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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배구 포지션 변경을 말하다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6-25 20:44

스포츠에서 포지션은 선수 각각의 역할을 규정한다. 특히 배구는 포지션에 따른 역할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포지션의 특수성이 큰데다 전문성을 요구하면서 유달리 위치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 다양한 사정이 함께하는 배구 속 포지션 변경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흔한 듯 흔하지 않은 포지션 변경

 

우선 이번 파트에서 다루는 ‘포지션 변경’은 위치상으로 구분하는 포지션(특히 레프트-라이트)이 아닌 선수 등록 시에 붙이는 포지션, 역할에 따른 변경으로 한정하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포지션 변경은 쉽지 않다. 각자 가진 기량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갈고 닦은 다음,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배정되는 게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배구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 데뷔 직후 맡은 포지션을 벗어나 새 포지션을 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배구처럼 포지션마다 맡은 역할이 어느 정도 정형화된 종목은 더 그렇다. 

 

드물긴 해도 포지션 변경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다(변경 사례가 없다면 이런 글이 나올 수도 없다). 아예 포지션을 바꿔서 시즌을 치르는 선수도 있다.

 

배구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례로 이승현과 한수지를 들 수 있다. 이승현은 2017~2018시즌 까지 세터였지만 2018~2019시즌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꿨다. 한수지 역시 세터였지만 2016~2017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전 입대한 함형진은 대학 시절까지는 윙스파이커로 뛰다가 리베로로 전향한 경우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리베로인 김해란과 여오현도 학창시절에는 공격수였다.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케빈(프랑스 국가대표팀 출신 케빈 르루)이나 OK저축은행 시몬은 해외에서 뛸 때는 미들블로커로 출전했으나 V-리그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를 소화했다. 공격을 많이 담당해야 하는 V-리그 외국인 선수 특징 때문이었다. 

 

최근 미들블로커로 등록된 한송이는 젊은 시절에는 윙스파이커였다. 김요한도 같은 경우였다. 문성민은 최근까지도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갔다. 곧 입대 예정인 서재덕은 프로 진출과 함께 윙스파이커로 나섰지만 성균관대 시절까지는 아포짓 스파이커였다.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8~2019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부재로 다시 아포짓 스파이커로 시즌을 보냈다.

 



경기 중 포지션을 바꾸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그중 화제가 됐던 건 2016~2017시즌 현대캐피탈이 시도한 포지션 파괴였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본래 미들블로커인 최민호와 신영석에게 측면 공격수 역할도 종종 맡겼다. 이에 맞춰 문성민이 미들블로커로 이동하기도 했다.

 

올해 대학 무대에서도 이런 경우를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인하대로, 올해 인하대는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 경계가 미묘한 경기 운영을 자주 한다. 미들블로커 한 자리는 송원근이 고정으로 맡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상황에 따라 임승규와 바야르 등이 번갈아 맡는다. 이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미들블로커를 맡을 예정이었던 원빈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나온 대안이었다.  

 

일반적으로 후위에서 리베로와 포지션을 바꾸는 건 미들블로커지만 인하대 경기를 보면 로테이션상 아포짓 스파이커인 선수와 리베로가 교체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선수들이 역할을 바꿔서 수행한다.


포지션 변경 속사정은?

 

위의 사례 중 일부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일단 현대캐피탈의 최민호-신영석의 측면 변신은 당시 까메호를 대신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톤의 기량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뤄진 시도였다. 인하대는 선수 부족으로 위와 같은 변칙 라인업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몬은 공격에서는 많은 점유율을 위해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왔지만 블로킹 상황에서는 또 미들블로커 위치에 섰다. 포지션 변경이라고 보기에 애매하다.

 

측면에서 뛰기에는 공격력이 그만큼 떨어져 미들블로커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고, 프로에서 측면공격수로 한계를 느끼기에 리베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기존 포지션에서 한계를 느끼지 않고서는 포지션 변경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수 역할의 극대화를 위해서 포지션이나 포메이션상 위치를 바꾸는 축구나 점점 포지션보다 역할에 따라 선수를 분류하고 활용하는 농구와는 포지션 변경에 대해 접근하는 개념이 확실히 다른 게 배구다.

 

김상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배구에서 포지션 변경에 대해 “기존 포지션보다 바꿀 포지션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판단되면 포지션을 옮길 수도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상우 위원은 “어떤 선수가 자기 포지션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강점을 갖는지 찾아보고 그렇다면 그 포지션으로 바꾸는 게 이득이다. 선수를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그리고 선수가 바뀐 포지션에서 어느 정도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그 포지션을 유지하고 과감하게 바꾸면 된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남겼다. 장소연 위원은 “우선 포지션 변경은 감독의 판단이다. 기존 포지션보다 다른 포지션에서 그 선수의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면 바꿀 수 있. 특히 같은 공격수라는 범주 안에서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소연 위원은 직접 겪은 과거 사례도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내가 어렸을 때도 세터를 보던 선수 중에서 리베로로 포지션 변경을 고려하던 경우가 있었다. 세터도 수비를 잘하는 포지션이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배구만의 포지션 구분과 다양한 접근

 

앞서 포지션 변경의 정의를 정하고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는 배구가 포지션을 나누는 데 있어 다른 종목과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배구는 지금도 국내에서 통용되는 레프트, 라이트, 센터처럼 위치에 따라 포지션을 나누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구분은 리시브 이후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주로 공격을 시도하는 위치를 기준으로 한다. 즉 서브 리시브 이후 주로 왼쪽에서 공격하는 선수가 레프트(윙스파이커), 가운데에 서는 선수가 센터(미들블로커), 오른쪽에 서는 선수가 라이트(아포짓 스파이커)이다. 축구도 왼쪽 풀백, 오른쪽 풀백처럼 포메이션상 방향이 있긴 하지만 배구처럼 이런 방향 자체가 선수의 역할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더스파이크>가 지난 2월호에서 다룬 것처럼, 이러한 위치를 기준으로 나누는 포지션은 학술적으로 틀린 건 아니다. 당시 이와 관련해 자문을 구한 엄한주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도 “학술적으로는 이 표기가 가장 정확하다”라고 했다. 그래서 배구는 다른 시각으로도 접근이 필요하다.

 

이 논의에 가장 적합한 내용이 바로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아포짓’이라는 명칭도 유래를 따지면 위치 기반이긴 하다. 세터와 ‘대각’을 이루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기 때문이다)를 오가는 포지션 변경이었다.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가는 포지션 이동 역시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논점(역할에 따른 구분과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학술적 구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역할을 기준으로 하면 두 포지션을 오가는 건 쉽지 않다. 결정적인 차이는 리시브다. 윙스파이커는 리시브를 담당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에서 역할이 상당하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리시브를 면제받고 공격을 극대화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배구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렵다는 ‘리시브’를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두 포지션을 두고 자리를 옮기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아포짓 스파이커가 윙스파이커 역할을 하는 건 어렵다. 

 

위치를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지난 시즌 V-리그에서는 왼쪽을 맡는 윙스파이커면서도 오른쪽에서 공격하거나 아포짓 스파이커면서 왼쪽에서도 공격하는 경우가 여자부에서 자주 관찰됐다. 이렇게 접근하면 선수들이 단일 포지션이 아닌 멀티 포지션을 소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장소연 위원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장소연 위원은 “기존에는 윙스파이커가 로테이션상 2번으로 들어가면 리시브 이후 4번으로 이동해 주 포지션에서 공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고 국내도 그렇고 굳이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공격한다. 그래서 레프트와 라이트를 구분하는 경계가 흐려졌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을 이어갔다. 장소연 위원은 “박정아도 기본은 레프트지만 오른쪽에서 그냥 공격하기도 한다. 김미연의 경우에는 이재영과 대각을 서는 레프트지만 오른쪽에서 공격이 더 좋다. 그래서 흥국생명도 김미연의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른쪽에서 두 번 때릴 수 있게 로테이션을 바꿔주기도 했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역할에 따른 포지션 구분 역시 완전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문정원과 정동근처럼 이른바 ‘리시빙 라이트’로 불리는 선수들의 존재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왼손잡이로 공격에서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더 좋은 선수들이다. 포지션 구분상으로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지만 팀에서 많은 공격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장소연 위원은 문정원과 박정아를 함께 이야기하며 윙스파이커(레프트)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의 포지션 변경이 쉽지 않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박)정아는 리시브를 상당히 면제받지만 공격에서 능력은 왼쪽에서 탁월하다. 그리고 그 리시브를 대신 받는 게 라이트인 문정원이다. (문)정원이도 왼손잡이라서 오른쪽에서 더 잘 때린다. 그래서 라이트로 있는 것이다. 만약 정아가 리시브를 받지 않으니 라이트로 간다고 하면 그 자리를 채울 선수도 팀 구성상 마땅치 않다. 그리고 리시브가 흔들리고 이단 연결이 올라갈 때도 보통 볼은 레프트를 향해 간다. 이런 이단 공격을 처리할 때도 정아가 탁월하기 때문에 포지션 변경을 굳이 하지 않는다.”

 

두 해설위원이 공통으로 언급한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 사이의 포지션 변경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격에서 익숙함 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윙스파이커는 주로 왼쪽에서 공격하고 아포짓 스파이커는 오른쪽에서 공격한다. 

 

김상우 위원은 “어릴 때부터 해오던 습관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공이 내 기준 오른쪽에서 오는 것과 왼쪽에서 오는 건 다르다. 공이 어디서 올라오느냐에 따라 공격할 때 자세나 타점이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왼쪽에서 주로 공격하던 선수들이 리시브가 안된다고 해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어렸을 때부터 특정 방향에서 올라오는 공에 적응한 상태인데 갑자기 바꾸면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타점이 안 잡히는 경우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설명이 본 주제와 맞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포지션과 관련해 분명 생각해볼 만한 논의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배구는 이런 학술적 흐름을 주도하고 표준을 만드는 곳이 없다. 그래서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그중에는 측면 공격수들을 구분 없이 똑같이 윙스파이커로 부르는 곳도 있다(일본배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세터와 리베로, 미들블로커와 함께 측면 선수들을 모두 윙스파이커로 구분했다). 실제로 있는 논의인 만큼, ‘포지션’이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한다면 위의 내용이 이번 주제와 크게 벗어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라는 명칭도 기존 레프트와 라이트로 구분하던 포지션 구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같이 볼 필요가 있다.


포지션 겸직과 변경, 핵심은 결국 ‘능력’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수시로 옮기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당장 김요한도 지난 시즌 두 포지션을 오갔고 김희진은 두 포지션에서 모두 경쟁력을 보이는 대표적인 선수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러시아 드미트리 무셜스키가 있다. 주 포지션은 엄연히 미들블로커지만 필요할 때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와 팀을 구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시몬은 OK저축은행 시절 두 포지션 역할을 모두 맡았다(수비 시에는 센터 블로킹, 공격 시에는 아포짓 스파이커). 대학 무대에서는 인하대 임승규가 두 포지션에서 수시로 이동하고 한양대 박창성도 두 포지션 모두 등록했다.

 

실제로 아포짓 스파이커를 보던 선수들이 기량이 조금 떨어지거나 몸 상태 등에 따라 미들블로커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내 아포짓 스파이커 대표 주자인 박철우는 한 경기지만 미들블로커로 나오기도 했고 신진식 감독은 박철우를 두고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를 몸 상태가 아니라고 말하는 등 ‘미들블로커 이동’에 대한 힌트를 던지기도 했다. 

 

두 포지션의 공통점은 리시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신장이 큰 경우가 많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많은 공격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큰 신장을 가진 선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물론 일본 니시다 유지나 황연주처럼 신장 자체가 크지 않은 경우는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엄청난 점프력으로 이를 만회한다). 미들블로커도 블로킹을 주도한다는 특성상 신장이 커야 한다. 

 

이런 공통점이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선수가 이를 소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이는 비단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뿐만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 변경도 마찬가지다. 포지션을 바꿨을 때 이를 제대로 소화할 능력이 없으면 변경 자체를 시도할 수 없다.

 

김상우 위원은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 겸직을 두고 “미들블로커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옮긴다면 그만큼 그 선수가 가진 공격력이 아깝다는 의미이다. 미들블로커는 공격 횟수가 확실히 적기 때문이다”라며 “신영석도 미들블로커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를 보기도 했는데, 결국 이를 소화할 능력이 된다면 그만큼 포지션 변경은 자유롭다”라고 설명했다.

 



장소연 위원은 특히 선수가 가진 능력을 강조했다. 장소연 위원은 “한수지를 예로 들면, 수지는 세터임에도 신장도 좋고 공격도 잘했다. 그래서 서남원 감독님도 세터보다 다른 포지션이 선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바꾸신 것이다. 수지는 포지션을 바꾸고 성공한 케이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만약 수지가 미들블로커가 아닌 윙스파이커였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시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 겸직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김)희진이는 미들블로커지만 점프와 신장이 좋고 힘도 있어서 큰 공격이 된다. 그래서 아포짓 스파이커를 겸할 수 있다. 결국에는 포지션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만 가능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포지션 변경의 불가침 영역(?), 세터

 

이처럼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포지션 변경에서도 “이건 정말 어렵다”라고 입을 모아 언급한 포지션이 있으니, 바로 세터였다. 이번 기사를 작성하면서 자문을 구한 김상우 위원과 장소연 위원 모두 공격수에서 세터로 변신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세터가 포지션 변경에서 이른바 ‘불가침 영역’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세터가 가지는 특수함 때문이었다. 세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공격수가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볼을 올려주는 일이다. 찰나의 볼 컨트롤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경력과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다. 경기 운영도 오랜 경험이 더해져야 완성되는 분야이므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세터는 특유의 기질도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다른 포지션과는 차별화된 자리이다. 

 

실제로 프로 무대에서 세터를 보다가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은 종종 있었지만 다른 포지션 선수가 세터로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보기 어렵다. 아마추어에서 세터 변신을 시도하는 경우는 있다. 올해 조선대 신입생 김동욱이 고등학교 시절 측면 공격수로 뛰다가 입학과 함께 세터로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최근 김동욱은 다시 원래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돌아왔다(최근에는 전역 후 복학한 유재안이 주전 세터로 나오는 중이다). 

 

배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무조건 다른 사람이 볼을 올려줘야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역할의 절대다수를 소화하는 게 세터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특수하고 맡은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격수가 볼을 잘 올려도 세터만큼 할 수는 없다”라는 김상우 위원 말처럼 앞으로도 세터는 고유 영역으로 남을 듯하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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