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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적을 알려면? 현대캐피탈이 말하는 전력분석의 세계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5-2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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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적을 알면 전투에서 이기기 쉽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전력분석을 통해 승리의 길을 먼저 닦는다. 그렇다면 전력분석은 누가 어떻게 할까. 프로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정말 궁금하게 생각하는 영역이다.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경기 중에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4월 22일 천안으로 달려갔다. 2018~2019시즌 V-리그 남자부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 전력분석팀 진순기 코치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났다.

 

 

코치와 전력분석팀은
항상 바쁘다!
 

 


본격 인터뷰에 앞서 코치진 일원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소감을 먼저 물었다. 진순기 코치는 “현대캐피탈에서 일곱 시즌을 보냈어요. 그동안 챔피언결정전에 다섯 번 올라갔고 두 번 우승했죠. 우승은 항상 기분 좋아요”라고 답했다.


현대캐피탈 전력분석팀은 진순기 코치와 김영창 전력분석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력분석은 팀만 하는 게 아니고 모든 코치가 참여한다고 했다. 진 코치는 챔피언결정전을 돌아보며 “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있어요. 2018년 챔피언결정전 때는 분석한 내용이 2차전부터 잘 안 맞았어요. 한선수가 정말 좋은 세터라는 걸 다시 깨달았죠”라며 “올 시즌에는 비시즌에 대표팀에 다녀오면서 해외 다양한 나라와 선수를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그걸 우리에게 맞게 활용하면서 좀 더 잘 맞은 건 기분 좋았죠”라고 지난 챔피언결정전과의 차이도 언급했다.


짧게나마 2018~2019시즌에 대한 회고가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 파다르 합류와 노재욱 이탈로 시즌 개막 전부터 화제 중심에 있었다. 진 코치는 큰 변화를 겪었기에 팀이 안정되는데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만큼, 이전 우승과 다른 느낌이었다는 감상도 덧붙였다. “전광인 선수가 들어오고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팀 문화나 훈련에 적응하기도 전에 실전에 들어갔으니까요. 이전에는 기존 선수들을 활용해서 조금씩 틀을 바꾸고 잘하도록 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완전 새로운 시도를 했으니까요. 마치 팀에 처음 들어올 때 느낌이었어요. 외국인 선수도 처음 아포짓 스파이커로 영입했고요.”


현대캐피탈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틀을 짜야 했다. 그런 점에서 최태웅 감독이 짊어져야 할 짐이 가장 무거웠다고 진 코치는 말했다. 코치마다 맡겨진 관련 업무에 집중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그 모든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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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분석팀을 이끌고 있는 진순기 코치

 

비시즌에는
선수 기량 발전에 집중
 

 


전력분석팀은 비시즌과 시즌에 따라 업무가 달라진다. 비시즌에는 선수 개인에게, 시즌 중에는 전적으로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경기는 한 시즌 V-리그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를 의미한다.


“비시즌에는 선수들 기량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훈련 영상을 찍어서 자세 등을 보면서 더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시즌은 모든 걸 경기에 집중합니다. 한 시즌에 열리는 모든 경기 영상과 데이터를 준비하고 우리 팀 경기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거죠. 여기서 나온 정보 중 활용할 건 활용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 선수단 미팅이나 코치진 미팅 때 사용합니다.”


다만 시즌 중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선수들과 오래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고 한다. 선수들이 경기 준비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내용 위주로 정리해 선수들에게 간단하게 전달하고 선수들에게 맡기는 부분도 있다는 게 진 코치의 설명이다. 물론 선수들에게 넘겨줄 자료를 준비하기까지 코치진은 훨씬 더 오랜 시간 논의하고 머리를 맞댄다.


“시즌 중에는 선수들에게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미팅도 20분 정도면 끝나고요. 미팅 때 하는 말도 너무 복잡하지 않은 선에서 필요한 말만 합니다. 선수 개별적으로 상대 세터가 어떻게 플레이를 한다던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에 대해 한두 개 정도 전달하죠. 경기 준비에 있어 스트레스를 더 주지 않기 위함이죠.”


이를 도와주는 게 현대캐피탈이 개발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SW21이었다. SW21을 통해 준비한 데이터와 분석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수들에게 아이패드도 지급했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코치진 없이도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자체 미팅도 진행한다. 진 코치는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코치와 선수라는 관계를 고려하면 분석에 관한 전달도 지시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력분석팀을 비롯한 코치진은 훨씬 철저하게 상황에 따른 분석을 준비하고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선수들에게 즉각적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데이터는 경기 당일 자료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고 이전까지 모아둔 데이터와 비교하고 변화된 부분을 짚는 식이라고도 덧붙였다.


분석은 프로팀 상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장차 팀의 일원이 될 수도 있는 유망주들을 확인하는 일도 전력분석팀을 비롯한 코치들의 몫이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 부임 당시 초등학생부터 시작해 유망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쉽지 않아 현재는 규모를 약간 축소해 고등학교 이후 유망주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전력분석’이란
무엇일까?
 

 

 

현대캐피탈 전력분석팀에 초점을 맞추기 전에, ‘전력분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 있었다. 진 코치가 조심스럽게 내놓은 답변은, 전력분석은 ‘아이디어 싸움’이라는 점이었다. 전 세계 프로배구팀이 전력분석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90% 이상이 같은 걸 쓰고, 그 안에서 나오는 가공되지 않은 최초 형태의 데이터는 비슷하다. 그걸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골라내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진 코치는 상대와 수 싸움에서 지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내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색다른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진 코치는 피지컬뿐만 아니라 기술에서도 앞서는 유럽 배구 강국을 만나며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동시에 현재 한국 배구와 실력차도 체감했다. 진 코치는 이처럼 실력차가 나는 팀을 상대로 지더라도 조금 더 점수를 내고, 배구 다운 배구를 하도록 도와주는 게 전력분석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일을 업으로 삼다 보면 가끔은 ‘과연 전력분석이라는 게 얼마나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할 때가 있다고도 했다. 어떤 경기는 분석한 대로 흘러갈 때도 있지만 또 다른 날은 좀처럼 안 맞는 날도 있다며 이런 물음 속에서도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력분석원은 비시즌에는 개인 기량발전을 위해, 시즌 중에는 팀 승리를 위한 경기 분석에 몰두한다. 이런 작업을 좀 더 원활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 혹은 덕목이 필요할까.


진 코치는 배구를 보면서 질문을 던지는 게 많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영상을 많이 보는 게 좋아요. 배구 경기를 보면서 왜 저 선수가 저런 플레이를 하는지 생각해보면서 봐야 하고요. 전력분석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 관중이 보듯이 배구를 봐요. 그런 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왜 저런 선택을 하는지를 점수대와 상황을 고려해가면서 다양하게 볼 수 있어야 해요. 최대한 다양한 시선으로 배구를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어 “처음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종이에 써가면서 시작해도 나쁘지 않아요. 단순한 기록부터 시작하는 것도 데이터를 갖고 놀 수 있는 시작이 돼요. 물론 컴퓨터나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것도 맞아요. 그리고 배구를 실제로 했던 사람이 아무래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나은 면은 있죠. 배구에서 쓰는 은어를 알아듣는 것도 빠르고 선수들과 대화할 때도 좀 더 유용한 부분이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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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전력분석팀
“경기중 여러 상황에 빠르게 대처!”


본격적으로 ‘현대캐피탈의 전력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 중 ‘전력분석팀’ 소속은 진 코치와 김영창 전력분석관 두 명이다. 하지만 임동규, 송병일 코치를 비롯한 모든 코치진이 전력분석에 참여한다. 각자 맡은 부분이 있고 이와 관련한 데이터와 영상을 정리해 분석하는 식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까지는 세 명으로 전력분석팀을 구성했지만 현재는 두 명 체제로 유지 중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전력분석이지만 팀이 나눠진 만큼 전력분석팀이 당연히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각자 맡은 부분의 데이터와 영상을 가지고 분석을 하죠. 전력분석팀인 저나 김영창 분석관이 더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는 거죠. 다른 코치들이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좌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전체적인 서포트를 담당하고 동시에 다른 분들이 분석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우리 몫이죠.”


몇 가지 예시를 통해 현대캐피탈 전력분석팀이 어떤 식으로 경기 중에 움직이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하나의 주제 혹은 경기 내용을 가지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주전 선수 중에 플로터 서브를 때리는 게 김재휘랑 이승원 두 명이에요. 나머지 네 명은 스파이크 서브고요. 저 두 명이 서브를 어디로 넣어야 하는지를 두고 한 시간 미팅한 적도 있어요. 물론 5분 만에 끝날 때도 있지만 저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길게 이야기할 때도 많아요. 시작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 공유를 하는 거죠.”


전력분석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상대가 우리 팀을 어떤 식으로 공략한다고 했을 때, 자신들도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목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 코치는 이를 두고 지난 시즌 전광인을 향한 집중 서브 예로 들었다.


진 코치는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실제로 발생했을 때 미리 이야기된 내용으로 곧장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과정도 들을 수 있었다. “경기 중에는 길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요. 이전 플레이부터 서브 휘슬이 울리기까지 약 17초 정도예요. 경기장은 시끄러울 때도 많아서 잠깐 조용해졌을 때 내용 전달을 해야 해요. 각자 맡은 경기 중 파트 가운데 자기 파트에 변화가 생기면 바로 보고하죠. 의견 교환이 아닌 사전에 준비한 내용으로 곧장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현대캐피탈 전력분석은 경기 중 상황 대처에 많은 힘을 쏟았다. 진 코치가 말하는 경기 분석 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도 이쪽이었다. “미리 여러 상황에 대해 대비를 하기 때문에 상황 대처가 늦지 않아요.” 진 코치가 힘준 말에서 현대캐피탈 전력분석팀에 대한 믿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더불어 세터에 대한 준비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의 영향도 있는 부분이었다. “감독님이 세터 출신이니까 확실히 세터를 보는 눈은 남달라요. 확실히 선수 시절 포지션에 대해서는 그 포지션을 안 한 사람과 달라요. 확실히 세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더불어 최태웅 감독 영향을 받아 전력분석팀은 해외 배구도 꼬박꼬박 챙겨 보는 편이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코치진 역시 배구를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께 본다고 한다. “다른 나라 배구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어느 한 곳의 배구가 100% 정답은 아니니까요.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도 같이 확인하죠. 현지 직관도 다닙니다. 1년에 3~4번 정도 가요. VNL도 저는 대표팀 소속으로 다녀왔지만 그 외 다른 경기도 보러 가죠. 제3자 입장에서 한국 배구가 아시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 건데, 이 과정에서 다른 구단과 선수를 알게 되고 서로 관심도 생기죠.”


현대캐피탈 전력분석에 관해 이야기하는 진 코치는 기자 물음에 매우 신중하게 답변했다. 다른 팀 전력분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자기보다 전력분석에 더 오랜 시간 종사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력분석에서 현대캐피탈만의 강점 혹은 자랑할만한 점을 묻는 말에 진 코치는 조심스러웠다. 고민 끝에 진 코치는 현대캐피탈 전력분석의 강점은 ‘새로운 걸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답을 내놓았다.


“조금이라도 앞서나가려는 움직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경기에 나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가져오려 합니다. 전력분석과 관련해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거나 새 버전이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 가져와요. 아이패드도 우리가 처음 도입했죠. SW21 같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예요. IT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가 새로운 것을 먼저 도입하니까 다른 곳에서 활용법 등에 관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현대캐피탈은 지금도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을 도입하고자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슬로 모션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최근에 슬로 모션 카메라를 캐슬에 설치했어요. 선수들이 훈련한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나오죠. 공격하기까지 과정이나 세트, 리시브, 서브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죠. 해외 배구에서 활용하는 호크아이처럼 나오는데, 서브를 때리면 라인 어디쯤 걸쳤는지, 네트 기준 어느 정도 높이로 왔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네트 기준 낮게 넘어올수록 좋으니까요. 그런 높이나 각도를 계산하는 프로그램도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참고로 현대캐피탈 홈경기에 가면 볼 수 있는 SKYWALKERS Movement는 외주 업체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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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은 기세의 싸움
1차전보다 2차전이 더 중요
 
 


진 코치는 어느덧 8년째 현대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전력분석팀을 대표해 다음 시즌 목표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통합우승’이라고 말했다. “통합우승은 한 번도 못 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2015~2016시즌 오레올과 함께할 때 정규 시즌 18연승을 기록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을 때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차전을 5세트 끝에 지고 나서 쉽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도 쉽지 않았어요. 통합우승을 경험한 감독님도 얼마 없지만 코치도 마찬가지로 많지 않은 셈이잖아요. 정말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전력분석팀의 시각에서 왜 최근 남자부 통합우승이 나오지 않는지도 들어봤다. 여자부에서는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이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한 것과 달리 남자부는 2013~2014시즌 삼성화재 이후 통합우승을 달성한 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진 코치가 꼽은 이유는 ‘기세’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기고 올라온 팀이 기세를 타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은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이후에도 자주 나오던 주장이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우승 이후 기세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확실히 기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전에 아가메즈가 그런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우리카드든 현대캐피탈이든 플레이오프에서 이긴 팀이 우승할 것 같다고요. 세계를 돌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한 아가메즈도 기세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거죠.”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주장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보다도 2차전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진 코치는 “감독님도 이야기하신 내용인데 1차전보다 2차전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1차전에서 이겨도 2차전에서 지면 분위기가 확 꺾이거든요. 1차전에서 져도 2차전에 이기면 기세가 오르고요”라며 “데이터에는 1차전 승리 팀이 향방을 쥔다고 나오지만 경험상 2차전 승리 팀이 더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기세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때쯤이면 이미 두 팀 모두 체력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진 코치는 “2018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차전 이기고 2차전부터 한 세트도 못 따고 졌어요. 심리적인 영향이 확실히 커요.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라 뭔가 다른 요소의 힘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자신감과 기세인 거죠. 그래서 기세가 꺾이면 끝나는 거고, 두 팀 모두 기싸움에서 안 밀리려고 애를 쓰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팀으로서 바람은 통합우승이었지만, 진 코치가 전력분석에서 바라는 건 따로 있다. 배구계 전력분석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진 코치는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며 말을 이어갔다. “해외는 팀끼리 정보 공유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있어요. 일본도 예전에는 팀마다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공유를 안 했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뀐 거로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면이 약해요.”


많은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수록 발전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진 코치의 생각이었다. 여기서 정보란 분석의 방법, 장비 활용 혹은 영상 편집 등에 관한 것이다. 진 코치는 “팀마다 영상이나 스카우트 파일이 있는데, 이런 걸 서로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해외에서는 국가대표팀에 따라오는 전력분석원은 한 명이더라도 그걸 현지에 있는 다른 분석원과 공유해 피드백을 받아요. 한국은 아직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요”라고 돌아봤다.


이어 진 코치는 “해외에 나갔을 때도 해외에서 어떤 장비를 활용하고 경기 중에 어떤 식으로 피드백하고 벤치가 활용하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같은 방면에 있는 사람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면서 한국 전력분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건 혼자서는 할 수 없잖아요”라고 소망을 전했다.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라인에는 계보가 있다?!


현대캐피탈 선수 중 누가 전력분석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 묻자 진 코치는 세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신영석과 최민호, 이승원이 그 주인공이었다. 진 코치에 따르면 세 선수가 다른 선수와 비교해 유달리 영상 자료 등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편이라고. 이에 진 코치는 영상 업로드와 데이터 정리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워낙 세 선수의 열의가 커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승원은 자기 외장 하드를 들고 와 바로 자료를 가져가기도 한다고.

 


진순기 코치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금은 우리카드에서 활약 중인 윤봉우부터 이어져오는 일종의 전통 같다고 말했다. 학구파로 알려진 윤봉우는 분석에 있어 발 빠르게 움직이고 굉장한 열의를 보였다는 게 진 코치의 증언이다. 진 코치는 “봉우 형부터 오는 현대캐피탈 전통 같은 느낌이에요. 특히 미들블로커들 사이에서요. 경기 준비에 있어 자기들이 혹시라도 소홀히 하면 자책하고 다음 경기에서 더 준비하려 하죠. 경기에서 안 뛰더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그렇게 하고요. 현대캐피탈에 잘하는 미들블로커가 많았잖아요. 훈련도 많이 하는 편인데 외적으로도 그런 노력들을 많이 해요”라고 설명했다. 진 코치의 말을 들어보니 현대캐피탈에서 유달리 명 미들블로커가 많이 나온 게 괜히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순기 코치가 바라본 2018~2019시즌 V-리그는?


“예전보다 ‘스피드 배구’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시즌 전 경기를 챙겨보는 전력분석팀인 만큼, V-리그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잘 알 수밖에 없다. 진 코치에게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느낀 특징을 묻자 그의 답은 위와 같았다. 최태웅 감독이 처음 부임하고 ‘스피드 배구’가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등장하며 이 단어가 언론에 사용되는 빈도도 잦았다. 최근에는 저 개념이 어느 정도 보편화됐다는 게 진 코치의 생각이었다.


“감독님 부임 당시만 해도 ‘스피드 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어요. 지금은 전반적인 흐름 자체가 그렇게 바뀌었고 선수들도 거기에 맞춰 뛰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광인이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광인이가 시즌 내내 리시브를 이만큼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더 장기적이고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처럼 바뀌고 있는 거죠.”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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