사주세요. 시합 다녀와도 맛있는 거 해주시고요.

Q__롤 모델이 누구예요.
김환천  현대캐피탈 여오현 선수요. 수비를 너무 잘해요. 
김우빈  저도 여오현 선수요. 수비도 잘하는데 패스도 잘 하시고, 파이팅도 잘 이끌어주시고. 너무 멋있어요.
이정준  현대캐피탈 전광인 선수요. 수비도 하고 공격도 때리는 게 멋있어요.
방지환  대한항공 정지석 선수요. 공격과 스파이크 서브를 잘 때리는 걸 배우고 싶어요. 또 잘생겼어요. (일동 : 진짜 완전 잘생겼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바로 얼리 드래프트로 프로 무대에 간 게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그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Q__어떤 선수가 되는 게 꿈인가요.
김환천  여러 방면에서 잘하는 선수요. 또 팀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고, 팀원과 다투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우빈  저는 공격과 수비를 다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리시브를 잘하고 싶어요.
이정준  사람이 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배구를 마스터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방지환  모든 부분에서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연성  저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사진 : 6학년 노상윤, 배진성, 유시현, 이광 (왼쪽부터)

6학년 대장들 - 2

Q__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땠어요.
배진성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땀을 흘릴 줄 몰랐어요. 축구 경기를 할 때처럼 힘들면 쉬는 줄 알았는데 힘들어도 계속 뛰어야 하더라고요.
노상윤  시간이 갈수록 너무 힘들어서 저절로 눈물이 나올 때도 있었어요. 

Q__후회가 될 때도 있었나요.
일동  네, 너무 힘들어서요.

Q__그런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배구를 할 수 있었나요.
이광  꿈이 배구 선수니까요.
유시현  훈련은 힘들어도 경기를 뛰면 재밌어요. 
배진성  이기면 뿌듯하고요.
노상윤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Q__배구가 가장 재미있을 때는 언제예요.
유시현  랠리가 길어질 때요.
노상윤  엉뚱한 곳 맞고 튀었는데 그게 득점으로 이어질 때요. 
이광  점수가 오래 이어질 때요. 30점 넘어갈 때. 스릴 있어요.

Q__올해 네 번이나 우승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이광  소년체전이 제일 큰 대회여서 경기 뛸 때 모든 걸 쏟아부었더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근데 우승하고 나니까 울컥했어요. (울었어요?) 아뇨, 울진 않았어요.
일동  엄청 울었어요.


사진 : 5학년 오윤서, 김동현, 오준영, 이성혼, 박현준 (왼쪽부터)

우리는 5학년!

Q__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 멍도 들고 아팠을 것 같아요.
오준영  저는 3일 지나고부터 안 아팠어요.
오윤서  전 멍이 이만큼이나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맷집이 세져서요.
박현준  전 원래 태권도 선수여서 안 아팠어요. 태권도는 원래 많이 맞잖아요.

Q__배구를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졌나요.
오준영  네, 반 친구들이랑 진짜 많이 친해졌어요.
이성호  저는 반 친구들이 배구부라고 좋아해줘요. 다른 반 친구들도 제 이름을 다 알아요.
오윤서  저도요. 저 모르는 새에 애들이 제 이름을 다 알더라고요.

Q__롤 모델은 누구에요.
오준영  대한항공 한선수 선수요. 올려달라고 하는 대로 바로바로 세트를 올려줘서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이성호  저는 문성민 선수요. 배구를 잘해서 멋있어요.
박현준  저는 프로 선수 말고 여기 있는 형 중에 있어요. (이)정준이 형이요. 공이 잘 안 올라가도 정확하게 때리는데 진짜 잘 때려요. 
김동현  저는 롤 모델은 없는데, 서브를 잘 때리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오윤서  저도 공격을 잘 때리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사진 : 3학년 오승현, 5학년 이산, 3학년 신지호 (왼쪽부터) 

5학년 최고참과 3학년 병아리들

Q__배구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신지호  3일 됐어요. 그냥 호기심으로 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오승현  저는 4일요. 코치님이 배구 한 번 해보래서 엄마 허락받고 왔어요.
이산  저는 1년 8개월이요. 어머니가 배구 국가대표를 하셨어요. 홍지연 선수요. 그래서 배구 지도하러 다니실 때 따라가서 배구를 많이 접해봤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우리 코치님이랑 친분이 있어서 남양초에 있다가 여기로 전학 왔어요. 

Q__배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산  배구를 할 때는 너무 힘들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참고 끝까지 경기를 마치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느낌이에요. 그게 너무 좋아요. 

Q__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이산  우리가 기합 넣는 게 부족해서 그걸 채워가는 게 힘들어요. 몸이 아프기도 해요. 그런데 코치님이 테이핑도 일일히 다 해주시고, 스트레칭도 알려주셔서 괜찮아요. 물리치료도 잘 받고 있어요. 
신지호  전 달리기랑 공 줍는 게 제일 힘들어요. (잘 하던데요?) 그냥 참고 한 거예요.
오승현  저도 달리기가 힘들어요.

Q__꿈이 뭐예요.
신지호  저는 원래 경찰관이 꿈이었는데 바꿨어요. 배구 선수로요. 많은 노력을 해서 실력을 늘릴 거예요.
오승현  저는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배구가 더 재밌어서 배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미들 블로커가 될 거예요
이산  저는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에요. 대한항공 정지석 선수가 롤모델이에요. 자기가 해야 할 것을 다 완수하는 것, 나이가 어려도 형들을 존중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게 멋있어요. 



일신여상 118연승의 주역 임혜숙 코치, 면목초 배구부도 명문팀 육성

면목초등학교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배구 명문교로 자리잡은데는 임혜숙 코치의 헌신적인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혜숙 코치는 일신여상 시절 초고교급 세터의 기량을 자랑하며 118연승 이끈 주역으로 유명하다. 이는 여고배구 역사에서 최다연승 기록이다. 임혜숙은 이후 현대건설에서 다시 1980년대 여자배구 전성시대를 열었고 국가대표 세터로도 활약했다. 가는 곳마다 전성시대를 개척했던 임 코치는 은퇴이후 다시 신생팀을 맡아 전국 최강팀으로 조련함으로써 지도력까지 인정받게 됐다. 임 코치는 자신의 지도방식이 과거 스파르타 훈련 방식을 닯았다고 얘기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일일이 테이핑을 해주는 등 여성지도자의 섬세함도 겸비하고 있다.

임혜숙 코치와의 일문일답

Q__직접 선수들을 모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애착도 클 것 같은데요.
고생해서 모은 만큼 애착이 정말 커요. 아이들이 졸업할 때마다 섭섭하기도 하고요. 처음 왔을 때는 선수가 없어서 소년체전 평가전도 못 나갔어요. 주머니에 초콜릿을 챙겨서 돌아다녔죠. 초콜릿 받아서 온 친구들도 많아요(웃음).

Q__교장 선생님도 지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던데요.
정말 적극적이에요. 아이들에게 고기도 많이 사주시고, 신발도 사주시고요. 우리 교장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행운이에요. 9월에 다른 곳으로 가신다고 해서 걱정이 많아요. 좋은 교장 선생님이 오셔야 할 텐데 말이죠.

Q__근처에 진학할 중학교가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요.
가장 가까운 학교(인창중)가 서대문구에 있어요. 1시간이 넘는 거리라 아이들이 새벽부터 전철을 타고 다니곤 했어요. 그래서 장래가 밝은데도 운동을 그만두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너무 아쉽죠. 우리 배구부는 인원도 많아요. 올해도 6학년이 9명이나 돼요. 올려 보내줄 자신이 있으니 중학교 팀 하나만 창단해주시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며 찾아오는 학부모님들도 계세요. 운동을 시키려는 학부모들도 ‘중학교가 없잖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중학교가 있으면 운동을 시킬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Q__아이들이 장차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시나요.
운동도 운동이지만, 인간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해요. 사실 서로 양보 안 한다고 할 때면 혼을 내기도 해요. 그런데 팀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점차 바뀌어요. 서로 배려하는 법을 알게 되죠. 단체 운동이다 보니 처음에는 적응을 못 하는데, 3~4개월 지나면 잘 적응하더라고요.

Q__면목초등학교 배구부 코치로서 꿈이 있다면요.
면목초등학교에서 꾸준히 배구부가 운영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 개교한지 얼마 안 됐는데, 배구 명문으로 오래오래 이름을 알렸으면 좋겠어요. 

글/ 지민경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